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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파스텔이 빚어낸 아름다움 ‘무대 위의 발레리나’

2005. 08. 31

파스텔이 빚어낸 아름다움 ‘무대 위의 발레리나’

인상파는빛을 좇아 야외로 나간 19세기의 화가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동시대 작가로서 인상파 화가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렸으면서도 야외로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대가가 있습니다. 바로 에드가 드가입니다.
드가는 스스로 ‘현대적인’ 화가로 평가되기를 원했고 인상파 화가들과 전시도 함께했지만, 인상파 화가가 되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연히 빛을 좇아 야외로 나가야 할 까닭이 없었지요. 게다가 그는 눈이 나빴습니다. 강한 자연광을 그대로 받으면 도저히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실내에 머물며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시력 문제가 드가의 예술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말년으로 갈수록 그가 유화보다 파스텔화를 선호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18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한 시력은 1892년경에 이르러 화구 가운데 유일하게 파스텔만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 좋아졌지요. 자연히 사물을 세밀히, 꼼꼼하게 관찰해서 그리기보다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와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 이미지를 주된 소재로 삼아 그렸습니다.
드가의 파스텔화 가운데 유명한 것이 ‘무대 위의 발레리나’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 발레리나가 무대 전면으로 혼자 튀어나와 있습니다. 자칫 외롭고 쓸쓸한 구성이 되기 쉬운 그림이지요. 그러나 드가는 소녀가 팔을 활짝 벌려 관객을 맞게 함으로써 그림에 따뜻한 소통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며 소녀에게 집중되는 관객의 시선은 무엇보다 소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이의 시선입니다. 우아하게 다가와 관객을 품어 안으려는 소녀 또한 관객을 향한 우정의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가는 파스텔의 부드러운 힘으로 무대 위의 여성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습니다.

한 가지 더∼
파스텔은 석고 또는 탈산석회를 원료로 막대기처럼 길게 굳혀 만든 회화 재료입니다. 크레용과 비슷하나 크레용처럼 납 성분이 들어 있지 않고 느낌이 기름지지도 않습니다. 17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18세기에 널리 쓰이게 됩니다. 드가를 비롯해 보나르, 르동 등이 이 재료를 곧잘 사용했으며 부드럽고 화사한 색채로 이름이 높은 재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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