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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솔직 토크

‘남편의 외도 심리 & 해결방법’

“바람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도피처,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정의 행복 원해요”

기획·최호열 기자 / 정리·윤선애‘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5. 10. 10

남편의 외도를 다룬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는 말을 들을 만큼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온 맹순이가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 받자 주부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를 통해 나타난 부부갈등과 남편의 외도 심리에 대해 주부 2명과 기혼 남성, 정신과의사 김병후 박사가 모여 솔직한 얘기를 나누었다.


제사상에 올릴 문어 살 돈이 아까워 주꾸미를 대신 사고, 아파트 재활용 박스에서 남들이 입다 버린 헌옷가지를 뒤져 골라 입으며, 남편의 낡은 속옷을 잠옷으로 입고, 화장품은 샘플로 해결…. 주변 사람들로부터 ‘왜 그렇게 사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린 끝에 결혼 10년 만에 아파트 한 채를 온전히 갖게 된 전업주부 맹순이(최진실). 그런 맹순이에게 남편 반성문(손현주)이 더 이상은 같이 살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주부들의 가슴을 울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편의 적은 월급으로 아이들 키우며 내집 마련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맹순이가 이혼을 요구 받자 주부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반성문(손현주)이 외도를 한 데는 성적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안 한 맹순이의 잘못도 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즐겨보는 주부 김성은씨(42)와 이효정씨(37), 회사원 이남식씨(34), 정신과의사 김병후 박사(50)가 모여 이 드라마를 바라보는 여자와 남성의 전혀 다른 시각, 부부간에도 몰랐던 배우자의 심리,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에게 아내는 여성이 아닌 가족?’
김성은 : (이하 은) 요즘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가 ‘장밋빛 인생’이에요. 맹순이가 이혼을 요구하는 반성문에게 얻어맞는 장면을 볼 때는 제가 온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마디마디가 아파 왔어요.
이효정 : (이하 정) 맹순이의 모습에 우리 보통 주부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으니까요. 저도 보면서 ‘맞아 맞아, 나도 그래’ 하는 부분이 많아요. 맹순이처럼 악착같지는 않아도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시장 가서도 아등바등 하고 자기를 위해 돈을 쓰는 건 아까워하는 게 주부의 마음이잖아요.
이남식 : (이하 식) 저도 ‘장밋빛 인생’을 즐겨보는데, 남자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어요. 맹순이처럼 화장기 하나 없는 부스스한 얼굴에 뽀글뽀글 파마 머리, 여기저기 늘어진 옷에 남편 트렁크 팬티를 입고 자는 아내의 모습에 질리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요?
정 : 남자도 집안 살림과 육아에 시달려 보세요. 직장에 출근하는 여성처럼 곱게 꾸미며 살게 되는지…. 오히려 남편이 맹순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여겨야죠.
은 : 그런데 남자들은 아내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못 느끼나요? 반성문도 맹순이에게 아내는 여자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하잖아요.
식 : 솔직히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아내는 예전의 가슴 떨리게 하던 상대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같은 가족처럼 느껴져요. 조금 중성적인 느낌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 남자들이 아내에게 없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바깥의 여성들에게 빠지는 거죠.
은 : 아내를 바깥 여성들과 비교해서는 안 되죠.

‘남편의 외도 심리 & 해결방법’

식 : 그래도 남자들은 아내가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이길 원해요. 낮에는 남들이 봐도 지적이고, 밤에는 남편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거지요. 만약 이런 아내라면 바람을 피울 일은 줄어들 것 같아요.
김병후 : (이하 후) 아내가 예쁘게 꾸미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보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에요. 그보다는 남편이 아내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고 봐야죠. 드라마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반성문의 경우도 그렇다고 봐야죠. 단적으로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반성문이 맹순이에게 이혼을 요구할 때 ‘니가 언제 남편 대접 제대로 해줬냐? 툭하면 애 취급이나 하고’라고 말하잖아요. 상처가 많았다는 말이죠.
정 : 물론 주부들이 집안일과 육아에 시달리느라 남편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남자가 가정을 버리는 이유는 안 되는 거 아닐까요?
후 : 가령, 남자들은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와 편히 쉬고 싶은데, 아내는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술을 많이 먹는다’ ‘돈을 적게 벌어온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놀아달라’ ‘퇴근 후에 아이와 시간을 가져달라’ 등등. 그런 아내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어느 순간 도피를 하게 됩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예요. 남편이 ‘집안 꼴이 왜 이 모양이냐’ ‘아이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 ‘돈을 벌어다주는데 어디 다 쓰느냐’ 같은 말을 들으면 상처를 받잖아요. 바람이란 영혼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도피처 같은 거예요. 각자 받은 상처를 새로운 대상을 찾아 치유하려는 거죠. 드라마에서는 일방적으로 맹순이만 상처받은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분명히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상처를 안고 있을 거예요.
정 : 부부 간에 삶을 서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네요. 남편은 아내의 육아와 집안일에 시달리는 삶을, 아내는 남편이 월급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술은 왜 마시는 지를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될 것 같아요.
식 : 이 드라마를 보면 불륜의 만물상 같아요. 반성문 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이렇게 저렇게 바람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특히 아이러니한 게 맹순이 동생 맹영이(이태란)는 언니가 바람난 남편 때문에 맘고생 하는 것을 걱정 하면서도 자기는 이미 유부남이 돼버린 첫사랑과 깊은 사랑에 빠져 있잖아요.
은 : 시어머니는 어떻고요. 자신도 남편의 두집 살림으로 고통을 받았고 사위가 바람을 피웠을 때는 핏대를 세워놓고는 정작 아들이 바람피운 것을 알고는 오히려 이혼을 종용하잖아요. 시누이도 그렇죠. 이혼 원인을 구질구질하고 억척스럽게 산 맹순이의 탓으로 돌리는데, 그걸 보면 같은 여자이면서 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 :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 속담이 있잖아요. 제 주변에서도 이혼까지 가는 경우, 시집에서 며느리에 대해 그동안 없던 트집까지 잡는 것을 봐요. 가령, 여자가 경제적으로 나으면 돈 조금 있다고 너무 잘난 척 한다느니, 남편을 무시한다느니 하면서요.
식 : 시집에서 아들이 외도한 것을 알면 처음에는 아들에게 호통을 치고, 상대방 여성에게 가서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한 편이 되지요. 하지만 이혼까지 갈 경우에는 아들 역성을 드는 것이 보통이잖아요.
후 : 드라마에서 가족 이기주의적인 모습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시집 식 구들이 무조건 맹순이가 외모를 가꾸지 않기 때문에 아들이 혹은 오빠가 바람을 피우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요. 아까 말했듯이 반성문이 받은 상처를 시집 식구들도 마음속으로 공감하고 있었을 거예요.

바람피우는 남자들도 경제적, 심리적으로 에너지 소모 커
은 : 남자의 바람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타고난 바람기가 있어 죄의식 없이 여자를 탐닉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박사님 말씀처럼 아내에게 상처를 받고 다른 곳에서 위안을 받으려는 거죠. 어떤 이유든 바람 한 번 안 피워본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제 남편도 극중 오미자(조은숙) 같은 여성을 만나면 바람을 피지 않을까 싶어요.
후 : 모든 유부남이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말을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남성은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원해요. 오히려 바람 근처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아요.


식 : 제가 그래요(웃음). 그런데 하도 불륜 드라마가 유행하니까 남자들이 아내로부터 억울한 오해를 받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휴대전화에 종종 ‘오빠! 나 외로워요’ 같은 스팸 문자가 오는데 마치 특별한 관계에 있는 여성이 보낸 것 같아 바람을 피운 것처럼 몰리기도 하지요.
후 : 바람피우는 남자들도 고민이 많아요. 바람피우지 않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바람을 피우려면 돈도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들킬까봐 노심초사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아내에게 돌아오게 되지요.
은 : 저도 남자들의 바람은 대부분 일시적인 것이어서 오래 안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극중 반성문처럼 이혼을 요구한다면 응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 같으면 그럴 것 같아요. 남편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끝까지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려는 맹순이의 모습에 동정심이 일면서도 ‘나라면 안 맞고 차라리 줘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 :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이혼 후의 모습에 환상을 심어준다는 거예요. 스토리가 대부분 이혼 후 불행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다는 거잖아요. 여성이 이혼을 하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제 주위만 해도 이혼 후에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정 : 맞아요. 전업주부들이 이혼을 생각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는 거니까요. 또한 아이에게 아빠 없는 설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남편이 바람을 피웠더라도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아요. ‘나중에 늙어서 보자’고 칼을 품으면서….
후 : ‘나중에 늙어서 보자’는 말이 가장 무서운 말이죠(웃음). 나이 들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지 못한 남성의 말년은 참으로 비참해요. 남성은 나이 들수록 아내가 없으면 벌벌 떨고 우는 경우까지 있어요. 반면 아내는 남편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드는데다 육아 부담까지 없어져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져요. 여성은 나이 들면 수다 떨 친구만 있어도 외롭지 않고요.
은 : 그런데 요즘은 여성들의 외도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 역시 남편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겠죠?
후 : 제가 상담한 사례가 있는데, 남편은 회사생활이 힘들다는 핑계로 집에 와서는 섹스만 해결하려고 했어요. 아내는 가슴 한구석이 허전함을 느끼고 살았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대학동창과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는 듯한 동창에게 마음이 끌려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고, 결국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죠. 남편은 처음엔 극도로 분노했지만, 저와 상담을 하면서 외로웠던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했어요.
식 :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 곪은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거군요.
정 : 외도를 하는 여성은 또 한 번 상처를 입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편과는 뭔가 다를 것 같은 남자도 결국 남성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니까요.
후 : 맞아요. 남자는 섹스 위주이기 때문에 여성이 외도하더라도 결국 ‘당했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가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남편의 바람 용서할 거면 확실하게 덮는 게 좋아
식 : 남자들은 자신이 바람피운 것을 아내가 눈치 챘더라도 예전보다 더 살갑게 잘 해서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물론 이기적인 생각인 줄 알지만요.
후 : 마치 남성 외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말인 것 같은데, 여성들 입장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말이에요. 하지만 외도는 분명 부부 모두에게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이므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정 :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용서했더라도 나중에 부부 싸움할 때마다 공격거리가 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남편은 처음에는 빌다가 아내의 구박이 심해지면 반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지요. 때문에 덮어줄 거면 확실히 덮어줄 필요가 있어요.
식 : 처음에는 미안하다가도 나중에는 ‘남자가 그럴 수 있지!’ 생각하게 돼요. 남편에게 ‘너는 바람둥이’라는 낙인을 찍기보다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후 : 남편의 외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 유형이 있어요. 첫 번째는 분노하며 극단적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 두 번째는 가족의 문제로 보고 안정된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 세 번째는 분노하며 상처에 대한 복수를 하면서 남편을 놔주지 않는 경우에요. 세 번째 경우가 최악으로 부부와 가족 모두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지요. 저는 바람을 피운 남편은 일단 혼내주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그렇게 풀고 나서는 더 이상 남편의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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