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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주목받는 모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장녀 정지이 과장

정몽헌 회장이 세상 떠난 지 2년… 아픔 딛고 활약상 두드러진

글·강지남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9.12 15:07:00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장녀 정지이 현대상선 과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쳐지고 있다. 정몽헌 회장이 세상 떠난 지 벌써 2년. 슬픔을 딛고 일어나 현대그룹을 안정적 성장의 토대 위에 올려놓은 현정은 회장 모녀의 요즘 생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장녀 정지이 과장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아직 2주년밖에 안됐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요.”
지난 8월4일 경기 하남시 창우리 묘소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의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정지이 과장(28)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정말 지난 2년 동안 그의 가족에게는 많은 일이 벌어졌다. 일요일 저녁 가족들과 외식을 한 후 사무실로 돌아간 정 회장은 다음 날 새벽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고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그의 가족들은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8개월이나 힘겨운 ‘방어전’을 펼쳐야 했다. 정지이 과장은 힘겨워하는 어머니 현 회장을 곁에서 돕겠다며 자진해서 다니던 외국계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대리로 승진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7월 과장으로 고속 승진한 그는 현재 현대상선 회계부에서 근무 중이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그룹 안팎에서 ‘알고 보니 준비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현대그룹은 현 회장 취임 이후 안정적인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 지난해 현대그룹 전 계열사가 흑자를 기록했으며 총매출액 6조6천5백억원, 순이익 5천7백8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95.5% 증가한 5천6백3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 회장은 이날 추모식에서 이 같은 경영 호조와 순조로운 대북사업에 고무된 듯 “사업이 생각보다 잘 진행되고 있어요. 앞으로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거예요. 작년 추모식 때와는 달리 새로운 느낌이 들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며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의욕적으로 내비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 정지이 과장이 배석하는 등 최근 부쩍 현정은 회장 모녀의 동행이 잦다. 지난 7월 중순 조간신문 1면에는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실렸는데, 이 사진은 어쩐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2003년 8월 갑작스런 정몽헌 회장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모녀가 2년이 지난 지금 정 회장이 열정을 바쳐 일궈온 대북사업을 이어받아 김정일 위원장에게 “백두산 관광사업권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내는 등 큰 성과를 일궈냈으니 이보다 더 뭉클한 감동을 주는 실화는 흔치 않은 것 아닐까.
현 회장은 “북측이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비서 겸 같이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 회장이 직접 큰딸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현 회장은 6·15 4주년 남북공동행사 때도 정 과장과 동행하는 등 최근 들어 공식·비공식 행사에 두 모녀가 나란히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큰딸이 옆에 있어야 마음의 안정도 얻고 자신감도 더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이 과장이 단 6개월 만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자 ‘경영권 승계작업이 벌써부터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정 과장의 나이가 벌써 서른에 가깝기 때문에 과장 직함이 이른 것은 아니란 판단으로 승진시킨 것”이라고 하면서도 “현 회장은 큰딸이 경영 전반을 두루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의 경영수업이나 다름없음을 시인했다. 그는 “미혼인 정 과장이 어떤 집안과 혼인을 맺느냐도 현대그룹의 후계자가 될지 말지 여부의 관건”이라고도 덧붙였다.
정지이 과장은 승진과 함께 재정부에서 회계부 경영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지원팀은 한 척에 5백억∼1천억원이나 하는 선박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현대상선 내 핵심부서. 그의 상사들은 “정 과장은 일에 의욕이 넘치고 성격이 무난해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합격점을 주고 있다. 튀는 행동도 문제가 되는 행동도 하지 않고 착실하게 업무를 배우고 있다는 것. 지난해 8월 금강산에서 열린 현대그룹 합동 신입사원 수련회 때도 여직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정 과장은 한 조로 묶인 여사원들과 즐겁게 잘 어울려 지냈다고 한다. 현 회장도 큰딸에 대해 “생각보다 회사 일을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 현대상선 관계자는 “최근 정 과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져 외부의 접촉 시도가 잦아 사내 전화번호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귀띔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회장의 딸’로서 특별대우를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정은 회장에게 “운동해라” “살 빼라” 잔소리하는 친구 같은 딸
현정은 회장은 사석에서 “지이는 친구 같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두 모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지인은 “현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몇 번씩 지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고 전했다.
“‘몇 시에 옷을 사러 갈까?’ ‘조금 있다 인사동 갈 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등등 지이와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현 회장은 ‘지이가 있어서 참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지이가 자신에게 ‘운동 좀 해라’ ‘살 좀 빼라’며 잔소리하기도 한다더군요.”
정지이 과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게도 귀한 손녀였다. 자식들 중 유독 넷째 아들 정몽헌과 며느리 현정은을 아낀 정 명예회장은 현 회장이 임신을 하자 “첫아이는 새집에서 낳아야 한다”며 서울 동숭동에 새집을 지어줬다고 한다.
현대기업의 경영이 ‘안정기’에 들어서자 현정은 모녀는 최근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윤이상 평화재단 창립식 때 부이사장으로 위촉됐으며, 6월에는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직을 수락했다. 정지이 과장 또한 최근 현대그룹 계열사인 IT기업 현대U&I의 등기이사에 등재돼 관심을 끌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앞으로도 두 모녀가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자주 비쳐질 것”이라며 “9월 중순 현대상선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갖는 선박 명명식에 현 회장 모녀가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년 만에 아픔을 딛고 일어나 의욕적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들 모녀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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