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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무대위에서 빛나는 여자

17년 무대 인생 담은 뮤지컬 ‘비밀의 정원’ 최정원

“배우로서의 꿈과 시련, 여자로서의 성장과정을 열정적인 노래와 춤으로 녹여냈어요”

글·민선화‘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11.01 18:13:00

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뒤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온 최정원. 그가 올해로 17년째에 접어든 자신의 연기 인생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가 담긴 뮤지컬 ‘비밀의 정원’의 주인공을 맡아 또 다른 변신에 나섰다.그가 말하는 뮤지컬 배우로 사는 행복과 자기관리법&일곱 살배기 딸과 남편 자랑.
17년 무대 인생 담은 뮤지컬 ‘비밀의 정원’ 최정원

최정원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자신보다 실력 있는 후배들을 뽑아서 연습하는 동안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맨얼굴로 사진촬영을 하기는 처음이에요. 땀이 많이 나서 화장을 할 수가 없어서요. 요즘은 하루 10시간 넘게 연습하고 있는데 그래도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늘 불안해요. ‘그러다 쓰러진다’고 주변에서 걱정하는데 이렇게 두세 달 힘들게 연습하고 지쳐 있다가도 공연 첫날 무대에 올라서 관객들을 보면 금세 에너지가 충전돼요.”
지난 10월25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비밀의 정원’의 주인공을 맡은 최정원(36). 지난 10월 중순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만난 그는 마치 실제 공연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춤 연습을 한 뒤 땀에 흠뻑 젖은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래도 피부는 좋죠?” 하고 특유의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촬영 내내 모델 못지않은 다양한 포즈를 선보였다.
그는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한다.
“지금껏 출연한 뮤지컬 중 연습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일부러 저보다 실력 있는 후배들을 뽑아서 공연 연습하는 동안 자극을 받았거든요. 노래 잘 부르는 후배와 춤 잘 추는 후배 사이를 오가면서 연습해 저를 ‘멀티플레이어’로 만들었죠(웃음).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제가 좀더 배우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뮤지컬계 스타로서 무대경력만 17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그는 “연기 욕심만큼은 신인 때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비밀의 정원’은 최정원이 간직해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과 시련, 다양한 사랑의 장면들,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여자로서의 성장과정 등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명장면들과 귀에 익은 음악들 속에 녹여낸 작품. 따라서 그에게 이번 공연은 데뷔 17년 차인 뮤지컬 인생을 중간 점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릴 때 정원을 헤매는 꿈을 자주 꿨어요. 정원의 문을 열면 그 안에서 제가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는데 한번도 멈춘 적이 없는 이상한 꿈이었어요. 이 꿈이 이번 뮤지컬에 모티프가 됐어요. 뮤지컬 배우 오디션을 보던 첫 번째 과거의 문부터 아홉 번째 문까지 문이 열릴 때마다 귀에 익은 뮤지컬 음악들이 들려오고 각기 다른 제 이야기가 펼쳐지죠.”
“9개의 문 중 어떤 문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그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것처럼 매일 연습할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 요즘은 아이와 영상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 8번째 문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하루 여섯끼 나눠먹는 식습관 10년 넘게 유지하며 자기관리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가 이번에 연출가로 도와줬어요. 저를 너무 잘 아니까 제 단점까지 보여주려고 해서 조금 곤란했죠(웃음). 남경주씨는 제게 아이 엄마로서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까지 표현하길 원해요. 배우가 솔직해야 된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배우로서만 존재하고 싶거든요. 연습할 때는 무조건 휴대전화를 꺼놓고 집안 얘기도 잘 안 해요. 수아가 아프다고 전화가 와도 공연 중에 달려갈 순 없잖아요. 배우와 엄마로서의 생활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7년 무대 인생 담은 뮤지컬 ‘비밀의 정원’ 최정원

그와 남경주의 인연은 무척 깊다. 지난 89년 데뷔작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첫 인연을 맺은 후 17편의 작품에 같이 출연해 무대 위에서의 ‘최고 연인’으로 불린 것. 그 바람에 한때는 실제 연인 사이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그는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었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아가씨와 건달들’을 공연할 때 처음 남경주씨를 봤는데 그날 분장실에서 화장하고 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하는 오빠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화장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아요. 그 후론 경주 오빠를 비롯한 남자배우들과는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저 멋진 동료 배우일 뿐이죠.”
그는 몇 달째 계속되는 연습과 두 달 넘는 장기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등산과 수영을 번갈아 하고 공연 전에는 2시간 이상 뛰면서 체력을 단련한다고 한다. 하루 여섯 끼의 식사와 과일 등을 챙겨먹는 것도 그만의 건강비법.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밥을 먹으면 몇 시간씩 춤추고 노래할 때 위에 부담을 줘 조금씩 자주 나눠 먹는 식습관을 벌써 10년 넘게 유지해오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면 이처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최정원. 그는 실제 공연 때보다 몇 배나 힘든 연습과정마저도 행복하다며 다시 태어나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제가 뮤지컬 배우가 된 것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선택 같아요. 남편과 결혼한 것보다도(웃음). 하지만 뮤지컬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러기엔 제가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수아와 남편을 비롯해 동료 배우와 후배들, 관객들까지 특히 사람을 너무 사랑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뮤지컬 공연하고 연습하는 게 힘들면서도 행복하죠. 아마 관객이 없는 곳에서 저 혼자 춤추고 노래하라고 했으면 노동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는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로 사랑받아온 비결’에 대해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덕분이라고 말한다. 물론 학창시절 친구를 다 잃었을 정도로 온통 뮤지컬에만 매달려온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해 뭘 할까?’ 하고 항상 고민해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는 것. 그는 또 “좋은 배우가 되려면 잘 비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백지 상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비워져 있어야 가득 채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매번 한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떠나요.”
17년 무대 인생 담은 뮤지컬 ‘비밀의 정원’ 최정원

지난 여름 그는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캐나다에 열흘 정도 머물면서 일곱 살배기 딸 수아를 현지에 있는 서머스쿨에 보냈는데 영어를 곧잘 따라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내 최초로 수중분만으로 태어난 수아는 친정어머니가 맡아 키우는데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느라 바빠서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지만, 수아와 같이 있을 때는 정서적으로 교감을 많이 나누려고 노력한다. 집안에는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을 보여주고, 직접 발레와 탭댄스 등을 가르치면서 수아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저는 항상 실컷 놀라고 해요. 그 나이에는 공부보다 놀면서 배우는 게 더 많잖아요. 대신 인사하는 법이나 예의 바른 행동 등 인성교육에 신경을 쓰죠. 저는 수아가 예의 바르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사랑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하잖아요.”
가끔 수아가 예의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회초리를 들기도 하는데 남편이 주로 그 역할을 맡는다고. 그래서 아빠보다 엄마의 인기가 더 좋다고 밝힌 그는 수아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엄마한테 투정부리는 일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도 KBS 토크쇼 ‘이홍렬·박주미의 여유만만’에 수아와 처음으로 출연했는데 수아가 어른스런 행동을 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수아가 한 살 때 모유를 미리 짜놨다가 우유병에 넣어서 먹이곤 했는데 한번은 모유가 뭉친 줄도 모르고 그냥 먹였다가 기도가 막혀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제가 방송 중에 그 얘기를 하는데 수아가 옆에서 듣고 막 우는 거예요. 이홍렬씨가 우는 수아를 달래면서 ‘엄마, 아빠한테 바라는 점이 있냐’고 물었더니 수아가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엄마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또래 아이들보다 속 깊고 어른스런 수아가 누굴 닮은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엄마와 아빠를 반반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수아는 특히 엄마를 친구들한테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할 정도로 자랑스러워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도 엄마는 공연을 가야 된다면서 아빠를 깨워 밥을 달라고 할 정도라고.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는 공연 가야 한다며 아빠 깨워 밥 달라는 딸 수아
17년 무대 인생 담은 뮤지컬 ‘비밀의 정원’ 최정원

최정원은 남편이면서 자신의 열렬한 팬인 남편 임영근씨와 엄마가 뮤지컬 배우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딸 수아가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딸이 이처럼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는 남편 임영근씨(36)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수아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바빠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것.
그는 남편 임영근씨에 대해 남편인 동시에 자신의 열렬한 팬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서로 바빠서 닭살 문자를 주고받으며 데이트를 대신하고 있다고.
“남편과 동갑내기인데 동갑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요. 제가 무슨 일이 있어 속상해하면 ‘내가 다 해결해 줄게’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피곤해하면 팔과 다리를 안마해주고 물 한 잔이라도 직접 가져다줄 정도로 자상한 남자예요. 그런데 알고보니 저희 시어머님이 지금까지 쓰레기를 직접 버리신 적이 없대요. 시아버님이 어머니께 잘 하는 걸 보고 남편도 배운 거죠.”
더욱이 남편 임씨는 수아가 태어난 후 여자의 위대함을 느껴 여자들한테 더욱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그에게 ‘둘째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수아가 어릴 때 죽을 뻔한 충격적인 일을 겪은 후 아기를 낳고 엄마가 직접 돌보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어 출산계획은 없다”고 했다.
딸과 남편의 열렬한 응원 속에 현재 뮤지컬 ‘비밀의 정원’ 공연에 전념하고 있는 최정원.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하고 직업으로까지 삼게 된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그는 최고의 작품을 만났을 때 불꽃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때문에 매번 작품을 대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그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로, 행복한 가정의 안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행운이 아닌 듯하다.

여성동아 2005년 11월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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