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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요즘 주목받는 이 사람

“달의 생명체와 대화 나누며 소설 썼다” 주장하는 작가 이외수

“달은 우리 안에 있는 낭만과 감수성의 또다른 이름, 이런 것들이 자연스레 살아숨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김용해 기자

입력 2005.10.10 15:33:00

독특한 외모와 갖가지 기행으로 ‘기인’이라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그가 이번에는 달의 지하에 사는 생명체와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썼다는 신작 소설 ‘장외인간’으로 또 한번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외수의 궁금한 요즘 생활 & 달나라 이야기.
“달의 생명체와 대화 나누며 소설 썼다” 주장하는 작가 이외수

이외수씨(59)의 힘은 역시 놀라웠다. 지난 8월 말 그가 펴낸 장편소설 ‘장외인간’이 출간 1주일 만에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것. 그의 작품은 지난해 ‘다빈치 코드’의 성공 이후 한동안 외국 소설에 점령당하다시피 했던 국내 소설 시장에 우리 작품이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초 강원도 춘천의 자택에서 만난 이외수씨는 이러한 결과에 무척 고무돼 있는 듯했다.
“‘신토불이’라는 말은 먹을거리뿐 아니라 정신의 양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온통 먹는 것 타령만 하지, 외국 소설에 길들여진 우리 정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요. ‘나라도 나서서 이런 기형적인 상황을 바로잡아야겠다’고 마음먹고 3년에 걸쳐 쓴 소설이 바로 ‘장외인간’입니다. 달을 향한 우리 민족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정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다행히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줘서 무척 기뻐요.”

“기이하고 파괴적으로 돌아가는 세상,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달의 낭만’입니다”
‘장외인간’은 어느 날 갑자기 달이 사라져버린 세상을 그린 소설. 주인공은 달의 존재를 기억하지만, 다른 모든 이들은 ‘달’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달이 사라진 세상은 기이하고 파괴적으로 돌아간다.
“소설 속에 ‘경포에는 달이 몇 개 뜨는가’라는 질문이 나와요. 정답은 모두 다섯 개입니다.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님의 눈동자에 하나죠. 내가 이야기하는 달은 바로 이거예요. 우리 안에 있는 낭만, 감수성의 또 다른 이름이죠.”
특이한 것은 그가 소설 속에 그린 ‘달이 사라진 후의 세상’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똑같이 닮아 있다는 것. 달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끔찍한 자연재해가 예사로 벌어지고,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함께 목숨을 끊으며, 사람을 때린 것보다 합의할 돈이 없는 것이 더 무거운 죄로 여겨진다. 그 안에서 달을 기억하는 이, 마음속 한켠에 낭만과 감수성을 간직한 이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모인 정신병원은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는 ‘장외(場外)’이면서, 동시에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상(理想) 공간이다.
“소설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달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한 5백 장을 썼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년여간 쓴 걸 완전히 다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했죠. 이 소설의 영감을 얻는 데 달의 생명체와 나눈 대화가 큰 도움이 됐어요.”
이외수씨는 자연스럽게 ‘달의 생명체와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달의 인격체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한 건 약 2년 전부터. 평소에도 명상 등을 통해 자연 속의 다양한 정령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달에도 생명체가 살까’하는 호기심으로 말을 걸어보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달에 살고 있는 생명체로부터 응답이 왔어요. 그들을 통해 달의 지하에 중국 인구 정도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달의 생명체와 대화 나누며 소설 썼다” 주장하는 작가 이외수


그는 달의 생명체는 영적인 존재가 아니라 영과 육을 함께 가진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기억력을 갖고 있고 수명이 한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달에 사는 이들 가운데 자신과 주로 대화를 나누는 두 친구에게 ‘호부(湖夫) 선생’과 ‘청우(淸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며, “예전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요새는 아무때나 서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대화 통로가 열린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정말 인간이 달에 착륙했느냐’ ‘우리 민요 아리랑은 언제부터 불려진 것이냐’처럼 제가 궁금해하던 것들을 물으며 친해졌어요. 또한 자연스레 제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죠. 제가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요. ‘이외수 또 미쳤구나’라고 말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달의 친구들도 그럽디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 그게 지구적인 특성이래요.”
이외수씨는 “꼭 믿을 필요는 없다. 난 다만 진실을 말할 뿐”이라며 담담히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의 소설에 도움을 준 것이 정말 달나라에 사는 생명체인지 아니면 달나라에 사는 생명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믿는 이외수 자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장외인간’은 이외수의 전작과 비교하면 다소 몽환적이고,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다. 이외수씨의 전작 ‘들개’ 속의 펄펄 뛰는 생동감을 기대하며 읽는 독자라면 ‘이외수가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한 신문은 그의 이번 소설에 대해 “작가가 괴로워야 독자가 행복하다.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 이외수는 너무 행복해졌고, 그래서 독자가 괴로워졌다”는 내용의 서평을 싣기도 했다.
“이외수의 원단은 여기 있는데, 몇몇 사람들은 나보다 자신들이 날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에 대해 ‘이건 이외수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저에게 ‘본래의 당신으로 돌아가시오’라고 명령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 작가는 변할 수밖에 없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살아가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계속 깊어지고 넓어질 텐데 종래의 자신 안에 갇혀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전 그동안 절망적인 소설로 제 독자들을 너무 많이 고통스럽게 했어요. 이제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장외인간’이 그 출발점일 수 있죠.”
이씨는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작품은 행복한 내용으로 쓰고 싶다. 내 독자들에게 희망의 샘플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내 소설 읽은 열성 팬을 며느리로 맞아들여”
한때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교도소 같은 철문으로 방을 막은 뒤 배식구를 통해 약간의 음식만 공급받으며 탈고할 때까지 스스로를 감금했을 만큼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쳤던 이외수는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작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부적인 통제 없이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만큼 단련됐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체득된 여유와 넉넉함 덕분인 듯했다.
물론 이외수씨는 지금도 여전히 ‘독자를 속이지 않기 위해’, 소위 ‘외수마니아’라고 불리는 고정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소설 집필에 들어가면 씻지도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을 만큼 고통스럽게 작업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선 ‘스스로 쓰레기가 되기 위해’ 쓰레기통에 들어가 지냈을 만큼 세상에 대해 날카롭게 날을 세우던 과거의 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이 달라지죠. 오는 10월9일에 큰아들 한얼이(28)가 장가를 가는데, 며느리가 중학생 때부터 내 팬이던 아이거든요. 제 작품은 무엇 하나 안 읽은 게 없고, 제 개인 홈페이지에 24시간 접속한 채 생활할 만큼 열성 팬이었어요. 홈페이지 채팅방에서 우리 아들을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다 사귀고, 이제는 며느리까지 되는 거죠. 그렇게 세월이 변했어요. 모든 게 똑같을 수 있나요.”
며느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그도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표정이 환해졌다. 그의 며느리는 서예가 아버지와 한국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인문예술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다고 한다. 큰아들 한얼은 중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얼마 전 국내 한 대기업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돼 상금으로 받은 1천만원으로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장외인간’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인 춘천의 고슴도치섬에서 열릴 이들의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껏 들떠보였다.



“달의 생명체와 대화 나누며 소설 썼다” 주장하는 작가 이외수

미스코리아 강원 진 출신의 아내 전영자씨(52), 가장 냉정한 비평가인 둘째 아들 진얼(25)과 함께 한 이외수.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이외수씨에게 춘천은 제 2의 고향. 그는 춘천교대에 진학했다 중퇴한 뒤 33년 동안 춘천에 머무르며 소설을 썼다. 그의 작품 속에는 늘 춘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어 춘천 사람들은 그를 호수, 막국수와 함께 ‘춘천 3수’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한다. ‘장외인간’의 주인공도 춘천에 있는 한 닭갈비 가게 주인. 그런데 이씨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춘천을 떠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강원도 화천군이 감성마을을 조성하며 그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춘천의 모든 것이 하나하나 눈에 밟힐 만큼 듬뿍 정이 들었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우리 집 앞을 보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골목은 좋은 이웃들이 더불어 사는 참 정감가는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공사를 하더니 모든 집이 다 뜯겨나가고 살풍경한 원룸들만 가득 찬 곳이 돼버렸어요. 한동안 이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화천에서 저를 불렀죠. 이번에 화천에 가면 예전에 수력발전소로 유명했던 그곳에 감성발전소를 세우려고 합니다. 인간 대신, 나무와 풀과 꽃과 나비와 새와 벌레가 주인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장외인간’의 주인공도 달이 사라진 세상에서 고통받다 또 다른 세상,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지고, 낭만과 감수성이 자연스레 살아 숨쉬는 세상을 향해 떠난다.
“그저께 한 서점에서 주최한 팬 사인회에 갔는데, 2시간 사이에 5백77명이 와서 책에 사인을 받아 갔어요. 그 한분 한분의 마음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본인들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한 권의 책은 한 덩어리의 달이에요. 더 많은 이들이 책을 읽을 때 이 혼란한 세상에도 다시 달이 떠오를 겁니다.”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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