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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명문대 진학기

국제수능시험 만점 예일대 특차 합격한 박승아

“90분간 공부한 뒤에는 반드시 10분 휴식, 오래 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게 중요해요”

글·강지남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김영사‘ 제공

입력 2005.09.05 14:48:00

전 세계 응시생의 0.01%만 만점을 받는다는 국제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지난해 12월 예일대에 특차 합격한 뉴질랜드 교포 학생 박승아양. 올가을 학기 예일대 입학을 앞두고 일시 귀국한 박양을 만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눈부신 성과를 거둔 비법을 들어봤다.
국제수능시험 만점 예일대 특차 합격한  박승아

이모인탤런트 최명길을 쏙 빼닮은 박승아양(19)은 지난해 겨울 많은 것을 한꺼번에 이뤘다. 전 세계 영어권 국가의 대학입학 기준으로 사용되는 국제수능시험(IB)에서 45점 만점을 받았고, 미국 수능시험인 SAT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또 4년간(한국의 중3∼고3) 전체수석을 한번도 놓치지 않는 기록을 세우며 뉴질랜드 오클랜드주에 있는 명문 사립고교 크리스틴 스쿨(Kristin School)을 졸업했고 예일대에 특차 합격했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수능시험 관리국이 주관하는 IB(Inter national Baccalaureate)시험은 전 세계 응시생 가운데 단 5%만이 40점 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39점 이상이면 영국 옥스퍼드대 의과대학을, 40점 이상이면 케임브리지대 의과대학을 진학할 수 있다. 박승아양은 영문학, 화학, 생물, 수학, 경제학, 일어 등에서 각각 만점을 받아 42점을 확보하고 여기에다 보너스 점수를 주는 철학과 에세이 시험에서 3점 만점을 받아 45점 만점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덕분에 박양은 예일대에 입학하기도 전에 고급생물, 고급화학, 고급경제 세 과목의 학점을 미리 딴 것으로 인정받았다.
IB시험 점수를 받으려면 1백50시간 이상의 사회봉사 활동기록도 제출해야 한다. 박승아양은 머리 싸매고 공부만 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이미 1천 시간 이상의 사회봉사 활동을 해두었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박양은 한인학생회 간부, 학내 유네스코 회장, 도서관 자원봉사 등 고교시절 무려 15개의 사회봉사 활동을 했다.
“고등학교 때 점심시간에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점심시간마다 학생회 간부회의에 참석하거나 도서관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점심시간 직전에 출석체크를 하는데, 그게 한 10분 걸려서 그 시간에 점심을 재빨리 먹어치우고 점심시간에는 각종 사회봉사 활동에 참가했어요.”
박승아양은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과 우수한 학업성적을 인정받아 고등학교 졸업식 때 리더십 상패, 과학 트로피, 학교봉사 트로피, 수석 졸업 트로피 등 두 팔이 무거울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박승아양 가족은 박양이 아홉 살이던 9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주로 떠났다. 처음에는 박양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 1년 정도 요양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당시 박양의 영어 실력은 엄마 친구였던 미국인 아주머니에게 배운 몇 마디 영어 단어가 전부였다. 박양의 어머니 최경희씨는 “1년 지내는 동안 영어 공부나 좀 시켜보려고 영어 동화책을 몇 권 사줬다”고 한다.
“그런데 승아가 영어 공부를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영어 테이프를 들어가며 영어 동화책을 하루에 5∼6권씩 읽어치우더라고요. TV 만화영화도 즐겨 보고요. 한 달 지나니까 ‘엄마 이제 귀가 뚫리는 거 같아’라고 했어요. 6개월 후에는 더 이상 일부러 영어 동화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죠.”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자 박승아양이 “여기서 더 살자”며 부모를 졸랐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참 예뻐요. 여기도 숲, 저기도 숲이거든요. 아이들과 맨발로 숲속에서 뛰어놀고 집 마당에서 강아지랑 새도 키우고…. 답답한 서울의 아파트 생활로 돌아가기 싫더라고요. 또 한국 학교에서는 ‘외워서 시험보기’만 하잖아요.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수학문제를 풀어도 친구들이랑 그룹을 지어 함께 고민하죠.”
박승아양은 자기 바람대로 눌러 살게 된 뉴질랜드에서 현지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난 학업성적을 거뒀다. 공립학교에 진학하면 1년 학비가 10만원이면 충분한데, 박양은 부모를 졸라 연간 학비가 1만8천 뉴질랜드달러(약 1천3백만원)인 명문 사립고교 크리스틴 스쿨에 진학했고 박양은 이 학교에 다닌 4년 내내 단 한 과목에서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박양의 목표달성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한 사례가 있다.
박승아양이 제 2 외국어로 선택한 과목은 일본어.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와 소설, 영화 등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도쿄를 1주일간 여행해본 것이 ‘일본 체험’의 전부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일본어능력시험 2급을 따고 스피치 콘테스트에서 일본어 연설로 상을 받는 등 수준급의 일본어 실력을 자랑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라이벌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1년 유학한 친구가 전학을 온 것.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동안 일본어 1등을 고수해왔는데, 그 친구한테 1등 자리를 빼앗기기 싫었어요. 그러면 전 과목 수석 목표가 깨지잖아요. 그래서 일본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1등 자리를 지켜내고, 일본어 말문이 확 트이는 성과도 얻었어요. 내년엔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따려고 해요(웃음).”

반대되는 성격의 ‘과목 짝짓기’ 공부로 지루함 덜어
국제수능시험 만점 예일대 특차 합격한  박승아

만점을 받은 국제수능시험 성적표를 들고 있는 박승아양.


박승아양에게 남들보다 높은 목표의식을 갖게 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해준 장본인은 박양의 6년 선배인 케이트 언니다. 박양은 중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케이트를 알게 됐는데 당시 케이트는 국제수능시험에서 45점 만점을 받고 크리스틴 스쿨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케이트 언니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어요. 그때 처음 크리스틴 스쿨과 국제수능시험에 대해 알게 됐고, 저도 언니처럼 되고 싶었어요. 케이트 언니는 오클랜드대학에서 법학, 정치학, 역사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뉴질랜드 정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박승아양의 공부법은 철저하게 효율 위주다. 먼저 박양은 중학생 때부터 공부하는 시간 단위를 1시간 30분으로 제한해왔다.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공부할 분량을 미리 정해놓고 정확하게 1시간 30분만 공부해요. 더 오래 하면 오히려 앞서 공부한 걸 잊어버리거든요. 한 과목을 두 단위, 즉 세 시간 이상 공부하지 않고요. 지겹잖아요.”
1시간 30분을 공부한 후에는 10분씩 휴식을 취한다. 간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드럼을 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멋있어 보여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스트레스 풀기에 좋고 10분만 연주해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이 된다고 한다. 박양은 또 ‘과목 짝짓기’를 통해 공부 효율을 높인다. 과목 짝짓기의 원칙은 비슷한 과목을 연달아 공부하지 않는 것. 영어 공부한 다음 일본어 공부를 하면 과목 성격이 비슷해 지루하기 때문이다. 영어→과학, 수학→일본어, 생물→역사 식으로 서로 성격이 다른 과목을 짝지어 공부하는 것이다.
박승아양은 “이렇게 말하면 남들이 잘난 척하는 거냐고 하는데요, 전 집에서 학교공부를 복습하거나 예습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15개나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느라, 드럼을 비롯해 승마, 골프, 바이올린, 테니스, 힙합 등을 배우느라 박양에겐 책만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선택한 공부전략이 자투리 시간의 활용. 등교 길엔 그날 배울 내용을 한번 쭉 훑고 하교 길엔 그날 배운 것을 정리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고등학교도 교실을 바꿔가며 수업을 하거든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다른 수업을 위해 이동할 때 직전에 배운 내용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되감아봐요.”
“대체 엄마가 얼마나 닦달했기에 열심히 공부했냐”고 짓궂게 묻자, 박승아양은 “엄마는 오히려 훼방꾼이에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자기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엄마 최경희씨는 슬쩍 문 열고 들어와 ‘악마의 속삭임’을 늘어놓는다고.
“엄마는 ‘승아야, ’뮤직뱅크‘에 에릭 오빠 나왔네’ ‘승아야, 오늘은 보아도 나온대’ ‘승아야, 엄마랑 ’대장금‘ 볼래?’라며 절 자꾸 꼬셔요. 엄마는 제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다고 염려하시거든요. 좀 쉬엄쉬엄하라는 뜻인데, 엄마가 그럴 때면 정말 저도 마음이 흔들려요(웃음).”

무엇이 될지 아직 정하지 못한 꿈 많은 열 아홉살
하지만 엄마는 딸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주기 위해 박양의 스케줄에 맞춰 차를 가지고 항시 대기하며 ‘픽업 서비스’를 해줬다고 한다. 이런 엄마의 노력은 국제수능시험에서 좋은 에세이 점수를 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에세이 주제를 ‘마오리 여성의 시대적 지위 변화’로 잡았어요. 이걸 쓰기 위해서 30여 군데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했거든요.”


박승아양은 공부만 아는 독종은 아니다. 춤 실력도 대단해 지난해 학교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퀸으로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엄마 최경희씨는 “크리스틴 스쿨에서 동양인이 퀸으로 뽑힌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흐뭇해했다.
박승아양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맘먹은 것은 고3이던 지난해 4월이었다. 박양은 “처음에는 호주 시드니로 유학 갈 생각이었는데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 마음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뒤늦게 미국 대학 진학을 결정하자 당장 미국 SAT를 준비해야 하는데, 뉴질랜드에서는 SAT 관련 책을 한 권도 구하기 어려워 한국 유학생 책을 빌려다가 점심 시간 내내 복사해서 공부했다고 한다. 박양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외동딸을 품에서 떼어내 멀리 미국으로 유학 보내는 조건으로 ‘아이비리그 진학 준비를 한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무너뜨리지 마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0∼11월에 국제수능시험과 미국 SAT, 학교 내신 리포트, 기말고사 등이 몽땅 겹쳤어요. 아빠와의 약속도 있고, 제 욕심도 있고 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 국제수능시험을 보는 2주일 동안은 하루 1시간밖에 못 잤어요. 시험 끝나고는 27시간을 한번도 깨지 않고 자서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기도 했어요.”
박승아양의 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화상 환자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지선아 사랑해‘를 본 뒤 재건 성형 전문의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은 국제연합이나 세계무역기구 등 국제무대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IT업계도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올가을 학기 예일대에 입학하는 박승아양은 “대학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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