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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인연

척추암 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 위해 생일파티 열어준 가수 조영남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10.05 14:15:00

가수 조영남이 척추암과 싸우고 있는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8월 장 교수가 자신의 환갑잔치를 열어준 데 대한 보답이다. 2002년 토크쇼 진행자와 초대손님으로 처음 만나 3년째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이 함께 한 따뜻했던 콘서트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척추암 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 위해 생일파티 열어준 가수 조영남

지난 9월12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 방송인 황인용이 운영하는 음악감상실 카메라타에서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가수 조영남(60)이 유방암에 이어 척추암과 싸우고 있는 장영희 교수(53)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미니콘서트를 마련한 것. 이날 콘서트는 지난 8월 장 교수가 그의 환갑잔치를 열어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장 교수는 당시 친일 논란 발언 여파로 방송에 출연할 수 없게 된 그를 위로하기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저녁 7시가 되자 카메라타에는 조영남과 황인용,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 성우 배한성, 성악가 박미자씨 등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황인용이 손수 나서 무대를 점검하고 조영남이 피아노를 조율하는 사이 목발을 짚은 장 교수가 화가 김점선씨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하자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기립박수로 장 교수를 환영했다.
장영희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은 1급 장애인. 국내 영문학의 선구자인 고(故) 장왕록 서울대 명예교수의 딸이기도 한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85년부터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영역, 외국에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내 생애 단 한번’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의 수필집을 내기도 했다. 장 교수는 4년 전 앓은 유방암이 척추로 전이돼 지난해부터 항암 치료를 받는 가운데도 강의와 집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척추암 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 위해 생일파티 열어준 가수 조영남

이날 콘서트의 연출 및 사회를 맡은 주철환 교수는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우연히 좋은 인연을 맺게 되는데 이런 걸 ‘행운’이라고 한다. 소중한 분의 생일을 맞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도 큰 행운이다. 그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자”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주 교수는 특히 이날 호스트인 조영남씨에 대해 ‘드라마(drama)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며 ‘drama’라는 스펠링에 맞춰 그의 캐릭터를 ‘dream(꿈)’ ‘romance(로맨스)’ ‘action(행동)’ ‘mystery(미스터리)’ ‘adventure(모험)’로 표현, 좌중의 환호를 받았다. 주 교수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황인용은 자신을 장교수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뒤 “조영남씨가 장 교수와 각별한 친분을 맺고 있다니까 질투가 난다”고 너스레를 떨며 잔치의 흥을 더했다.
황인용의 축사가 끝나자 카페의 불이 꺼지고 테이블에는 촛불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조영남은 먼저 ‘사랑 없인 못 살아’라는 노래로 콘서트의 막을 올렸다.
“얼마 전 장 교수가 제 환갑잔치를 열어줄 때 케이크에 ‘사랑 없인 못 살아’라는 글을 새겨넣었는데 그게 마침 제가 별 볼일 없던 시절 김한길씨와 함께 만든 노래 제목이었어요.”
조영남은 “돈 한푼 안 받는 콘서트인데 이렇게 긴장되기는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라 팔로마’ ‘이별의 노래’ ‘영원히’ ‘오 마이 파파’ 등 10여 곡의 노래를 열창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완쾌되겠다”며 감사 인사 전한 장영희 교수
척추암 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 위해 생일파티 열어준 가수 조영남

3년째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가고 있는 조영남과 장영희 교수.


조영남과 장영희 교수의 인연은 3년 전 시작됐다. 평소 장 교수의 글을 즐겨 읽던 조씨가 지난 2002년 자신이 진행하는 KBS 토크쇼 ‘조영남이 만난 사람’에 장 교수를 초청한 것이 첫 만남이었다. 지난해 장 교수의 선친 고(故) 장왕록 교수의 10주기 출판 기념회가 열렸을 때는 조씨가 축가를 불러줬다. 장 교수는 그 일이 고마워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다가 조영남의 환갑잔치로 보답한 것이다.
“아버님 10주기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나가서 노래를 부를 수도 없고. 그때 마침 조영남씨가 도와주셔서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특히 당시까지만 해도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많이 남아 있던 어머니께 조영남씨의 축가가 큰 힘이 됐어요. 저도 자식의 도리를 다한 기분이었고요.”
장 교수는 또 이날 조영남과의 우정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저와 조영남씨와의 교분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도 많아요. 심지어 인터넷에 ‘둘이 사귄다’는 소문도 있더라고요. 그럼 제가 밑지는 게 아닌가요? 저는 숫처녀인데(웃음). 제가 결혼을 한다면 상대의 첫 번째 조건은 아마 숫총각일 거예요.”
척추암 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 위해 생일파티 열어준 가수 조영남

조영남이 장영희 교수의 생일파티를 겸해 마련한 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주철환 교수, 장소를 제공한 황인용과 게스트로 참가한 성우 배한성(왼쪽부터).



조영남의 노래가 끝나자 생일 케이크가 등장했다. 장 교수는 어린 소녀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콘서트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주말을 맞아 카메라타를 찾은 일반인들까지 스스럼없이 어우러져 장 교수의 생일을 축하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오늘 행사로 좋은 세상에서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됐어요. 저는 열심히 노력해서 완쾌되고 조영남씨는 좋은 재능을 살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콘서트가 마무리되자 지인들은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헤이리의 가을밤은 이렇게 아름답게 저물어갔다.

여성동아 2005년 10월 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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