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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영원한 사랑

‘두 사람의 첫 만남 & 가슴 아픈 이별’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 전 부인 줄리아 리 여사가 밝힌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9.12 16:24:00

지난 7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가 일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그의 남다른 삶의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씨의 전 부인이었던 줄리아 리 여사의 일대기가 국내에서 영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과 가슴 아픈 헤어짐 & 황세손을 떠나보낸 후의 근황.
‘두 사람의 첫 만남 & 가슴 아픈 이별’

“당신, 나와 헤어져 있는 동안 행복했나요?”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전 부인 줄리아 리 여사(82)는 30년 전부터 가슴속에 품어온 질문에 대한 답을 끝내 듣지 못한 채 옛사랑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씨의 장례가 끝난 뒤 홀로 그의 묘를 찾아가 참배하고 지난 8월 초 미국 하와이로 떠난 줄리아 여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뜰 줄은 몰랐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라며 허탈해했다고 한다.
줄리아 여사가 이구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50년대 중반, 대학 졸업 뒤 근무하고 있던 뉴욕의 한 건축가 사무소에서였다. 줄리아 여사는 당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스페인으로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떠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명문 MIT대를 갓 졸업하고 이 회사에 입사한 이씨는 강렬한 매력으로 줄리아 여사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위해 아파트와 가재도구를 내놓는다는 공고를 사내 게시판에 붙여 둔날 쿠(줄리아 여사는 이구씨를 지금도 미국식 이름 ‘쿠’로 부른다)가 찾아왔어요. 방을 둘러보더니 함께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청했죠. 젊은 여자가 혼자서 외국에 가는 건 좋지 않다며 두번 세번 반복해서 저를 설득하는 거예요.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에 맘이 끌려서 결국 스페인 행을 포기하고 그의 연인이 됐죠.”
이구씨는 청혼을 할 때도 “나와 결혼해주겠소?” 대신 “우린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줄리아 여사는 그런 이씨를 사랑했고, 58년 그와 결혼했다.

“쿠는 내가 평생 사랑한 사람… 그가 있는 내 고향 한국에서 여생 보내고 싶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 & 가슴 아픈 이별’

황세손 이구씨와 줄리아 여사의 젊은 시절 모습.


줄리아 여사는 결혼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영친왕(고종의 아들로, 이구씨의 아버지) 내외와 가까이 살면서 매일 넷이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하던 신혼 초의 하와이 시절”이라고 추억했다. 촉망받는 건축가였던 이씨는 하와이 대학을 설계하는 등 재능을 발휘했고, 줄리아 여사는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63년 영친왕 내외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창덕궁 낙선재에서 살게 되면서 이들의 삶과 사랑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종친들이 줄리아 여사가 외국인이며 황손의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두 사람 사이의 이혼을 종용한 것.
“쿠의 자유로운 영혼은 가문과 구습의 그물에 포박당해버렸고, 내가 사랑했던, 패기만만한 청년 건축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어요. 종친들은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그에게 외도를 권했죠. 그건 나에게나 그에게나 잔인한 일이었어요.”
82년 결국 ‘강제 이혼’을 당한 줄리아 여사는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이씨를, 그리고 그와 함께 보낸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았다. 올 5월에도 이씨가 주재하는 종묘제례를 멀리서 지켜보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그와의 만남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이혼한 지 이미 23년이 흘렀는데도 결혼 전의 본명 ‘줄리아 멀록’ 대신 ‘줄리아 리’라는 이름을 고집하고 있는 그는 당사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진행된 두 사람의 이혼 자체를 지금껏 인정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줄리아 여사는 이구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96년 뇌졸중으로 오른손이 마비된데다 고령으로 인한 고혈압과 관절염 등까지 겹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던 그는 이씨의 죽음 이후 한동안 홀로 거동하지 못할 만큼 병약해졌다고. 줄리아 여사가 8월 초 하와이로 떠난 것은 몸을 추스르고 한국에서 여생을 보낼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올 가을부터는 시부모와 남편이 있는 ‘내 고향(home)’에 돌아와 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줄리아 여사와 이씨의 만남과 이별은 현재 한 영화사에서 ‘마지막 황세자비(가칭)’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고 있는 상태. 현실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줄리아 여사의 삶이 영화 속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조명될지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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