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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치열한 생존 투쟁의 드라마 ‘메두사호의 뗏목’

2005. 10. 05

치열한 생존 투쟁의 드라마 ‘메두사호의 뗏목’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 메두사호의 뗏목, 1819, 캔버스에 유채, 491x715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거센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뗏목 하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위에는 사람들이 타고 있어 보기에도 위태롭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1816년 프랑스 해군은 새 군함을 한 척 진수했습니다. 배에 다가오는 적들이 두려움에 돌처럼 굳어지라고 이 배의 이름을 메두사호로 지었습니다(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그 얼굴을 본 사람은 모두 돌로 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메두사호는 첫 출항길에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아버렸습니다.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승무원은 모두 4백여 명이었는데, 구명보트가 적어 1백50명 가량은 뗏목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해야 했지요. 그러나 뗏목에 몸을 실어 탈출한 사람들 가운데 불과 15명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림은 그렇게 치열하게 생존투쟁을 벌인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려졌습니다. 뗏목 앞부분에는 탈진해 죽은 주검들이 널브러져 있고 산 사람들은 대부분 저 먼 수평선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어렴풋이 배가 지나가고 있는 거지요. 맨 위의 흑인을 정점으로 사람들이 옷가지나 손을 흔들어 구조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15명은 마침내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음식물도 없이 바다에서 그 오랜 시간 버텨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조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그들은 죽은 동료의 주검을 뜯어먹고 살아남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화가 제리코는 그 치열했던 생존 투쟁을 이렇듯 위대한 걸작으로 그렸습니다. 당시 승무원들이 겪었던 공포와 좌절,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선명히 느껴집니다. 볼수록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 같은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메두사호의 뗏목’은 극한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투쟁을 그려 보는 이에게 격정을 일으킵니다.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나 세계의 규칙을 표현하는 것보다 이렇듯 내면의 감정과 주관적인 체험을 즐겨 그리는 것을 낭만주의 회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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