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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볼 만한 전시 ①

초정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의 깊고 향기로운 예술혼

글·송화선 기자 / 사진·영인문학관 제공

입력 2005.10.07 18:04:00

지난해 10월 타계한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 선생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의 유품과 유묵을 모은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오는 10월23일까지 종로구 영인문학관에서 열리는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은 ‘백자부’ ‘봉선화’ 등 교과서에 실린 명시조들을 발표한 시인인 동시에 화가이자 서예가였던 ‘선비’ 초정의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초정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

‘찬서리 눈보래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조선 백자의 순결함에 대한 경탄을 노래한 초정 김상옥 시인(1920~2004)의 시조 ‘백자부’는 지난 1938년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애송되고 있는 작품이다. 초정은 이 외에도 ‘봉선화’ ‘사향(思鄕)’ 등의 작품을 통해 널리 사랑받다 지난해 가을 홀연히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1주기를 맞은 올 가을, 초정의 예술혼을 되새겨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9월10일부터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조선 선비의 필수 덕목으로 꼽히던 시(詩), 서(書), 화(畵)에 두루 능해 ‘시서화 삼절(三絶)’이라 불리던 초정의 글씨, 그림, 전각, 도자기 등과 육필 원고, 그가 생전에 교분을 나눴던 작곡가 윤이상, 작가 박경리 등과 주고받은 편지 등 모두 1백80여 점의 유품, 유묵이 전시돼 있다. 자칫 흩어지기 쉬운 고인의 흔적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된 건 생전에 후배와 지인들에게 선뜻 작품을 나눠주던 초정의 성품을 기리기 위해 소장자들이 소중히 간직하던 작품들을 기꺼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시, 서, 화에 두루 능했던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

초정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독립운동에 몸담으며 수차례 옥고를 치르느라 변변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인물. 하지만 1938년 문예지 ‘문장’에 발표한 첫 시조 ‘봉선화’로 일약 가람 이병기의 뒤를 잇는 시조시인으로 부상했을 만큼 타고난 천재였다. 그의 천재성은 시조 분야에 한정되지 않았다. 초정은 글씨와 그림에 능했을 뿐 아니라 전각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었고, 직접 수(繡)를 놓아 작품을 만들었을 만큼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뽐냈다. 특히 그는 조선 백자를 사랑해 백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와 산문을 쓰고, 백자를 화폭에 담았으며, 직접 자기를 빚기도 했다. 직접 구운 초벌구이 항아리에 자신의 시조를 적어넣은 작품도 다수 남겼을 만큼 초정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끊임없이 백자를 예찬했다.
초정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

소설가 박완서, 시인 송하선씨가 각각 소장하고 있는 백자도와 홍매서화10폭병풍(아래).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그의 유작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백자를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 초정은 백자의 윤곽을 자유롭게 해체한 뒤 작가의 상상력과 낭만을 채워넣은 개성 넘치는 작품을 즐겨 그렸다. 초정이 지난 2000년 시인 송하선 선생에게 준 백자 그림은 백자 가득 활짝 피어 있는 탐스러운 분홍 꽃의 이미지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 백자 그림 속 백자는 질박하면서도 유려한 우리 선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통과 현대에 두루 정통했던 초정 외에는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경지에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유품유묵전에서는 이 외에도 초정이 직접 디자인해 만든 자개장과 필통, 인주합 등 그의 재능을 엿보게 하는 소품들과, 그가 만년에 사용하던 문방구와 책상 등 다양한 유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을 주최한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은 “초정 선생은 시-서-화 일체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현한 귀한 예술가”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통에서 우리가 배울 점과 변용할 부분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23일까지. 문의 02-379-3182.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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