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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이현씨가 일러주는 도서관 학습법 A to Z

“조바심 버리고 아이에게 도서관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주세요”

입력 2005.10.18 14:56:00

도서관에서 책 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인터넷사이트 ‘도서관 옆 신호등’을 운영하는 이현씨는 도서관만 잘 활용하면 어떤 사교육도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이현씨가 들려준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만드는 도서관 학습법.
주부 이현씨가 일러주는 도서관 학습법 A to Z

‘도서관 옆 신호등(www.도서관옆신호등.com)’이란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도서관의 유용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이현씨(37)는 프랑스 유학 시절 도서관 학습법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6세이던 큰아이 진아(10)는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다니며 그곳에서 불어와 프랑스의 생활문화를 익혔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도서관에서 한글과 우리나라의 문화를 익혔다.
“둘째 시완이(6)도 도서관에서 키웠어요. 36개월 때부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하루 20∼30권의 책을 읽으며 한글을 깨쳤지요. 시완이는 도서관에서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어요.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현재 진아와 시완이는 자기들끼리 일주일에 사흘을 용인 수지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 엄마의 도움 없이도 도서관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법을 체득한 덕분이다.
이현씨가 말하는 도서관의 최대 장점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도서관에서 도서검색을 통해 유아 그림책에서부터 학술서적까지 공룡과 관련된 수백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혀갈 수 있는 것. 공룡 책을 읽다가 문득 지구의 역사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지구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을 찾아볼 수 있고, 화석에 대해 알고 싶으면 또한 화석에 관한 책을 찾아볼 수 있다. 책을 사서 읽으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접하게 되는 책의 가짓수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관심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 쌓을 수 있는 도서관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책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척척 소화해내는 경우가 많아요. 시완이는 공룡에 관해서는 거의 박사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어요. 공룡 이름을 외울뿐더러 공룡 각각의 성향까지 파악해서 사람과 공룡을 비교할 정도예요. 화를 잘 내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을 보면 ‘저 아저씨, 티라노사우루스 같아’라고 하고 덩치는 크지만 유순한 사람을 보면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아요’라고 말해 제가 깜짝 놀라곤 해요. 만약 집에서 책을 읽혔다면 그 많은 공룡책을 보여주지 못했을 거고, 우리 아이의 호기심도 깊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책보다는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도서관 학습법을 전파해오면서 이현씨는 많은 부모들이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가 도서관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며 상담을 요청해온다는 것.
“아이가 도서관을 재미없어하는 건 예전에는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낯선 환경에서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하니 당연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죠.”
이현씨는 아이와 도서관에 갔을 때는 먼저 도서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만난 사람도 인상이 좋아야 이야기하고 싶고 다시 만나고 싶어지듯 도서관도 마찬가지라는 것. 처음에는 서고에서 책의 제목만 훑어보고 유아실, 아동실, 대출대, 디지털실, 검색대, 야외공원 등 도서관 구석구석을 두루 살피며 아이에게 충분히 탐색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검색대에서 키워드 넣기. 아이와 함께 검색대에 앉아 ‘공주’ ‘자동차’ 등 아이가 관심 갖는 키워드를 넣으면 도서관에 있는 해당 책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리스트에서 책을 선택해 제목과 분류기호를 적고 해당 서고에 가서 책을 찾는다. 이 모든 과정은 반드시 아이와 함께 해야 하며 이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르고 분류기호를 따라가서 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과 아이와 엄마가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한곳을 바라보며 책을 읽어야 집중이 더 잘되고 작은 목소리로 읽어줘도 아이가 엄마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기 때문. 책을 읽을 때는 먼저 표지 보는 법부터 가르친다. 표지에는 책의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주부 이현씨가 일러주는 도서관 학습법 A to Z

프랑스 유학 시절 도서관의 유용성을 알게 된 이현씨는 진아·시완 남매를 도서관에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목은 아이 이름, 지은이는 엄마 아빠, 출판사는 책을 만든 집이라고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해요. 표지를 통해 책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나중에 커서 어려운 전공서적을 볼 때도 제목과 목차만 가지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지요.”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기록을 남기도록 한다. 이현씨는 도서관 노트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도서관 노트란 한쪽 면에는 줄이 쳐져 있고, 반대쪽 면은 백지로 된 공책. 줄 쳐진 면에는 읽은 책의 제목, 지은이, 출판사를 적고 아이가 질문한 내용이라든지 아이의 반응을 적는다. 백지 면에는 아이에게 책 읽고 난 후의 느낌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한다.
“이걸 도서관 낙서라고 해요. 읽은 책의 키워드를 적는 거죠. 예를 들어 ‘흥부전’을 읽었다면 흥부, 놀부, 제비, 박씨, 밥주걱 등을 적어요. 그 다음 각 단어들의 상관 관계를 표시하지요. 흥부와 놀부는 대립, 흥부와 제비는 친근, 밥주걱과 제비는 상관없음 등등. 그러면 전체 이야기가 구조화되어 머릿속에 들어와요. 이것을 글로 풀어 정리하면 독후감이 되는 거죠.”
이현씨는 이 같은 책읽기 절차를 SQ3R로 정리한다. S는 Survey, 즉 훑어보기이며, Q는 Question으로 ‘책 제목은 왜 이것일까’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굴까’ 등등 아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책에 호기심을 나타내게 하는 것이다. 3R는 Read(읽기), Recite(체계화), Review(다시 보기)로, 즉 책을 읽은 다음 그림 그리기나 낙서로 책의 내용을 체계화하고 다시 제목과 목차를 보면서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서관 분류법 따라 책 읽으면 책읽기와 학습,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주부 이현씨가 일러주는 도서관 학습법 A to Z

도서관의 책 정리 원리를 잘 알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서관들은 듀이의 십진분류법에 따라 9가지 분야로 책을 나누기 때문에(총류는 제외) 이 분류체계를 알고 있으면 전 세계 어느 도서관을 가더라도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총류는 000, 철학은 100, 종교는 200, 사회과학은 300, 자연과학은 400, 기술과학은 500, 예술은 600, 어학은 700, 문학은 800, 역사는 900이다.
그는 관심 분야별로 책을 고를 때 분류표의 순서대로 해보라고 조언한다. 만약 아이가 충무공 이순신에 관심을 갖는다면 먼저 백과사전(000)에서 이순신을 찾아본다. 그 다음 학익진, 거북선, 임진왜란, 조선, 선조 등 여러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고 그 결과로 나온 책들을 분류표 순대로 읽어본다. 900번 대의 책까지 읽게 될 때쯤 아이는 이순신과 관련한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게 된다는 것. 거북선에 대해 알아가며 과학공부를 하고, ‘난중일기’를 읽으면 문학공부를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서관에서 책읽기의 방법을 익히면 학교공부도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열심히 책을 읽다가도 고학년에 올라가면 학교공부를 하느라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독서교육 대부분이 교과 학습과 별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아 가면 책읽기와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요.”
이현씨는 도서관을 학습에 이용할 때도 앞서 말한 책읽기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라고 말한다. 먼저 교과서를 분석해 키워드를 뽑아내고, 그 키워드로 검색해 책을 찾은 다음 분류표 순대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초등학교 전학년에 걸친 지식, 나아가서는 중학교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각기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를 이루게 되어 요즘 강조되고 있는 교과목 통합교육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요즘 너무도 많은 자녀교육법이 범람하고 있어 많은 엄마들이 유행하는 교육법에 자기 아이를 맞추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교육법이라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도서관 학습법도 아이가 즐거워하게끔 이끌어줘야 해요.”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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