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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스러운 그녀

안정환 부인 이혜원의 ‘프랑스 생활 & 남편 내조, 육아 이야기’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틈틈이 텃밭 가꿔 남편, 아이에게 무공해 야채 먹이고 있어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의상 & 소품 협찬·샤넬 ■ 헤어 & 메이크업·정샘물 인스피레이션

2005. 11. 01

2001년 ‘테리우스’ 안정환과 결혼, 뭇 여성의 부러움을 샀던 미스코리아 이혜원씨. 그도 이제 결혼 4년째로 접어들며, 17개월 난 딸을 둔 주부가 됐다. 안정환의 연고지를 따라 이탈리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그는 일본을 거쳐 현재는 프랑스에 머물며 남편을 내조하고 있다. 안정환과 함께 잠시 귀국한 이혜원씨에게 프랑스에서의 생활과 남편, 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정환 부인 이혜원의 ‘프랑스 생활 & 남편 내조, 육아 이야기’

지난10월 중순 치러진 이란과의 친선 축구경기를 위해 귀국한 남편 안정환(29)과 동행한 부인 이혜원씨(26). 17개월 난 딸 리원이를 안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그는 “리원이가 아빠를 많이 닮았죠?” 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본 요코하마를 거쳐 지난 여름 프랑스 메츠로 옮기게 됐어요. 이제 이삿짐 싸는 데는 도가 텄죠. 메츠는 파리에서 기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한적한 도시예요. 지나치게 번화하지 않아서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곳이죠. 아, 내년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도 차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어요.”
안정환은 메츠로 옮기기 한 달 전 아내와 딸을 위해 미리 집을 고르고 수리를 했다고 한다. 메츠에 마련한 집은 정원이 딸린 아담한 단독 주택. 이혜원씨는 살림하며 아이를 키우면서 텃밭에 야채도 가꾼다고 한다.
“저희는 모든 일을 의논해서 결정하는데 이사하기 전에 제가 먼저 정원이 있는 주택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오빠가 정말 동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예쁜 집을 구해놓았더라고요. 이사하자마자 자투리 땅에 상추와 알로에를 심었죠. 처음엔 잘 자라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거름을 좀 주니까 싱싱하게 잘 자라더라고요. 덕분에 유기농 야채를 맘놓고 먹게 됐죠.”
자신도 이제는 ‘어엿한 아줌마’라고 말하는 이혜원씨.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생활이 외로울 법도 한데 그는 남편과 리원이가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친구들이랑 수다떨면서 노는 게 좋았는데 리원이가 생기고 나니 그럴 틈이 전혀 없어요.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집안일을 하는 게 더 보람 있어요. 밑반찬을 해서 냉장고에 꽉 채워놓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혜원씨는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선수에게는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보양식부터 김치며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남편과 아이가 먹는 음식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만든다고.
“오빠는 제가 만든 음식을 좋아해요.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라 점심에 양식을 먹었으면 저녁에는 꼭 한식을 찾죠. 그래서 낮에는 파스타나 스파게티를 준비하고 저녁에는 주로 찌개와 나물 등 한식 위주로 차려요. 또 오빠가 겉절이를 좋아해서 사흘에 한 번씩 김치를 담가요.”
그는 프랑스가 한국과는 다른 식문화를 가진 곳이라 남편 보양식 챙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장어나 사골 등 한국의 전통적인 보양식 재료는 특히 구하기가 힘들다고.
“일본에 있을 때부터 장어를 고아 먹였는데 프랑스 장어는 일본 장어보다 힘이 더 센 것 같아요. 냄비에 넣고 한참을 끓이다가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장어가 갑자기 머리를 내밀고 ‘확’ 튀어 올라오는 거예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또 프랑스 사람들은 사골을 먹지 않기 때문에 다 버려요. 그래서 ‘소 잡는 날’에 맞춰 정육점에 가면 사골을 공짜로 얻을 수 있어요(웃음).”

프랑스 아이들과 몸짓으로 대화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리원이
인터뷰 중간 중간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리원이가 “엄마”를 부르며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이란전을 마치고 10월13일 먼저 프랑스로 출국한 안정환도 휴대전화로 리원이의 안부를 물었다. 리원이는 프랑스 공립 놀이방에 다니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고 한다.
“어차피 그 또래 아이들은 말을 잘 못하니까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는데 리원이는 아이들과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면서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려요.”

안정환 부인 이혜원의 ‘프랑스 생활 & 남편 내조, 육아 이야기’

그는 리원이를 위해서는 메츠로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일본보다 여유롭고 친환경적이라는 것. 또 의외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서 이이를 키우기에도 한결 수월하다고 한다.
“일본에선 집 밖으로 나가면 바로 도로 앞이라 많이 불안했는데 여기는 교통량도 많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아서 좋아요. 이웃끼리는 서로 마당에 열린 과일도 나눠 먹고 집도 방문하면서 친하게 지내요. 또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전액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놀이방을 공짜로 다닐 수 있어요(웃음). 대신 부모가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저는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는 정도고 오빠는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같이 놀아주죠. 프랑스 사람들도 축구를 좋아해서 어린 아이들까지도 오빠를 다 알아요. 집까지 찾아와서 사인을 해달라며 조르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무엇보다 육아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프랑스 사람들은 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면에서 한국 사람들과 다르다고 한다.
“한국 엄마들이 아이를 조심조심 키우는 반면 프랑스 엄마들은 좀 험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아직 태열기가 가시지 않은 갓난아기를 데리고 쇼핑이나 산책을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또 아이가 좀 크면 부모가 별로 간섭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저는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잘못한 건 따끔하게 야단치고 절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리원이가 프랑스 말보다 다양한 문화에 익숙해지기를 바란다고 한다.
“아직 말을 유창하게 할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리원이가 여기서 불어를 배우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대신 많은 걸 보고 다양한 문화를 몸으로 익히기를 바라죠. 프랑스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끼리도 스스럼없이 지내는데 그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격이나 외모가 아빠를 쏙 빼닮은 리원이는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한다. 또 아빠가 나오는 축구 경기장에 가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돌 전만 해도 저를 많이 닮은 것 같았는데 요즘은 ‘아빠 판박이’라고들 하세요. 식성도 아빠를 닮아서 아이답지 않게 오이나 토마토 같은 채소를 좋아하죠. 또 집에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뛰어다녀요. 축구장에도 자주 가는데 공에는 관심이 없고 아빠만 봐요.”

남편 내조 위해 둘째 계획은 내년 독일 월드컵 이후로 미뤄
안정환 부인 이혜원의 ‘프랑스 생활 & 남편 내조, 육아 이야기’

딸 리원이와 함께 한 이혜원씨. 17개월 된 리원이는 성격과 외모가 아빠 안정환을 꼭 빼닮았다고 한다.


그는 남편 안정환에 대해 “자상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잘해준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말도 잘 안 하고 차분했는데 알고 보니 다 내숭이더라고요. 재미있고 가정적인 편이에요. 남자들 중에도 밖에서 말을 많이 하다가 집에만 들어가면 과묵한 사람이 있잖아요. 오빠는 반대로 밖에서는 말이 없다가도 집에만 들어오면 수다쟁이가 되죠.”
안정환은 특히 리원이를 낳은 후 아내 사랑이 더욱 각별해졌다고 한다. 이혜원은 그런 면에서 남편에게 더욱 고맙다고.
“리원이를 가졌을 때 ‘아이를 낳으면 애정이 식겠거니’ 생각을 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한결같아요. 특히 지금까지도 ‘아이 낳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해요.”
결혼 후 4년 동안 한번도 큰 소리 내며 다툰 적이 없다는 안정환·이혜원 커플. 이들은 여행을 자주 다니자고 한 신혼 때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고 한다.
“저희 부부는 오빠가 이탈리아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결혼을 해서 따로 신혼여행을 못 갔어요. 그때 오빠가 미안했는지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는데 지금까지도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어요. 그래서 주말이 되면 어디든 나가죠. 최근에는 리원이를 데리고 파리 시내 투어를 했어요.”

안정환 부인 이혜원의 ‘프랑스 생활 & 남편 내조, 육아 이야기’

그는 당분간은 안정환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남편 내조에 각별히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둘째 계획도 월드컵 이후로 미루었을 정도.
“오빠가 딸 둘, 아들 하나 이렇게 셋을 바라는데 사실 둘째를 가지려면 지금이 가장 적당하지만 아무래도 내년 월드컵 때 오빠가 신경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아서 둘째 계획을 내년 6월 이후로 미뤘어요. 전 리원이를 닮은 딸 하나만 더 낳았으면 좋겠는데 오빠는 셋은 돼야 한다고 하네요.”
황선홍, 홍명보 등의 은퇴로 안정환은 이제 대표팀에서 고참급 선수가 됐다.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 것. 이혜원씨는 그런 남편이 마냥 안쓰럽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오빠가 마냥 멋있어 보이기만 했는데 요즘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핑 돌 정도예요. 그래서 전 경기장에도 잘 안 가려고 하는데 오빠가 ‘응원석에서 내 가족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더 열심히 뛰게 된다’고 해서 꼭 리원이를 데리고 응원하러 가죠.”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하는 이혜원씨. 늦가을 쌀쌀한 공기 속에서도 그의 미소는 봄햇살처럼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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