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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해피투게더 프렌즈’ 제작진이 밝힌 요절복통 숨은 에피소드

글·민선화‘자유기고가’ / 사진·김연정‘프리랜서’,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5.11.02 15:59:00

인기 연예인의 친구를 찾는 KBS 오락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프렌즈’가 최근 시청률 20%를 넘기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타의 학창시절 에피소드와 추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진한 향수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게 인기의 비결. 과연 연예인 친구들은 어떻게 섭외할까. 혹 연예인이 알면서도 못 찾는 척하는 건 아닐까. ‘해피투게더 프렌즈’ 녹화현장을 찾아 이런 궁금증과 유쾌한 에피소드를 취재했다.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 제작진이 밝힌 요절복통 숨은 에피소드

“친구야!” 술렁대던 스튜디오 안에 잠시 긴장감이 흐르고 아나운서 최은경이 한 여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여전히 긴가민가한 표정의 그는 상대방의 얼굴을 살피느라 바쁘다.
“낯익은 얼굴인데… 아님 어떡하지?”
손을 내밀고 있는 3초가 3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순간, 최은경을 비롯한 진행자와 방청객, 시청자가 모두 숨을 죽인다. 잠시 후 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최은경을 끌어안는다.
“반갑다, 친구야!”
매주 목요일 밤 11시5분 방송되는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이하 해피투게더…)는 연예인의 어린 시절 친구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연예인의 옛 모습을 알아보는 ‘뻐꾸기는 알고 있다’와 30명의 출연자 가운데서 1분씩 다섯 번의 기회를 통해 진짜 친구 5명을 찾는 ‘숨은 친구찾기’, ‘숨은 친구찾기’에서 미처 찾지 못한 나머지 친구를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는 출연자들 중에 찾는 ‘추억의 벨트’까지 총 3단계 과정으로 이뤄진다. “어머, 어머 웬일이니?”를 연발하는 연예인과 옛 친구들이 반갑게 재회하는 순간, 그 속엔 코흘리개 어린 시절 추억이 있고, 벅찬 감동도 있고 때론 목이 메이는 눈물도 있다. 그래서 ‘해피투게더…’는 연예인의 지극히 사적인 만남이지만 시청자들이 TV를 보면서 덩달아 즐거워하며 연예인과 함께 잃어버린 학창시절 추억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시청률에서도 20%대를 넘기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인기를 앞지를 정도.

인기 있는 스타보다 인간성 좋은 스타가 섭외 우선 순위
‘해피투게더…’는 일반적인 쇼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연예인이 아닌 연예인의 친구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해피투게더…’에서 원하는 섭외 0순위 연예인은 다른 프로그램과 약간 차이가 있다. 인기 있는 스타보다 ‘인간성’ 좋은 스타여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박준규, 조형기, 조혜련, 박수홍, 박경림처럼 친구관계가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예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친구가 없으면 현재 흥행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다고 해서 홍보차 ‘해피투게더…’에 출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피투게더…’ 제작진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연예인과 학창시절 추억을 가장 많이 나눈 ‘친구찾기’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 신여진씨는 “한 스타의 초등학교동창 5명을 찾는 데 소요되는 준비기간이 평균 3주여서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 출연자 섭외를 끝내야 된다”고 말했다.
먼저 해당 연예인에게 10~15명 정도 꼭 만나고 싶은 친구의 명단을 받는다. 대부분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을 꼽지만 UN의 김정훈과 개그맨 윤정수는 다른 반의 ‘킹카’ 여학생, 탤런트 예지원은 2학년 때 친구, 유재석은 전학 가기 전에 다니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을 찾아달라는 특이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일단 명단을 넘겨받으면 제작진은 스타의 출신 학교에 찾아가 졸업 앨범과 생활기록부를 통해 1차 정보를 얻는다. 이어 여의도 인근 경찰서와 여러 동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친구들의 현 주거지와 연락처를 파악한다. 이사를 했거나 지방으로 내려간 경우도 많아서 한 명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만 평균 1주일이 걸린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다. 탤런트 조형기는 초등학교가 불에 타버리고 가수 홍서범은 폐교된 지 오래돼 중학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거꾸로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은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해피투게더…’가 처음 시작돼 프로그램 홍보가 잘 안됐을 때는 해당 연예인이 친구를 찾는다고 연락하면 “왜 찾지?” 하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기 프로그램이 된 지금은 “오래전부터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흔쾌히 출연을 약속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간혹 “저를 못 찾아서 ‘추억의 벨트’ 타면 그냥 집에 갈래요” 하는 친구들도 막상 녹화현장에 와서는 학창시절 추억에 함께 푹 빠져 뒷풀이 자리까지 꼭 참석한다고 한다.


연예인은 ‘해피투게더…’를 녹화할 때까지 어떤 친구가 왔는지 전혀 모른다. 미리 알려고 해도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신 작가는 “스타와 진짜 친구들은 출입문부터가 달라요. 연예인은 녹화 전엔 대기실에 있다가 ‘뻐꾸기의 방’이라는 세트장으로 곧장 들어가거든요. 친구뿐만 아니라 일반 출연진 얼굴조차 볼 수 없어요. 연예인과 친구들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요. 제작진이 서로 교대로 가도록 감시하거든요(웃음).”
진짜 친구의 얼굴은 ‘해피투게더…’ MC인 유재석, 김아중, 탁재훈도 모르고 스태프들 중에서도 작가와 진짜 친구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찍어야 하는 카메라맨들만 알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연예인들은 녹화 전날부터 긴장되고 떨려서 잠을 못 자고 녹화 당일에는 청심환을 먹고 촬영에 임하기도 한다.
너무나 달라진 친구들 앞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웃음을 자아낸다. 개그맨 이혁재는 세 번의 기회를 사용할 때까지 한 명의 친구도 못 찾아 스태프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가수 홍서범은 35년 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닌 친구를 찾고 악수까지 나눈 후 “너 누구니? 사실 기억이 안 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그맨 신동엽과 강원래는 녹화 중 자신을 못 알아봐 화가 잔뜩 난 친구의 표정을 보고 겨우 찾아내기도 했다. 최근에 출연한 탤런트 조형기는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으면서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며 “친구 찾는 게 양복 천 고르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제작진에 따르면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낸 연예인도 있었다고 한다. 탤런트 조형기와 조민기는 사촌형제인데, 코믹한 이미지의 조형기는 학창시절 얌전한 학생이었던 데 반해 젠틀한 이미지의 조민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개구쟁이였다는 것. 개그맨 지상렬도 개구쟁이 이미지와 달리 유복한 집안에서 곱게(?) 자라 제작진조차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타와 친구들은 녹화 직전까지 철저하게 격리, 가짜 친구들도 오디션 보고 뽑아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 제작진이 밝힌 요절복통 숨은 에피소드

연예인보다 더 끼가 넘쳤던 친구들도 있는데 가수 조갑경의 한 친구는 MC인 유재석이 신인 개그맨 아니냐고 감탄했을 정도였고 부산 출신인 홍록기, 정형돈의 친구들은 거친(?) 사투리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좌중을 휘어잡았다고 한다.
‘해피투게더…’의 재미 중 하나는 바로 가짜 친구들. 이들은 연예인의 옛 추억을 진짜 친구보다 더 많이 꿰뚫고 있다. 리얼한 연기력까지 갖춘 가짜 친구들은 어떻게 섭외할까? 가짜 친구들은 대사 없는 ‘자리 지키기’형과 연기를 해야 하는 ‘연기파’형으로 나뉜다. 자리 지키기형은 일반 방청객과 KBS 인터넷 홈페이지의 ‘가짜 친구 출연신청’ 코너 신청자로 구성된다. 연기력이 요구되는 연기파형은 연기학원 수강생들이 출연한다. 제작진은 25명의 가짜 친구를 선발하기 위해 매주 한 번씩 약 30명을 대상으로 ‘6mm 카메라’로 오디션을 본다. 김수아 PD는 “자리 지키기 형을 뽑는 데는 졸업앨범에 나온 스타의 친구들과 얼마나 닮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가짜 친구들은 녹화 당일에도 연예인보다 몇 배의 수고를 한다. 녹화 시작 2~3시간 전부터 도착해 컨베이어벨트를 타면서 작가들이 준 스타의 사전정보를 외우며 진짜 친구인 양 연기연습을 해야 한다.

방송 녹화 후 이뤄진 뒷풀이 장소에는 스타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함께 참석한다. 이때 밥과 술값은 방송국 제작비로 지불된다. 뒷풀이 장면도 촬영을 하기 때문. 그 후 2차, 3차는 연예인과 친구들만의 자유시간. ‘해피투게더…’ 방송 후 개그맨 박수홍은 한 달에 한 번 친구들과 정기모임을 갖고 있고, 개그맨 이혁재는 방송 후 동창회가 마련돼 1백만원이 넘는 밥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신 작가는 “친구 찾는 게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커요. 얼마 전에 인터넷에 박수홍씨의 한 친구분이 장문의 편지를 올린 적이 있어요. 한 시간 방송을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어다니는 스태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고맙다는 글을 읽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해피투게더…’가 한 스타의 추억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추억까지 되살려주는 밝고 건강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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