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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나눔 체험

정미림 주부의 위탁모 봉사

기획·최호열 기자 / 구술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10.05 15:17:00

주부 정미림씨(39)는 올해로 4년째 친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를 집으로 데려와 입양될 때까지 돌보는 위탁모 봉사를 하고 있다. 아기로 인해 온 가족이 더욱 즐거워졌다는 그가 들려주는 봉사활동 체험기.
정미림 주부의 위탁모 봉사

얼마전 우리 집에는 새로운 복덩이가 들어왔다. 태어난 지 한 달 반 된 희경이다. 나는 2002년부터 동방사회복지회 이성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위탁모 봉사를 하고 있다. 위탁모란 친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들이 양부모에게 입양될 때까지 집에서 길러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동안 벌써 12명의 천사들이 내 손을 거쳐 새로운 부모를 만났다. 유난히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성격이 온순한 희경이는 내게 온 열세 번째 천사다.
오늘은 희경이의 눈이 충혈된 것 같아 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를 보이면 가슴이 철렁한 것이 내 배로 낳은 아이를 키울 때와 다름없다.
“희경아, 맘마 먹자.” 병원에서 돌아와 우유를 먹이자 희경이는 세상에 둘도 없는 평온한 표정이 된다. 오늘따라 유난히 볕이 좋아 희경이를 업고 정원에 바람을 쐬러 나왔더니 이내 내 등에 기대 잠이 든다.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희경이는 출생 당시 1.9kg의 저체중아였지만 지금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또 성격이 온순해 잘 울지도 않고 새벽에 깨서 보채는 일도 드물어 돌보기가 여간 수월한 게 아니다. 집에 처음 올 때는 눈도 잘 뜨지 못했는데 이제는 낯이 익었는지 식구들을 보면 방글방글 웃고 목소리를 알아차리는가 하면, 내 곁에서 가장 편안하게 잠이 든다.
위탁모 봉사를 하면서부터 나는 늦둥이를 키우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아기가 워낙 어리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이것저것 잔손 가는 일도 많다. 집안을 통풍과 채광이 잘되게 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또한 수시로 아기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스킨십으로 정서적인 안정감을 심어주는 일도 내 몫이다.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에 남의 아이까지 맡아 키우는 것이 웬 말이냐”는 사람도 있지만 위탁모로서 누리는 기쁨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위탁모 봉사를 하면서 우리 가정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내게 온 아기들을 하늘이 주신 복덩이로 생각한다. 비록 몇 달 뒤면 떠나보내야 하지만 내 품에 있는 동안만큼은 친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축복 속에 태어나지 못했다는 안쓰러움에 직접 낳은 자식보다 더 정을 주게 된다.
정미림 주부의 위탁모 봉사

정미림 주부는 위탁모 봉사 활동을 한 후 아기 때문에 집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 초등학생이던 큰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뺏긴다고 생각했는지 유난히 시샘을 했다. 나는 그때마다 아기들이 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지, 이 아기들에게 왜 유난히 정을 쏟아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위탁모 봉사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줄 뿐 아니라 나누는 삶의 기쁨을 알게 해 교육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남편과 중학교 1,2학년에 다니는 두 아이는 누구보다 나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입양은 보통 생후 2주 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희경이는 해외입양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혈연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국내에 입양되는 아기는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는 전체 아기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아직도 4백여 명의 아기들이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는 동방사회복지회 이성희 선생님의 말에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아기들은 태어나서 처음 받는 사랑과 정을 기억한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인 양부모들은 위탁모를 아이의 제 2의 부모로 여기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편지를 보내주는 경우가 상당수다. 눈도 제대로 못 뜨던 아기들이 몰라보게 자란 사진을 받을 때의 감동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위탁모는 분명 쉬운 봉사는 아니지만, 아기를 키워본 주부에게 더없이 적합하고 보람 있는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아기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백일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안방에는 그동안 내 손을 거쳐간 12명의 백일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색동저고리를 곱게 입혀 찍은 이 사진은 그들이 고국에서 보낸 유일한 기록이 될 것이다.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honeypapa@donga.com)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56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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