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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출발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서 파격적인 섹스 연기로 눈길 끈 이승신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buonasera ■ 헤어·이화(박승철 헤어스투디오) ■ 메이크업·박지숙(박승철 헤어스투디오) ■ 의상·모르간 제시뉴욕 ■ 액세서리·티노코리아 ■ 코디네이터·이민옥

2005. 08. 31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최민식의 아내로 출연해 눈길을 끈 영화배우 이승신. 92년 데뷔해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그가 이혼의 아픔과 여덟 살 난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서 파격적인 섹스 연기로 눈길 끈 이승신

배우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톱스타와 얼굴은 낯이 익지만 이름은 생소한 배우다. 92년 SBS 공채 탤런트 2기 출신인 이승신(36)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햇빛을 보게 됐다. 최민식의 아내 이정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에 이어 두 번째로 박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어요. ‘올드보이’ 때 ‘심령술사’ 역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막상 스크린에 보여지는 모습은 적었죠. 공들여 찍은 장면은 많이 잘려나갔고요. 그래도 무척 즐겁고 행복했어요. 훌륭한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했으니까요.”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의 복수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백선생과 이정의 식탁 섹스 신. 극중 백 선생이 밥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정에게 다가가 성관계를 갖는데 이정은 반찬 그릇이 식탁 아래로 떨어질까봐 감싸 안는다.
“관객들 중 그 장면에 대해 ‘징그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쇼킹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백 선생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특별히 섹스 신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제 연기가 작품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노력했을 뿐이죠.”
섹스 신 촬영은 상대배우 최민식의 배려와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별다른 NG 없이 순조롭게 마쳤다고 한다. 그는 “최민식이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섹스 신을 찍기가 한결 수월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대학 때 지하철에 붙은 탤런트 모집공고를 보고 무작정 원서를 접수한 것이 계기가 돼 연예계에 발을 내딛게 된 그는 동기 중에 잘나가는 편에 속했다고 한다.
“드라마 ‘여자의 겨울’을 통해 첫 주연을 맡기도 했죠. 한참 활동하다 97년 결혼한 뒤 5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어요. 2002년에 이혼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죠. 이혼 후 첫 작품이 김갑수 선배와 함께 찍은 KBS ‘203 특별수사대’였어요. 무엇보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즐거웠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행복했어요. 아이도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요.”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혼, 촬영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워요”
누구에게나 이혼은 결혼 못지않게 어려운 선택이다. 이승신도 보통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번민 끝에 이혼을 결심했다. 이혼 후 다섯 살 난 딸을 데리고 친정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또 다른 ‘선택’을 한 후 뒤돌아서서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힘든 시간이었고 어려운 결정이었죠. 저뿐만이 아니라 아이 아빠도 저와 같은 고통을 겪었고 상처를 받았어요.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이혼 당시의 아픔이나 괴로움은 떠오르지 않아요. 저는 지난날의 고통을 되새김질하려고 애쓰지 않아요.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잊고 사는 편이죠.”
그는 이혼 당시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의 아픈 상처와 좌절을 극복한 상태라고.
“이혼은 결혼생활 중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결과물이죠. 남편과 함께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서 헤어졌어요. 이혼 후 원수지간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희는 아이 문제를 상의하면서 원만하게 지내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에서 파격적인 섹스 연기로 눈길 끈 이승신

이승신은 이혼 후 산을 오르며 아픔도 털고 다이어트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 후 힘든 시간도 많았고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딸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딸을 키우면서 많이 느끼고 배우면서 살아요. 성숙해지기도 하고요. 이혼 후 딸 없이 혼자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요. 공부를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지금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딸을 키우면서 절제할 수 있었고 바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려면 제가 먼저 제대로 된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친정 엄마와 함께 그의 삶의 든든한 버팀목은 바로 산이라고 한다. 등산을 통해 심신의 고통을 다스리게 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오른다고.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만 해도 카드 값이며 생활비 걱정으로 가득한데 운전석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그 걱정이 사라져버려요. 산 정상을 바라보면 ‘언제 저 산을 다 오르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산은 욕심을 비우도록 만들어줘요. 등산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맑게 해주는 좋은 운동이에요. 산에 오를 때면 숨이 턱턱 막히고 몸에서는 용광로 같은 열이 나 잡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거든요.”
산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면서 ‘세상사 별것 아니다’ 하고 마음의 짐과 욕심을 비운 후 산을 내려온다는 그는 “등산이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처음엔 저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지난해부터 청계산과 관악산을 번갈아가면서 일수 찍듯이 매일 산에 올랐어요. 하루 3시간 정도 산을 오르락내리락했는데 한 달 만에 8kg이 빠지더라고요. 피부도 참 고와졌어요. 등산할 때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이때 노폐물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촬영장에 있을 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뒤늦게 연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그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밀려드는 시나리오 가운데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요즘에는 화장도 엷게 하고 헤어스프레이도 덜 뿌리게 돼요. 저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싫어서요. 행복한 삶을 위해 여행도 많이 다니고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요. 제 인생을 책임 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늘 명심하고 살아요. 요즘에는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없이 행복해요. 그게 저에 대한 최대의 칭찬이자 삶의 활력소가 되는 한마디예요.”
실제 자신의 모습과 흡사한 성격의 배역이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이승신. 이혼의 아픔을 겪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에 몰두할 때 느끼는 만족감 때문에 살맛이 난다는 그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고 한다. 또한 그는 기회가 된다면 푼수 며느리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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