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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숨은 이야기 첫 공개

전통 요정‘다보’주인 김소영씨가 들려주는 ‘요정의 밤문화’

“20년 동안 내로라 하는 정치인, 재벌들과의 인연”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5.10.05 16:12:00

‘요정’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정치계와 경제계 인사들의 독특한 밤 문화를 형성했던 곳이다. 스무 살에 ‘요정’에 발을 내디딘 후 20년간 일하고 있는 ‘다보’ 여주인 김소영씨가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속속들이 털어놓았다.
전통 요정‘다보’주인 김소영씨가 들려주는 ‘요정의 밤문화’

한때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를 지배한 곳은 청와대나 국회, 대기업 회장실이 아닌 요정이었다. 그 요정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보’를 운영하고 있는 김소영씨(예명·40)를 만났다. 스무 살에 요정에 발을 내디딘 그는 올해로 20년째 요정을 지키는, 이 세계의 산 증인이다.
“처음 일한 곳은 청와대 옆 삼청동에 위치한 요정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삼청동에 6개의 요정이 있었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정치인과 재벌, 사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이 단골이었어요.”
그가 요정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양조장을 운영해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울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택했다고 한다.
“서울에 올라와 취직을 했는데 방세 내기도 빠듯하더라고요. 직장 동료 중에 요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있어 저도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요정에 출근을 했죠.”
그는 스물여섯에 결혼해 6개월 만에 이혼했다고 한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아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것으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정치인이나 재벌가의 아이 가지면 낳는 경우 많아
김씨가 운영하는 다보는 현재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 요정 다섯 곳 중 하나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다. 높은 빌딩숲 사이에 기와지붕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다보’ 앞마당은 전통 한옥 냄새가 물씬 풍겼고, 손님들을 접대하는 룸은 텔레비전에서 소개된 ‘궁정동 안가’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이용한 안가와 요정은 차이가 없어요. 경호 등의 문제 때문에 대통령은 안가를 이용했을 뿐이죠. 안가와 요정은 이름만 다를 뿐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는 5년 정도 ‘아가씨’로 일했고, 그 후에는 ‘마담’으로 일했다고 한다. 요정에서 일하는 20년 동안 그가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는 두 명이었다고.
“20대 후반에 한 번, 30대 후반에 한 번 있었는데, 둘 다 유부남이었어요. 하지만 제 마음을 그 남자에게 드러내지는 않았고요. 그분은 그냥 ‘손님으로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설령 그분 또한 저를 좋아했다 하더라도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었어요.”
“김 사장을 좋아한 손님은 없었냐”고 묻자 “그런 일이 왜 없었겠느냐”며 웃었다.
“사랑을 고백한 남자들이 여럿 있었죠. 하지만 단 한번도 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혼하고 저와 살겠다는 남자도 있었지만 자식 있는 남자가 이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정 아가씨와 살림 차린 남자들이 꽤 되지만 이혼까지 한 사람은 많지 않아요. 소위 ‘세컨드’로 살았던 거죠.”
그러나 막상 ‘살림’을 차리고 나면 남자들이 쉽게 싫증을 냈다고 한다. 룸에서 ‘접대’하는 아가씨의 ‘요염한’ 모습을 생활 속에서 기대했다가 보통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고는 말없이 떠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길어야 몇 개월 같이 살아요. 일년을 넘기는 남자들을 거의 못 봤어요.”

전통 요정‘다보’주인 김소영씨가 들려주는 ‘요정의 밤문화’

우리나라 전통 요정 ‘다보’를 운영하는 김소영씨.


요정 하면 가장 먼저 ‘요정정치’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90년대 초까지 정치인들의 요정 출입이 잦았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전통’ 중 하나는 허리 아래 이야기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것. 날마다 정쟁을 일삼으면서도 ‘여자문제’를 끄집어내 공격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관례였다.
“요정정치가 판을 친 이유는 정치인들이 맘 편하게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눌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에요. 정적끼리 요정에서 마주치는 일도 적지 않았죠. 그래서 ‘정적’이 먼저 요정에 자리 잡고 있으면 나중에 온 정치인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불문율이었어요.”
그는 전직 대통령들마다 숨겨진 딸이 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데, ‘숨겨진 딸’의 어머니들이 공교롭게도 출신이 모두 같다고 한다. 언론 등에 ‘한정식집 여인’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요정이라는 것.
“정치인의 숨겨진 자식들은 요정정치의 산물이자 그 시절 정치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죠.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직 대통령의 딸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 그 언니가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길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업계에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어요. 아가씨들이 정치인이나 재벌가의 아이를 갖게 될 경우 낙태보다 낳고 키우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요정 출신 아가씨들이 낳은 ‘숨겨진 아이’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재벌가 자식도 적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지내는 요정 선배 A씨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A씨는 국내 한 재벌 총수 B씨의 아들을 낳았는데, 출중한 미모의 소유자인 그가 B씨를 만난 것은 70년대 후반. 이들 사이에 낳은 사내아이는 어렸을 때 B씨의 집에서 자라다 80년 대 중반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한다.
“언니는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몇 년 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요. 아들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듣게 된 거죠. 언니가 아들을 키울 자신이 없어 아버지에게 보냈는데 그 집에서 생모 몰래 아이를 미국에 입양보냈던 거죠. 그 아들이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후 재벌가의 ‘아들’임을 입증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요.”

야릇한 분위기 있지만 방석집이나 룸살롱처럼 난잡한 행위 벌이지 않아
요정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단아한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입장’한다. 룸살롱과 마찬가지로 손님은 자신과 함께 할 아가씨를 ‘간택’한다.
“간택이 끝나면 아가씨들이 손님들의 윗도리를 칠보농장 안에 정성스럽게 걸어놔요. 영양죽을 시작으로 최고급 한정식 수준의 음식과 생선회, 궁중요리 등이 제공되죠. 요정 이용료는 1인당 30만원 남짓 하는데 양주, 맥주, 토속주 등 술과 음식은 무제한 제공되죠.”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판소리와 ‘오북 공연’이 펼쳐진다. 기예에 가까울 정도의 북 공연이 끝나면 부채춤이 선보인다. 30~40분 정도 공연이 펼쳐진 후 본격적인 음주가무의 시간으로 접어든다고 한다.
“요정을 찾은 손님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고쟁이 갈아입기’를 손꼽더라고요. 옆자리에 앉아서 시중드는 아가씨의 고쟁이를 손님이 입고 노는 거죠.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바지가 구겨지니까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생긴 전통인데, 아가씨들이 자신이 입고 있던 고쟁이를 벗어서 손님에게 건네면 손님은 바지를 벗고 속옷 위에 고쟁이를 입는 거예요. 이때 아가씨들이 자신의 한복을 펼쳐서 손님이 바지 갈아입는 모습을 가려줘요. 같은 일행이라 하더라도 상당수가 비즈니스 관계라는 점을 감안해 서로 쑥스럽지 않도록 배려하는 거죠.”
고쟁이를 입으면서부터 분위기는 약간 ‘퇴폐모드’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아가씨는 속옷에 한복만 입은 상태고 손님 역시 속이 훤히 비치는 고쟁이만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은연중에 야해지죠. 언뜻언뜻 한복 사이로 비치는 아가씨들의 속옷이 야릇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요. 하지만 방석집이나 룸살롱처럼 난잡한 행위는 벌어지지 않아요. 요정의 분위기 탓인지 짓궂게 나온다거나 말썽을 피우는 손님들은 거의 없어요. 아가씨가 맘에 들 경우 2차를 원하고 거기에서 더 발전해서 애인을 삼으려 들기도 하지만, 2차는 원칙적으로 막는 편이죠.”

전통 요정‘다보’주인 김소영씨가 들려주는 ‘요정의 밤문화’

김소영씨는 한복을 입고 접대해야 하기 때문에 고운 피부를 지닌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가씨들은 룸살롱이나 일반 술집 종업원에 비해 교양과 학식을 더 갖췄다고 한다. 외국 손님들이 많아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에 능통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마담이 된 이후부터 사장이 된 지금까지 아가씨들은 제가 직접 뽑아요. 첫 번째 선택 기준은 ‘청순미’예요. 가장 먼저 피부가 깨끗한지 여부를 파악해요. 그 다음 미모와 교양을 갖췄는지 살펴보고요. 아무리 예뻐도 피부가 곱지 않은 여자는 안 뽑아요.”
피부가 고운 아가씨를 선호하는 이유는 한복을 입고 접대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한복에 짙은 화장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
“대부분 옅은 화장만 하고 룸에 들어가요. 고운 아가씨를 원하고요. 룸살롱 같으면 실내조명이 어두워서 종업원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가 힘들지만 요정은 밝은 불빛 아래서 밥과 술을 먹기 때문에 짙은 화장을 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든요.”
그는 과거의 요정이 ‘밀실’에 가까웠던 반면 최근 요정은 ‘열린’ 공간이라고 한다. 현대판 요정은 요정 본래의 전통적 분위기와 현대적인 놀이문화를 접목시켜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예전에는 요정 앞을 지나가도 그곳이 요정인지조차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요정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저도 지난해 말 개인 홈페이지(www.soyoung.ne.kr)를 만들어서 영업에 활용하고 있어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는 김소영씨는 10년 후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그동안 인연을 맺은 ‘손님’들이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저는 20년 동안 술과 웃음을 판 게 아니라 손님과 마음을 주고받았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요. 따뜻한 정과 사랑을 주고받고 사는 것이 진짜 즐거움이자 행복 아닐까요. 요정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삐딱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풍류를 즐긴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잖아요.”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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