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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아빠의 육아 노하우

육아카페 운영하는 싱글 파파 손영철

“육아카페에서 육아 정보와 함께 사랑 배우며 아이 키워요”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10.11 16:45:00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만나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떠는 남자가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육아카페를 운영하는 ‘다빈 아빠’ 손영철씨가 주인공. 딸이 생후 4주 됐을 때 아내와 헤어진 후 지금까지 혼자 아픈 딸을 키우고 있는 그의 애틋한 부정과 육아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육아카페 운영하는 싱글 파파 손영철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던 9월 초, 한 극장 앞에 아이를 안고 업고 한 무리의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인터넷 육아카페 ‘즐거운 육아, 상큼한 나들이(http:// cafe.daum.net/smilebabies)’ 회원들이 단체 영화 관람을 나온 것이다. 그런데 엄마들 속에서 아이를 업은 채 수다를 떠는 남자 한 명이 보인다. 바로 육아카페의 주인장인 ‘다빈 아빠’ 손영철씨(35)다.
“다빈 아빠는 정말 대단해요. 우린 엄마 노릇 하기만도 힘든데, 혼자서 엄마 아빠 두 몫을 잘 해내고 있으니까요.”
카페 회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는 왜 혼자서 엄마 아빠 두 사람 몫을 다 해야 했던 것일까.
사실,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대기업 부설 연구소에서 근무한 엘리트였다. 그런데 2000년 IT 관련 벤처사업에 손을 댔다가 경기 불황으로 사업이 망하면서 개인파산자가 되었다. 하지만 2003년 봄 한살 연상인 여자와 알게 되었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져 다빈이를 갖게 됐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자 곧장 결혼식을 올렸어요. 서로 좋아했고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아내의 갑작스런 결별 선언으로 홀로 다빈이 키우게 돼
그런데 임신 기간 내내 우울증에 빠져 있던 다빈 엄마는 출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뜻밖의 시련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와 함께 하려고 혼인신고를 미뤘는데, 막상 다빈이가 태어난 후 혼인신고를 거부한 것. 결국 지난해 6월, 다빈 엄마는 “이렇게 사는 것이 희망이 없다”며 결별을 선언하고 항문이 막힌 채 태어나 곧바로 큰 수술을 받아야 했던 다빈이와 손씨의 곁을 떠났다고 한다.
“처음엔 아내가 야속하게 느껴져 원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곧 아내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아내의 고통을 모르던 바도 아니고, 무엇보다 다빈이에게 엄마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어요.”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결혼생활이 끝났기 때문에 그는 법적으로는 총각이다. 따라서 다빈이는 혼인 외 출생신고를 해야 했다. ‘총각 아빠’가 생후 26일 된 딸을 혼자 키우는 것은 너무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먼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당신 건강도 좋지 않은데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계신 아버지 병수발하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다빈이를 맡길 수는 없었어요. 저 말고는 다빈이를 키울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고 눈앞이 캄캄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그것도 아픈 딸을 혼자 키워야 한다니, 정말 막막했어요. 육아 관련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순간순간 벌어지는 상황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더라고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인터넷의 한 육아카페에 다빈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이나 궁금한 점을 글로 써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처음 글을 올릴 때만 해도 하루에 수십만 개의 글들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올리는 글마다 꼬리말이 수십 개씩 달리는 등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도움을 보내줬다고.

육아카페 운영하는 싱글 파파 손영철

손씨가 홀로 다빈이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인터넷 육아카페 회원들.


인기가 많아진 그는 올해 1월 따로 카페를 개설했고, 3월에는 다빈이가 생후 7개월 무렵까지 카페 회원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모아 ‘울지마, 다빈아’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솔직히 생계를 위해 책을 냈어요. 다빈이 키우는 틈틈이 집에서 IT 관련 프리랜서 일을 했지만 지난해 가을쯤 되니까 수중에 가지고 있던 현금이 바닥이 나더라고요. 다빈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새 일자리를 구해야 했지만 딱히 다빈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궁리한 끝에 그동안 카페에 올린 글들을 책으로 만들어보기로 한 거예요.”
돌이켜보면 보증금 5백만원의 지하 사글세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홀로 아픈 다빈이를 키우고 살았던 지난 세월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한다.
“다빈이를 혼자서 키우기 시작한 이후부터 제 생활은 모든 게 다빈이에게 맞춰 돌아갔어요. 우유를 먹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목욕을 시키고, 젖병 소독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어느 날은 울어대는 다빈이를 안고 달래다가 저도 같이 울어버린 적도 있어요.”
그렇게 다빈이 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또한 다빈이 때문에 웃을 수도, 고난을 견뎌낼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만큼 기쁨 또한 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행운아죠.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이런 행복과 기쁨을 쉽게 누릴 수 없잖아요.”
그는 “홀아비인 제가 지난 15개월 동안 이렇게 다빈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카페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라고 말한다. 네티즌의 정성은 단지 조언으로만 그치지 않았다는 것.
“육아일기를 카페에 올린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강원도 원주에 사시는 한 회원이 분유 한 통을 보내주셨어요. 그 분유를 받고 마치 심봉사가 동네 아낙네들에게 젖동냥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고맙기도 했지만, 저 자신이 비참하고 초라해진 느낌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분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어요.”
분유를 시작으로 많은 회원들이 옷이며 장난감이며 이유식이며 유모차 등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그를 위해 밑반찬까지 보내줬다고 한다.
“인터넷 육아카페는 육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공간이자, 우리 부녀에게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는 희망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곳이에요.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해서 저도 그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한 끝에 그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나들이였다고 한다.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외출은 꿈도 못 꾸는 카페 회원들을 위해 ‘상큼한 나들이’라는 오프라인 모임을 만든 것이다. 다빈이가 생후 6개월 무렵일 때 첫 모임을 가졌고, 그 후 지금까지 주중과 주말로 나누어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젖먹이는 엄마들 모습 자연스러워
모이면 고궁이나 놀이공원 등으로 소풍을 가거나, 가끔은 전시회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도 아니면 그냥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그는 “모임에 대한 호응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엔 엄마들 속에서 조금 어색하기도 했어요. 첫 모임이었는데 아이들 젖먹일 시간이 되자 엄마들이 서슴없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거예요.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그래도 남자이고 보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것은 별 문제가 안됐던 거죠.”
항문폐쇄증을 앓고 있는 다빈이는 그동안 수술을 2차례나 했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한 후 지난 7월 두 번째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다고 한다. 그런데 다빈이가 건강해진 반면, 안 좋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 8월 초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그래서 그는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경기도 오산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육아카페 운영하는 싱글 파파 손영철

손씨는 “울어대는 다빈이를 달래다 같이 울어버린 적도 있다”고 말한 뒤 웃었다.


“다빈이도 건강해졌으니까 저도 이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해야죠. 열심히 일해서 다빈이 잘 키워야 하니까요. 그래야만 떠난 아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그는 가끔씩 다빈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곤 한다고 말한다. 힘들 때도 생각나지만, 다빈이가 활짝 웃을 때도 아내의 빈자리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는 것.
그는 “그동안은 여유가 없었지만 언젠가는 좋은 사람 만나서 꼭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는 사랑에 기대고 사랑을 기다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랑을 주면서 살고 싶어요. 다빈이를 키우면서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사랑을 줄 때 더욱 행복하고 마음이 넓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다빈이를 키우면서 저도 참 많이 컸죠(웃음).”
홀로 다빈이를 키우면서 무엇보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다빈 아빠’ 손영철씨. 그가 다시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길 바라며 그의 바람대로, 아빠와 수많은 네티즌 엄마들의 사랑을 간직한 채 다빈이가 ‘따뜻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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