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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도전

‘스피치 아카데미’ 문 열고 예비 방송인 양성에 나선 백지연

“일에 있어서는 앞뒤 꽉 막힌 교과서지만 초등학생 아들과 ‘닭살 대화’ 나누는 보통 엄마예요.”

글·강지남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8.31 11:20:00

앵커 백지연이 최근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두 번째 사업으로 스피치 능력 향상을 토대로 방송인을 양성하는 백지연 아카데미를 열었다. 9월1일 정식 개원을 앞두고 만난 백지연이 새로운 도전을 앞둔 포부, 사랑스런 아들과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피치 아카데미’ 문 열고 예비 방송인 양성에 나선 백지연

인터뷰약속을 한 날은 하필이면 ‘백지연 아카데미(www.anchorkorea.com)’의 정식 개원을 앞두고 희망자들에게 무료로 카메라 테스트를 해주는 날이었다. 오전에 끝날 예정이던 카메라 테스트는 생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려 오후까지 이어졌고 덕분에 약속시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백지연(41)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평소 인터뷰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기로 유명한 백지연은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 잘 안 한다고 저 많이 미워하셨죠?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아유, 오늘 너무 바쁘고 정신없네요.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프로페셔널한 유머 감각. 그의 첫인상이다.
9월1일 정식 개원을 앞둔 백지연 아카데미에는 벌써부터 ‘성공 예감’이 감돈다. 이틀로 예정했던 무료 카메라 테스트는 신청자가 많아 나흘로 늘어났고, 이날 방문자가 폭주해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아나운서, 기자, 앵커 등을 꿈꾸는 예비 방송인들뿐만이 아니라 스피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직장인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직장인들 대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 아예 단체교육을 의뢰한 로펌도 있다고 한다.
“우리 386세대가 부모 세대를 밟고 일어선 것처럼 후배들도 우리 세대를 밟고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배워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저를 활용해 저를 밟고 일어서길 바라요.”
백지연은 87년 MBC에 입사해 5개월 만에 밤 9시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돼 8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20대 초반의 여자 후배들이 “나이가 어려 일이 힘들다”라고 말할 때 “난 네 나이 때 ‘9시 뉴스’ 앵커를 했다”며 농담 삼아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메인 뉴스의 앵커가 되는 바람에 고생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MBC 실기시험을 보던 날, 전 맨얼굴에 언니 정장을 빌려 입고 갔는데 2천여 명의 응시생들 모두가 신부화장을 하고 와서 많이 놀랐어요. 앵커가 된 이후에도 외롭고 힘들었죠. 그럴 때마다 조언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는 무료 카메라 테스트를 하면서 가능성 있는 후배를 몇 명 발견해 매우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가능성이란 물론 재능도 포함되지만, 많은 부분 자세에 달려 있다고. 그는 앵커를 항상 노력해야 하는 치열한 직업으로 생각하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을 각오가 되어 있는 후배에게는 자신이 체득하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싶은 열정을 느낀다고 한다. 대신 앵커를 적당히 지적이고 적당히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돌려보내고 있다고.
“앵커나 아나운서를 하려면 예뻐야 하냐고 묻는데, 중요한 건 미(美)가 아니라 분위기예요. 앵커에게는 진지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필요하죠. 일부 학원에서는 방송인 지망생들에게 성형수술을 권한다는데, 카메라 테스트의 목적은 그 사람의 미모가 아니라 분위기를 살피는 데 있어요.”
백지연은 ‘무엇이든 최고를 추구한다’는 자세로 아카데미를 세웠다고 한다. 실력 있는 전·현직 언론인들로 강사진을 채웠고 방송국 못지않은 수준으로 스튜디오, 부조정실, 조명시설 등을 갖췄다. 모니터용으로만 사용할 카메라도 HDTV용 새 제품으로 구입했고, 방송 중에 소음이 들어가선 안 되기에 에어컨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제품으로 설치했다고. 그는 각 강의실의 이름을 자신이 존경하는 앵커나 기자의 이름을 따서 붙일 거라 했다. “국내 인물도 있냐”고 물었더니 “설마 백지연 아카데미에 백지연 말고 다른 국내 인물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한다. 역시 백지연다운 자신감이요, 자부심이다.

‘일중독’ 남편과 고 3 수험생 커플처럼 지내는 ‘일중독’ 아내
지난 2001년 겨울 재혼한 남편 송경순씨(54)는 국제금융 전문가라 비즈니스에도 밝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백지연은 “우리 부부는 일만큼은 철저하게 각자 알아서 한다”고 말한다. 다만 남편은 “맘 편하게 하라”고 자주 다독여준다고.

‘스피치 아카데미’ 문 열고 예비 방송인 양성에 나선 백지연

백지연은 “능력 있는 후배들이 나를 밟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워커홀릭이에요. 남편은 미국과 홍콩 등을 오가며 파이낸스 관련 일을 할 뿐 아니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영어 초빙교수로 학생도 가르치고 있어요. 저도 연세대 겸임교수로 일하고요. 우리는 주말에도 거의 쉰 적이 없어요.”
이 부부의 주말 풍경은 마치 함께 도서관 다니는 고3 수험생 커플 같다. 토요일에는 가끔 여행을 다니지만 일요일에는 함께 집을 나와 각자의 사무실로 향한다. 일하다 배고파지면 만나서 점심 먹고, 다시 일하다 배고파지면 또 만나서 저녁을 먹는다. 너무 일을 많이 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면 만나서 영화 한 편을 관람한다고 한다고 한다.
백지연은 스스로를 “곧이곧대로 일만 하는 앞뒤 꽉 막힌 교과서”라고 표현한다. 일에 있어서 그의 완벽주의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바다. 지금까지 4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단 한 번도 대필 작가를 쓰지 않았다. 최근에는 ‘자기설득 파워’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직접 원고 쓰는 것도 모자라 무려 10번이나 직접 수정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아이 앞에서는 영락없이 무너지고 마는 보통 엄마다. 백지연의 아들 사랑은 주변에서 ‘닭살’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임신했을 때는 너무 바빠 아이가 귀찮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제게 정말 이렇게 강한 모성애가 있을 줄 몰랐죠. 한 살 때는 예쁘더니, 두 살 때는 너무 예쁘고, 세 살이 되니 이건 예술인 거 있죠. 자고 나면 더 예뻐지는 게 자식인가봐요.”
백지연은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신과 아들(9)의 ‘닭살 대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너무 예쁜 아들에게 “엄마한테 아들로 와줘서 고마워” 했더니, 배시시 웃던 아들이 다가와 “나한테 엄마로 와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였다고 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아들에게 “엄마 어때? 예뻐?” 묻곤 한다니, 정말 애교 많은 엄마인 것 같다.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아들에게 쓰는 일기장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나중에 너 때문에 네 아들이 여자친구나 사귈 수 있겠니’라며 아들이 부담 느낄 수 있다고 충고해줘서 요즘엔 아들에게 일기 쓰는 횟수를 줄이고 있어요.”

“아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판단력 있는 엄마이고 싶다”
‘스피치 아카데미’ 문 열고 예비 방송인 양성에 나선 백지연

아들에게 인생의 조언자, 대화 상대로 손색없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백지연.


자녀교육법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백지연은 “자녀 교육만큼은 내가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만 그는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행복한 사람, 낙천적인 사람으로 아들이 커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사교육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시키고 있어요. 게으름을 부리는 거라면 야단치지만 정말 하기 싫다고 하면 그만두게 하고요. 어찌 보면 나쁜 엄마일 수 있죠(웃음).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걸 정해오면 그 기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조언까지 해줄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엄마가 되고 싶어요. 2020년이면 성인이 되는 아들의 대화 상대로 손색없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저를 항상 일깨우고 자극하죠.”
“아들에게도 엄마를 닮아 앵커로서의 자질이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임신 9개월까지 뉴스 진행을 했으니 아무래도 좀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저도 매우 궁금해요”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두어 차례 뉴스 스튜디오에 데려간 적이 있는데, 엄마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꼼짝 않고 지켜봤다고 한다.
“하루는 ‘엄마, 나도 앵커나 할까봐’ 그래요. ‘정말? 왜?’라고 물었더니 이 녀석이 글쎄 ‘그냥 쉬워 보여서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백지연은 ‘백지연 커뮤니케이션스’라는 회사를 세우고 첫 번째 사업으로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사업을, 두 번째 사업으로 백지연 아카데미를 시작했고 내년까지 세 번째, 네 번째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본업은 앵커라고 강조했다. 생방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 시사 인터뷰어로서의 자기 발전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라고. 불혹의 나이를 넘겼지만 여전히 도전할 목표가 많은 그가 20대보다 더 젊게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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