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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토피 때문에 캐나다 이민’ 눈물로 털어놓은 김자경 주부

“아이가 너무 고통스러워 할 때는 아이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 든 적도 있어요”

글·최호열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11.02 13:22:00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한 주부가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들을 위해 캐나다 이민을 결심했다”는 화제의 주인공 김자경 주부가 캐나다 이민을 결심하기까지 그간 겪어온 고통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아이 아토피 때문에 캐나다 이민’ 눈물로 털어놓은 김자경 주부

“가려워서 긁다보면 살이 파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갑니다. 어린 것이 극심한 가려움 때문에 자신의 피부에서 피가 나와 피투성이가 돼도 손에 피를 묻혀가며 긁는 것을 멈추지 못합니다. 부모로서 그 고통을 대신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힘듭니다.”
지난 10월10일 환경부 국정감사장에서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들의 고통과 가족의 아픔을 토로하는 김자경 주부(35)의 절절한 사연에 국회의원들과 취재하던 기자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비록 아들의 치료를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지만 남아 있는 아토피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정부와 사회단체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아토피 피부염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반향을 일으킨 김씨와 아들 장지후군(6)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알레르기클리닉을 찾았다.
지후군은 최근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해 다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면역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아이는 한 시간 넘게 “아프다”고 울며 주사 맞기를 거부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달래던 김씨가 “주사 맞으면 놀이동산에 데려갈게” 하며 설득한 끝에 아이가 겨우 울음을 멈췄다. 달콤한 유혹에 지후는 눈을 딱 감고 팔을 내밀었지만 간호사가 팔목을 잡자마자 이내 고통스러운 듯 “아파, 내가 꽉 잡지 말라고 했잖아”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노련한 간호사가 달라붙어 아이의 팔목에서 주사 놓을 혈관을 찾았지만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생긴 상처들이 너무 심해 찾을 수가 없었다. 두 시간 가까운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자 울부짖는 아이를 이를 악물고 잡고 있던 김씨가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지후야, 이 주사는 꼭 맞아야 하는 거니까, 내일 다시 하자. 엄마가 놀이동산도 데려가고 네가 갖고 싶어 하는 그 장난감도 사줄게.”
주사와 씨름을 하느라 진을 뺀 탓에 배가 고팠던지 지후는 엄마가 만든 쌀과자를 연신 오드득 씹는다. 그러더니 금세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엄마 무릎에 앉아 동화책을 펼쳐들고 “사자 으르렁, 호랑이 어흥” 하며 책을 읽는다.
“지금 지후 겉모습만 보고 ‘아토피가 아주 심해 보이지 않는데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는 훨씬 심했다가 집중 치료를 받아 많이 좋아졌는데, 다시 나빠지고 있어요. 더 큰 문제는 지후의 면역체계가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거예요. 다른 아토피 환자들보다 치료효과가 더딘 이유를 몰랐다가 최근에야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의료 수준으로는 완치가 안되는 거죠.”
지후가 특이체질이어서 남보다 더 고생을 했기 때문에 김씨는 누구보다도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환자와 부모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아토피는 단순히 가려운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가렵다고 긁다가 세균감염이 되는 건 흔한 일이죠. 아이 손톱 밑에 노랗게 고름이 밴 경험은 아토피 환자라면 누구나 있을 거예요. 아토피가 심하면 머리카락이나 눈썹이 빠지기도 하고, 더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쇼크 등을 일으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가려움을 참기 위해 얼굴을 두드리다 망막분리라는 합병증이 와서 실명하기도 하고, 스테로이드의 남용으로 백내장에 걸리기도 해요. 이런 고통을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지난 5년 동안 가려움증에 잠못이루는 아이 밤새 쓰다듬어 주느라 제대로 못 자
그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고통도 크다고 했다. 졸리면 몸이 더 가려워지는 증상 때문에 몸부림치는 아이를 재우느라 부모는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렵다는 것. 몇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몸을 쓸어주면서 재워도 1~2시간만 지나면 가려움에 다시 깨어나곤 하기 때문에 밤새 쓰다듬어주어야 한다고.

‘아이 아토피 때문에 캐나다 이민’ 눈물로 털어놓은 김자경 주부

지후는 면역체계가 보통사람들과 달라 현재로서는 아토피 피부염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저도 지난 5년 동안 단 하루도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토피 환자의 부모는 하루가 늘 고단하죠. 제가 아는 보호자는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다 졸음운전을 해 차를 폐차할 정도로 큰 사고가 나기도 했어요.”
또한 부모들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자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값비싼 치료비를 낼 수 없어 괴로워한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씨 자신도 너무 고통스러워 아이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생각도 든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환자의 고통은 단순히 ‘가려움’만이 아니라고 했다. “아토피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서 왕따를 당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며 “지후도 지난 5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며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유치원에서부터 급식을 하잖아요. 아토피는 먹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해요. 그런데 다른 아토피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부탁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들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지후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주 한정돼 있어요. 그래서 도시락을 싸가야 하고, 먹는 물은 물론 씻는 물도 따로 싸가야 해요.”
다행히 이를 이해해주는 놀이방 원장이 있어 그곳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여러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전에도 밖에 나가면 사람들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심하지는 않았어요. 또한 동네 아이들과 매일 어울렸어도 크게 문제가 안되었죠. 동네 엄마들도 고맙게 아이들에게 간식을 줄 때 지후도 먹을 수 있는 것만 주는 등 신경을 써주었거든요.”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면서 지후는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들으니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아토피로 인한 천식이 심해져 집에서 하루 4번씩 호흡기 치료를 해야 했다고 한다.
“원래 순한 아이였는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점점 과격해졌어요. 외출했을 때 지나던 사람이 쳐다보면 막 화를 내고요. 두 달 동안 소아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김씨 역시 갈수록 스트레스가 심해졌다고 한다. ‘이러다 내가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다. 하루는 숟가락이 안 들어갈 정도로 입이 안 벌어져 병원에 갔다. 의사가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든일 하지 마라. 안 그러면 재발한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경추, 요추에 무리가 오고 위염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몸무게가 갑자기 7kg이나 늘었다고 한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제가 아픈 것은 그만두더라도 아이가 앞으로 학교에 들어가면 겪게 될 급식문제, 왕따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했어요. 그래서 이민을 결심했어요.”

아토피 피부염 치료는 의료보험 혜택 못받는 게 많아 경제적 부담 커
‘아이 아토피 때문에 캐나다 이민’ 눈물로 털어놓은 김자경 주부

지난해 집중적인 치료로 아토피 피부염이 많이 나았을 때 지후 모습.


김씨가 이민을 생각한 것은 3년 전부터.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서였다. 하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회사에서 고속승진을 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자고 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지후를 생각하면 이민을 안 갈 수도 없고…. 자고 있는 남편과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면역주사를 맞는 등 집중적인 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많이 호전됐던 지후의 몸이 다시 나빠지면서 남편도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내년 3월경 김씨와 지후가 먼저 캐나다로 떠나고 남편은 좀 더 한국에 남아 직장생활을 하기로 했다고.

‘아이 아토피 때문에 캐나다 이민’ 눈물로 털어놓은 김자경 주부

이민을 결정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 3월부터 두 달 동안 캐나다에서 생활해보았다고 한다. 한국에서와 별 차이가 없으면 이민을 가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캐나다에 머무는 내내 아이가 아침 7시까지 깨지 않고 잠을 잘 잔 것. 꿈만 같은 일이었다. 돌아올 때는 아이 피부가 거의 정상이 되어 있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늘어났다.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었다.
“사람들이 이민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거 알아요. 우리나라에도 공기 좋은 데가 있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어요. 저라고 왜 그런 생각 안 해봤겠어요. 그런데 아토피는 공기뿐 아니라 습도, 온도와도 다 연관이 있어요. 제주도가 공기는 깨끗하지만 습도가 지후에게 안 맞아요. 아토피 환자마다 다 다르지만 지후는 습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여름 장마철엔 외출도 못하고 집에서 24시간 제습기를 켜고 있어야 해요.”
그는 지후에게 캐나다가 맞는다고 해서 모든 아토피 환자들에게 캐나다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간요법도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환자는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민을 결심한 그로서는 굳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우리나라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토로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후의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의사의 제안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줄었지만 지후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쓴 돈이 한 달에 1백만원이 넘어요. 아토피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비가 그렇게 들어요. 전 빚을 내서라도 아이에게 다 해주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엄마들의 심정은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그 고통을 옆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어요.”
김씨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우선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거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건강보조식품, 치료기구들이 너무 비싸 아토피 환자를 둔 가정은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전문적인 의료진과 연구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아토피는 원인이 한 가지여서 한 가지 치료법만 개발하면 되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면역적 요인, 환경적 요인, 음식,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반응이 나오는 무척 복잡한 질병이다. 그러나 아토피에 대한 연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아토피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소아과나 피부과 의사 대다수가 아토피에 대해 잘 몰라요. 지후가 신생아 때 소아과 의사가 아이 얼굴을 보더니 ‘아토피네. 돌이 지나면 좋아지니 걱정 마세요’라고 했어요. 그러나 지후는 지금까지 꾸준히 치료했지만 아직도 아토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아토피라는 것을 알고도 감기약에 스테로이드제를 마음대로 넣는 의사도 부지기수고요.”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요법에 눈을 돌린다. 그래서 민간요법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민간요법을 사용하다 죽은 경우도 있다고.



캐나다 이민 가서도 아토피 피부염 앓는 아이들 위해 뭔가 하고 싶어


“아토피 피부염은 단순한 병이 아닌 환경성 질환이에요. 광부들은 탄광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가지고 들어간대요. 만약 갱 안에서 카나리아가 죽으면 산소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바로 밖으로 나간다는 거예요. 카나리아의 죽음을 무시하고 그냥 있으면 광부들도 죽는 거죠. 현대사회의 환경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는 바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이에요. 이들을 방치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위험에 닥치게 되는 거예요. 아토피 피부염은 환자 가족 각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일, 국민 모두의 일이에요.”
그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출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원숭이를 보는 것 같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그 시선들은 정말 우리를 피폐하게 해요. 나중엔 저도 그런 사람들에게 표독스럽게 말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아 부모가 얼마나 살기 힘든지 실감하겠더라고요.”

그는 백화점에서 지후를 잃어버렸다가 금방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후를 보호하고 있을 사람이 아무거나 먹여 아이가 겪을 끔찍한 고통이 떠오르며 ‘내가 지후를 보살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러면서 ‘만약 아이를 못 찾으면 고아원에 갈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고아원에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특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는 그는 여유가 생기면 이 아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고.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린 환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서 민간 차원에서부터 어떤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는 캐나다에 가더라도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자신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아픈 경험들이 꼭 쓰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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