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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엄마가 선생님

‘품앗이 교육할 때 꼭 알아야 할 점’

”품앗이 교육은 아이들 사회성 발달에 도움 주고, 엄마에겐 자기 개발의 기회 줘요”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09.13 19:00:00

아이가 형제 없이 자라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 걱정인 엄마, 아이에게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은데 매번 데리고 다닐 수 없어 고민인 엄마라면 품앗이 교육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듯하다. 5년 전부터 이웃집 엄마들과 함께 돌아가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 황영단씨를 만나 품앗이 교육의 장점과 품앗이 교육을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점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품앗이 교육할 때 꼭 알아야 할 점’

아이한 명을 키우기도 버거운 세상이라지만 생명운동 공동체 한살림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 황영단씨(34)는 2주에 한 번 10여 명의 아이들을 집밖으로 데리고 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본다. 아이들을 자연에 데려다놓으면 누가 애써 지도하지 않아도 개미집을 들여다보고, 나뭇잎 떼기 게임을 하고, 숲에서 숨바꼭질을 하다 지치면 그루터기에 앉아 쉬는 등 알아서 잘 논다고 한다.
“친구와 너른 마당에서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은 몸이 튼튼하지 않을뿐더러 쉽게 좌절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아요.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오면 흙길을 오르내리며 다리의 힘을 기르고 맘껏 소리를 지르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연을 관찰할 수 있어 좋죠.”
그는 매년 동네 아이들을 이끌고 쌀농사 체험을 떠나기도 하는데 모내기가 끝난 논 한쪽 귀퉁이에 아이들이 직접 모를 심어보고, 벼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쌀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된다고 한다.
황씨는 이렇게 2주에 한 번 일요일에 아이들과 자연체험학습을 진행함으로써 나현(8) 나리(6), 두 아이의 육아 부담을 덜고 있다. 그가 직장에 나가있는 동안 나현이와 나리를 동네의 다른 엄마들이 돌봐주기 때문. 황씨는 5년 전부터 엄마들과 팀을 구성해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품앗이 교육’을 하고 있다. 품앗이 교육은 사교육에 드는 비용 부담을 덜고, 주부들이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기 개발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살 터울 두 아이 키우기 힘들어 공동육아에 관심 갖기 시작
“품앗이 교육은 어떤 구호를 외치거나 그럴듯한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요. 그저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위해 이웃끼리 손을 빌리는 것뿐이죠.”
황씨가 품앗이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1년 3월경. 당시 전업주부였던 그는 28개월 된 첫째와 5개월 된 둘째를 돌보며 육체적·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첫째가 집 밖으로 나가자고 성화를 부려도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둘째까지 동반한 나들이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 그는 두 아이 육아 때문에 자신의 행동반경이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나 시장 정도로 좁아지는 것이 불만스럽기도 했다고 한다.
“둘째가 태어나면 대부분의 엄마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큰아이를 놀이방에 보내요. 그런데 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아직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나현이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나리를 돌보느라 나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없었던 그는 고민 끝에 나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놀이터에 나가 나현이 또래의 아이들을 기다렸지만 나현이에게 친구 만들어주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공동육아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돼 공동육아 정보를 얻던 그는 함께 품앗이 교육을 할 엄마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마침내 다섯 명이 모였는데 모두 나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들이었다. 황씨는 “운이 좋았다”며 웃는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닫힌 공간에서 보내잖아요.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욕심보다 밖에서 실컷 놀게 해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모임을 꾸린 뒤에는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동네 놀이터, 뒷산, 시장, 동사무소 옥상 등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신나게 놀게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과목을 정하지 않고 엄마들이 각자 해보고 싶은 것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대부분 미술놀이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회의를 통해 미술놀이, 전래놀이, 체육, 음악놀이, 독후활동, 수학놀이, 요리, 영어 등 엄마들 각자가 맡을 분야를 정했어요.”
품앗이 교육을 시작하고 처음 7개월 동안은 엄마와 둘째아이까지 모두 모였는데 한 번 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어 때론 소모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참여자가 8명으로 늘자 결국 엄마 교사 2명이 짝을 이뤄 돌아가며 모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제서야 ‘품앗이 교육’의 참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아이를 다른 엄마에게 맡길 수 있게 되자 한결 여유가 생겼어요.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냈는데 안심하고 외출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생활에 한층 활기가 생기더라고요.”
황씨는 함께 품앗이 교육을 한 엄마들 중엔 몇 년 만에 홀가분하게 대중목욕탕에 가고, 문화센터에 등록한 엄마도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들의 시간 활용 능력도 키워져 옷 만드는 재주가 있는 엄마 집에 모여 아이들 옷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요리 솜씨가 뛰어난 엄마와 함께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 자신 없는 엄마는 교육장소 제공하는 것으로 참여 가능
“남대문시장을 속속들이 잘 아는 엄마에게서 질 좋은 옷을 싸게 사는 법을 배우고, 그림책을 잘 고르는 엄마를 앞세워 서점에서 아이들 책을 함께 구입하기도 했어요. 한살림 회원이던 엄마의 도움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구입해 먹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저도 한살림 회원으로 가입하고, 지난해부터는 간사가 되어 직장생활까지 하게 됐죠(웃음).”
황씨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휴식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엄마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생기자 훨씬 의욕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이웃에 대한 마음씀씀이도 한층 넉넉해졌다고 말한다.
“품앗이 교육은 서민들이 가정에서 자신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공동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거예요. 아이는 친구, 형, 동생, 언니, 오빠들과 어울려 지내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부모는 내 아이만 볼 때는 미처 모르던 아이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육아에 손발이 묶인 엄마는 사회에서 소외됐다는 고립감을 극복하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고요.”
품앗이 교육의 장점을 줄줄이 나열하는 그는 최근 자신보다 먼저 품앗이 교육을 시작한 홍도미, 이순임씨와 함께 ‘기적의 품앗이 학습법’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황씨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자신처럼 일요일 체험학습 등의 형태로 품앗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한 것이 마땅히 없다고 생각되는 엄마는 장소를 제공하면 된다며 미리부터 포기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볼 것을 권했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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