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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멋진 아내 멋진 남편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MVP 차지한 농구선수 전주원

“편한 친구 같은 우리 부부, 운동 때문에 떨어져 지낸 시간 많지만 힘껏 돕고 고마워하면서 살아요”

글ㆍ김유림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입력 2005.11.02 10:43:00

지난해 임신을 하면서 은퇴를 선언했던 농구선수 전주원이 출산 후 현역으로 복귀, 지난 9월 끝난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MVP로 뽑혀 화제다. 지난 겨울리그에서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와 남편 정영렬씨를 만나 제 2의 농구 인생과 궁금한 결혼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MVP 차지한 농구선수 전주원

‘코트위의 여우’ ‘여자 허재’ 등의 화려한 닉네임을 지닌 농구선수 전주원(33)이 지난 9월19일 열린 2005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4월 임신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한 뒤 신한은행팀 코치로 활동해오다 지난 7월 선수로 복귀하자마자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것. 이날 경기에서 4쿼터 중반 이후 12점을 몰아넣어 지난 겨울리그에서 꼴찌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전성기 때만큼 할 수 있을까 하고 불안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기뻤어요. 선수로 복귀 전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편을 비롯한 모든 가족이 저를 응원해주세요.”
우승 기념파티는 지난 9월 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렸는데 신한은행 농구단 창단 1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전주원의 딸 수빈이의 돌잔치도 함께 치러졌다고 한다. 이는 팀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그에게 회사에서 특별히 준 포상으로 시즌 결승전이 있기 전 우승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그렇게 해주기로 미리 약속을 한 것이라고. 이날 행사장에는 신한은행 직원들과 농구단 선수들, 전주원 부부의 양가 가족들이 모여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전주원은 여름리그가 끝난 지 얼마 안돼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기를 끝내고 보름 정도 휴가를 얻어 집에 머물고 있는데 10월 초부터는 겨울시즌을 대비해 합숙 훈련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만 가족들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빨래는 기본, 집안 대소사 알아서 처리하는 가정적인 남편
지난 2001년 5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남편 정영렬씨(34)는 현재 스포츠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전초밥집도 문 열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정씨는 “98년 결혼 후 아내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많아 웬만해서는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두 사람에게만큼은 통하지 않는 얘기라고 한다. 그만큼 떠들썩하게 사랑하지는 않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
“남편이 미국에 있을 때는 일년에 한두 번밖에 얼굴을 못 봤어요. 주로 제가 시즌 경기를 끝내고 휴가차 미국을 방문했는데, 거기에서도 둘이 놀러 다닌 시간은 얼마 안됐던 것 같아요. 남편은 항상 공부 때문에 바빴고 저도 경기 끝내고 몸이 많이 지쳐 있던 상태라 집에서 그냥 푹 쉬는 걸 좋아했거든요. 남편이 도서관에 가고 혼자 집에 있으면 조용히 책을 보거나 근처 공원에 가서 운동을 하며 보냈어요. 이렇게 남편과 저는 오랫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해와서인지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웃음).”
두 사람은 지난 93년 전주원의 선배 농구선수를 통해 처음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정씨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전주원의 선배를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준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전주원을 소개받았다는 것. 그 뒤 여러 차례 친구들 모임에서 만나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주원이나 저나 처음에는 이성간의 느낌을 갖지 못했어요. 더구나 저는 체구가 작고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나면 만날수록 보고 싶더니 결국 사랑이란 감정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저희는 자연스럽게 정이 들어서인지 부부이기 이전에 그냥 편한 친구 사이 같아요. 남들은 이런 저희를 보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커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요(웃음).”
남편이 스포츠 마케팅을 하다 보니 전주원을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냉혹하게 질책을 받을 때면 ‘내 남편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남편의 쓴소리를 섭섭하게 여기지는 않는다고. 남편 정씨는 그가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에서부터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시시콜콜 참견을 하는데 정작 그가 시합을 할 때는 경기장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이 경기장에 오면 게임에서 진다’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MVP 차지한 농구선수 전주원



“아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 앞으로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길 바라는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주원이가 결혼한 뒤에는 운동을 그만뒀으면 하고 바랐어요. 어려서부터 너무 힘들게 운동을 해와 결혼해서까지 힘들게 사는 게 싫었거든요. 그러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저 혼자 집안일을 도맡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만약 내 아내가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고 이렇게 집안일에 몰두한 채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산다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현모양처도 좋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재능을 썩히지 말고 키워나가는 것이 본인이나 배우자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저 역시 아내이기 이전에 농구선수 전주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요.”
정씨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도 알아서 잘 챙기는 편이라고 한다. 청소, 빨래는 기본이고 집안의 대소사도 아내에게 떠넘기지 않고 알아서 처리한다고. 곧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갈 예정인데 이삿짐센터에 연락하는 것부터 새집 인테리어까지도 그가 모두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전주원은 자신과 달리 성격이 꼼꼼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정씨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임신 소식 접하고 처음으로 꽃다발 들고 공항으로 마중 나온 남편
결혼 후 6년 만에 얻은 딸 수빈이는 얼굴 생김새는 아빠를 쏙 빼닮고 체격은 엄마를 닮아 팔 다리가 긴 편이다. 살도 포동포동하게 올랐는데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그는 아이를 낳고 석 달 동안은 모유수유를 했지만 그 뒤로는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는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엄마인 저보다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 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MVP 차지한 농구선수 전주원

농구에 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그는 농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농구가 인생의 전부’라 생각한다고.


“어머님이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시고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은 아이가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하세요. 아이 몸에 작은 이상이 보인다 싶으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가시죠. 요즘 젊은 엄마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앞으로 수빈이 조기 교육도 어머님이 알아서 하실 것 같아요(웃음).”
그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월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 대회에서였다고 한다. 임신 사실을 모른 채 대회 내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는데 어느 순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임신진단 시약 테스트를 했는데 양성 반응이 나온 것. 그때까지 자신이나 남편 모두 아기를 가질 마음이 없었기에 그는 기쁨 반 걱정 반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의외로 남편의 목소리가 밝아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남편이나 저나 아이 없이 둘만 살 생각을 했을 정도로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남편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 남편의 기뻐하는 목소리를 듣고 내심 많이 놀랐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남편도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면 제가 속상해할까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 거라고 하더라고요. 결혼생활 6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남편이 그때 처음으로 꽃다발을 들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어요(웃음).”
평소 ‘내려갈 때가 아닌 올라갈 때 선수생활을 그만두자’라고 마음먹었던 그는 임신을 하자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22년 동안 농구를 한 그는 코트를 떠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갑작스레 은퇴를 하게 되자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은 혹시라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를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는 여느 산모들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배속 아이와 태담을 나누며 열심히 태교를 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아이는 수빈이 하나로 만족할 생각”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해 MVP 차지한 농구선수 전주원

지난 9월 만 한 살이 된 수빈이는 얼굴은 아빠를 쏙 빼닮았고, 체격은 엄마를 닮아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큰 편이라고 한다.


엄마 아빠로서의 준비가 덜 되어 있던 두 사람은 아이가 태어난 뒤 한동안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실수를 연발했다고 한다. 아이 돌보는 게 힘에 부칠 때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낳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두 사람은 요즘 들어 아이가 옹알이도 하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이는 낯가림도 심하지 않아 아무에게나 잘 안기고 떼도 쓰지 않는 성격이라고.
둘째 계획에 대해 묻자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아이 하나에 만족하기로 했다는 것.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그때는 정말로 전업주부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요. 둘째까지 어머님께 부탁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의 손에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거든요.”
가끔은 유니폼 뒤에 쓰여 있는 자신의 이름 석자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전주원. 그는 때로 남편으로부터 “당신에게는 가족보다 농구가 우선인 것 같다”는 불평을 들을 정도로 농구에 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데 가족의 소중함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농구를 하는 동안만큼은 ‘농구가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뛸 각오라고 한다. 남편 정영렬씨 또한 “아내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 더 큰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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