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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MBC 첫 ‘여성 국장’ 임나혜숙이 밝힌‘남다른 자녀교육 &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을 선택, 딸들에게 부모 이혼을 당당하게 말하라고 가르쳐요”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5.08.31 14:14:00

지난 3월 지방 MBC 첫 ‘여성 국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마산 MBC 임나혜숙 편성국장. 2000년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 ‘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로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2001년 말엔 이혼 사실을 직장동료와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알려 화제가 됐던 그가 독특한 자녀교육법과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지방 MBC 첫 ‘여성 국장’  임나혜숙이 밝힌‘남다른 자녀교육 &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

마산MBC 3층 편성국. 막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간부들 사이로 찢어진 청바지, 모자 달린 티셔츠를 입은 여자가 눈에 띄었다. 마산MBC 임나혜숙 편성국장(47)이다. 마흔일곱이라는 나이, ‘방송국 국장’이란 지위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톡톡 튀는 외모가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지방 MBC 최초의 ‘여성 국장’이 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의 애칭은 ‘아구할매’. 94년부터 토종 경상도 사투리로 라디오 시사평론 프로그램 ‘아구할매’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마산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정도로 스타가 된 지 오래다. 여성 인권과 우리 사회 소수자, 약자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그는 2000년 ‘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 ‘결혼’과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을 뒤흔드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 데 이어 지난 2001년 12월엔 이혼 사실을 직장동료와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뜻은 없었어요. 단지 결혼할 때 청첩장 돌리는 것처럼 이혼한 사실을 알렸을 뿐이에요.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남편 잘 있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귀찮기도 했고요.”
우리 사회는 아직 이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녀들에게도 부모의 이혼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10여년간 별거 끝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그는 세 딸에게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5월 전북 익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부모가 이혼한 학생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이혼시기와 이혼사유, 양육비는 보내주는지 등을 물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부모의 이혼이 감출 만한 일도 아니고 결격사유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숨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 그런 사고방식에 동의하지 않거든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그의 셋째 딸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교단 앞으로 나간 학생은 모두 5명. 다른 4명은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의 딸은 당당하게 걸어나갔다고 한다.
“제 아이는 부모가 이혼한 사실을 감추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고 해요. 딸아이가 부모의 이혼 전과 후의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니까 기죽어 있던 다른 4명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어깨를 폈다고 하더라고요.”

“자녀가 하고 싶은 것, 즐거워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 이혼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불이익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참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고 한다. “이혼이 무슨 죄냐”고 항변하는 그의 자녀교육관은 요즘 엄마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큰딸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집에서 뒹굴뒹굴 놀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청소년 ‘백수’를 자처했지만 다그치지 않았죠. 입학 배정을 받은 고등학교의 안내문을 받아보니 기가 찼거든요. 인생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고교시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논술 공부를 해와라, 영어·수학 공부를 해 오라는 등의 주문만 잔뜩 늘어놨더라고요.”
그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또 한번 실망했다고 한다. 대학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고등학교에 큰딸이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두말없이 찬성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고.

지방 MBC 첫 ‘여성 국장’  임나혜숙이 밝힌‘남다른 자녀교육 &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

“초등학교 때부터 9년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이제 1~2년간 휴식시간을 갖고 싶다고 하기에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1~2년 쉬어 남들보다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딸이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겠어요. 딸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 거죠.”
그는 큰딸이 하루 종일 잠을 자든 컴퓨터 게임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도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자녀교육에 특별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학입시라는 틀에 얽매여 오직 공부에 ‘올인’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라고 한다.
“얼마 전 셋째 딸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구구단을 제대로 못 외우니까 집에서 적절히 교육시키고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어요. 학원을 보내든지 과외를 하든지 공부시켜서 학교에 보내라는 뜻이었죠. 제가 곧바로 답장을 썼어요. ‘난 공교육을 100% 신뢰한다. 교사가 사교육을 권장하지 마라.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은 학부모가 아닌 교사의 몫이다.”
이후 셋째 딸은 학교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한 후 하교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아이가 공부를 못하니 잘 가르치겠다’고 하는 것이 맞는 일 아니겠느냐”고 주장하는 그는 “자녀교육은 강요가 아닌 자녀의 선택과 자율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둘째가 중학교 2학년인데 1학기 성적표를 보니까 거의 꼴찌예요. 얘는 순수 무공해 학생이에요.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죠. 지난 겨울방학 때 ‘너는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었더니 음악을 하고 싶대요. 주인공이 돼 부담스럽게 살기보다는 세션맨 정도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참 좋은 생각이다 싶었죠. 우선 악기를 배우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둘째 딸은 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무척 즐겁게 생활하는 중이라고 한다. 피아노 학원에 갈 때마다 “나 콘서트하러 간다”고 자랑한다는 것. 아직 동요를 연주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우기 때문에 생활에 활력이 넘치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배우니까 즐거운 거죠. 공자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어요. 우리나라 엄마들이 이 말을 곰곰이 되새겨봤으면 좋겠어요.”

이혼 후 성욕은 자위기구로 해결
그는 이혼하고 나서 사람들을 만날 때 좋은 점만 보게 됐다고 한다. 남편의 경우 배우자로 바라봤기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랐고 자연히 남편에게 실망한 적이 많았다고. 하지만 결혼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니 어떤 사람을 만나든 약점보다는 장점만 보게 됐다고 한다.
“저는 상징적으로 ‘임나혜숙’이란 이름을 쓰고 있어요. 양성 쓰기 운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성을 쓰고 있지만 부모 성이 아닌 제 성을 갖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나혜석씨를 따라 ‘나’라는 성을 선택했어요. 나혜석씨가 우리나라 이혼녀의 시조거든요.”
솔직담백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이혼 후 성욕을 해소 하는 방법에 대해 “누구랑 할 것인가”가 아닌 “무엇이랑 할 것인가로 인식을 전환하자 성문제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혼하고 나서 남자 후배와 섹스숍에 가서 ‘제일 좋은 것, 아주 좋은 것으로 주세요’ 하고 자위기구를 구입했어요. 남자 성기와 똑같이 생겼어요. 배터리를 넣어 사용하는 건데,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좋아요. 저는 자위기구가 여성이 독립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남자보다 강해서 좋아요. 질과 음핵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남자하고 하는 것보다 쾌감도 크고요. 남자와 하다 보면 이 남자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담도 없죠.”
그는 “‘누구랑 섹스를 해야 하나’를 걱정하게 되면 아무래도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누구’라는 개념을 ‘무엇’으로 바꾸면 자신이 능동적으로 섹스 라이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 MBC 첫 ‘여성 국장’  임나혜숙이 밝힌‘남다른 자녀교육 &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

“성은 문란해도 안 되지만 무조건 억압할 것도 아니죠. 성욕이 생기면 내가 주체가 되어 남자를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위기구를 이용할 수도 있죠. 전 자위행위를 ‘셀프 오르가슴’이라고 표현해요. 사실 자기 성기 구조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는 여자들이 참 많아요. 자위를 통해 자신의 몸을 안 다음 남편에게, 애인에게 상세히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는 부부 사이에 ‘페이(pay) 섹스’를 권하고 싶다고 한다. 섹스를 하고 싶은 쪽이 상대방에게 돈을 주고 섹스를 하라는 것이다. 돈을 준 당사자는 본전을 뽑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돈 받은 사람은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재혼요? 연애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성욕은 무조건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남편의 성기능 장애로 인해 고민하는 친구가 호스트바에 가서 욕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현명한 선택이라며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제 친구가 남편과 사이는 좋은데 성생활 문제로 고민을 했거든요. 그렇다고 이혼할 생각은 없고…. 그래서 호스트바에 가서 욕구를 해결한 거죠. 독신여성과 장애여성 등을 위한 성매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이혼율이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더는 이혼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셈이다. 그는 자신이 이혼을 한 것을 “상대방에게 큰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절대 자유’를 얻기 위해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이혼을 선택할 경우엔 결혼할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사전준비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이혼할 경우 또 다른 고통이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다는 것. 특히 경제적인 자립대책을 세운 후에 이혼하라고 조언했다.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해요. 무엇보다도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고, 그래서 푹 빠져들 수 있는 일이 있어야죠. 두 번째는 갈 데가 많아야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어야 해요. 이혼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가진 후 남편과 사이가 좋아진 사람이 많아요. 자신의 일과 삶에 충실하다 보니까 남편에 대한 간섭과 불만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갈등의 폭이 좁아지게 된 거죠.”
지방 MBC 첫 ‘여성 국장’  임나혜숙이 밝힌‘남다른 자녀교육 & 이혼 후 달라진 섹스 라이프’

임나혜숙 국장은 지금도 라디오 시사평론 프로그램 ‘아구할매’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이혼을 했기 때문에 이혼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어떻게 하면 이혼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라고 했다. 그에게 “재혼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연애만 하며 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혼생활’에서 탈출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인데…. 앞으로 맨정신으로 결혼할 일은 없겠죠. 아직 제 인생을 바꿀 만한 상대를 못 만나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니까 일흔 살쯤 돼서 (남자를) 찾아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대요. 그동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어요. 조급할 거 있나요.”
“이혼한 여성과 한 부모 가정의 자녀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감추려 하지 말고 오히려 당당하게 여기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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