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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우리는 단짝

피트니스 센터 동업으로 문 연 무술감독 정두홍 & 탤런트 이훈

“94년 무술감독과 연기자로 처음 만난 우리, 운동이라는 공통 분모로 끈끈한 우정 이어오고 있어요”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5. 08. 31

최근 무술감독 정두홍과 탤런트 이훈이 체육관을 겸한 피트니스 센터를 개장했다. 94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의 달’을 통해 무술감독과 연기자로 처음 만나 1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관심분야를 살리기로 의기투합한 것. 정두홍·이훈을 만나 그들의 특별한 우정과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트니스 센터 동업으로 문 연 무술감독 정두홍 & 탤런트 이훈

탤런트 이훈(32)과 무술감독 정두홍(39)이 지난 8월 초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체육관을 겸한 피트니스 센터 ‘더블에이치’를 열었다. 평소 운동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 웨이트 훈련과 그룹운동 위주에서 벗어난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권투, 스턴트 액션을 일반인에게 가르치는 한편 프로선수를 육성하고 대회도 창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는 전체 4층으로 꾸며져 있는데 회원들이 각자 원하는 운동을 마음껏 골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무술감독과 탤런트라는 본업을 유지한 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두 사람은 현재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인생의 또 다른 도전으로 여기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훈은 피트니스 센터 오픈과 동시에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운동을 통해 얻는 인생의 행복과 기쁨은 운동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들 때 소주잔 기울이지 마시고 운동하시면서 정신력도 키우시길 바랍니다(웃음).”

작은 권투도장 인수하려던 계획이 피트니스 센터로 확대
이번 사업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정두홍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무술감독이자 스턴트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마음 놓고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고. 처음에는 평소 눈여겨봐둔 작은 권투도장을 인수할 계획이었는데 이훈과 함께 사업을 의논하는 과정에서 운동선수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스포츠 공간을 제공하자는 결론에 도달, 사업의 규모를 확대시켰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부시설과 운동기구 장비를 구입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 그 바람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 많이 벌었냐”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고. 하지만 정두홍은 “훈이나 저나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비용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마련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피트니스 센터 동업으로 문 연 무술감독 정두홍 & 탤런트 이훈

그는 지난 98년에도 돈 한 푼 없이 서울액션스쿨 설립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스턴트맨들의 열악한 연습환경과 불합리한 대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무술감독으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스턴트맨의 처우개선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고민 끝에 무작정 한국체육진흥회장에게 찾아가 스턴트 연습장을 마련해달라고 호소, 결국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액션스쿨 체육관을 무료로 얻어냈고 자신이 목숨을 걸고 영화를 찍어 번 돈으로 훈련에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이처럼 한번 하고자 하는 일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성격인 그는 “훈이가 연예인이고 나 역시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이 사업하는 데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때가 많은 것 같다”며 “순수한 의도로 시작한 일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기를 바란다”는 부탁의 말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호화롭게 시작하는 거예요. 최첨단 기계에 화려한 내부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잖아요. 처음에는 후배들에게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에게도 수준 높은 운동을 가르쳐드릴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저보다도 훈이가 일을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성격이 워낙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이 좋아 회원님들과도 금방 친해지고요. 하지만 수익은 정확하게 반으로 나누기로 약속했어요(웃음).”
이에 이훈은 “두홍 형만 믿고 시작한 일”이라며 “말이 공동대표지 엄연히 형이 회장이고 나는 부회장 격이다”라고 말했다.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동업까지 결심한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은 사이라고 한다. 지난 94년 방영된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무술감독과 연기자로 만나 지금까지 그 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 정두홍은 이훈의 남자답고 화통한 성격과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훈 덕분에 연예인들은 물론 야구선수를 비롯해 많은 운동선수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 동업으로 문 연 무술감독 정두홍 & 탤런트 이훈

이훈은 맨몸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무술감독 자리에 오른 정두홍의 강한 의지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훈은 정두홍의 초인간적인 강한 의지력을 높이 평가했다. 충남 부여군 작은 시골마을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맨몸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무술감독이 된 정두홍을 존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몇몇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봤지만 두홍 형님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사람은 아직까지 못 봤어요. 형은 현재 몸이 성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스턴트에 미쳐 있는데 그런 초인간적인 의지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화려한 타이틀을 얻은 거라 생각해요.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 대가인 거죠. 그런 형님을 따라가려면 저는 아직도 한참 멀었어요(웃음).”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액션영화에 출연하며 우리나라 스턴트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정두홍은 실제로 몸이 성한 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운동을 하면 생명에 위험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도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는 부서진 몸을 붕대로 감은 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어왔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두려움에 떨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최고가 되겠다’는 집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한다.
“몸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굳은 의지력만 있다면 몸은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것 같아요. 저를 보면 의학적으로 설명 안되는 부분이 분명 있거든요. 저는 운동을 안 하면 오히려 몸이 죽을 것처럼 아파요. 그리고 부상 때문에 고통스럽다가도 카메라만 돌아가면 정신이 번쩍나고 언제 아팠나 싶죠.”
태권도 4단에 격투기 5단, 합기도 5단, 유도, 킥복싱, 검도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스포츠맨 정두홍. 그는 지난해 24세의 권투선수를 꺾고 프로복서로 데뷔하기도 했다.



아내와 재결합해 행복한 일상 되찾은 정두홍, 다섯살 아들과 링 위에서 뛰노는 이훈
피트니스 센터 동업으로 문 연 무술감독 정두홍 & 탤런트 이훈

더블에이치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이훈의 부인 김혜진씨(35)와 아들 우.


두 사람은 모두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가족 간 모임도 종종 갖는다고 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정두홍은 이훈의 다섯 살배기 아들 우를 친자식처럼 예뻐하고 우도 그를 ‘얍삼촌’(운동할 때 기합 넣는 소리 때문)이라 부르며 잘 따른다고.
두 사람이 처음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자 아내들의 반응은 각자 달랐다고 한다. 이훈의 아내는 평소 그가 하는 일에 깊이 관여하는 편이 아니어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두홍의 아내는 “돈 많이 벌어야 해”라고 말했다고. 평소 후배들 챙기느라 돈을 많이 쓰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아내는 그에게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격려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때 성격차이로 별거를 한 적이 있는데 지난해 이맘때쯤 정두홍이 MBC ‘사과나무’에 출연한 뒤 다시 재결합했고 지금은 여느 부부들처럼 가끔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이훈은 겉보기와 달리 가부장적이고 아내에게 무뚝뚝한 성격이라고 한다. 그는 “평소 밖에서 말을 많이 해서인지 집에서는 잘 안 하게 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도 잘 놀아주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모처럼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고 한다. 매일 저녁 피트니스 센터로 찾아오는 아이와 복싱을 하기도 하고 링 위를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이훈은 주변에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재활치료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가 자리를 잡으면 훗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재활센터를 차리는 것이 그의 또 다른 목표라고.
두 사람은 앞으로도 본업에 충실할 계획이다. 이훈은 조만간 SBS 새 드라마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고 정두홍 역시 하반기에 6개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되어 있어 정신없이 연말을 보낼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내년에 정식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예정인데 CJ엔터테인먼트가 추진 중인 해외 프로젝트 중 저예산 액션영화 ‘바운서’의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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