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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이 들려주는 ‘부부 갈등 원인 & 해소 방법’

”부부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싸움으로 번지지 않는 부부 대화법을 익히는 겁니다.”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8.10 16:10:00

지난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세계 3위, 아시아 1위였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충격을 던졌다. 어려워진 경제 현실과 가정 폭력, 외도 등 갖가지 부부 갈등이 가정 해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으로부터 부부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이 들려주는 ‘부부 갈등 원인 & 해소 방법’

“도저히못살겠어요. 아내가 날 무시하고 아예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잠자리를 거부한 지도 오래됐고요.”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55)을 인터뷰하기 위해 상담소를 찾았다가 만난 한 40대 남성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이 남성이 돌아가고 이 소장과 인터뷰를 시작한 뒤 불과 몇 분이 지나자 또 다른 남성이 상담소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부부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혼 직전에 이르렀다”며 도움을 청했다.
방문뿐 아니라 전화 상담도 줄을 이었다. 기자가 상담소에 머무른 3시간여 동안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부부 갈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새삼 놀랄 정도였다.
지난 7월5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가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연구해 발간한 보고서 ‘한국의 이혼율 연구 Ⅲ’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져 99년 이후 아시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3만9천3백65쌍이 이혼, 이혼율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분주하기 그지없는 한국남성의 전화 상담실 풍경은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세계 3위라고 하잖아요. 이런 불명예스런 기록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이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 소장은 사실 자신도 이혼 직전에 이를 만큼 심각한 부부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77년에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의 가정에 불화가 생긴 것은 남편의 ‘지극한 효심’ 때문. 아내와 자식보다 부모에게 더 매달리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이 소장은 80년대 말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남편의 태도 때문에 불거진 고부 갈등, 여성으로서의 상실감 등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 직전 물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부 갈등 상담소 문을 두드렸죠.”
그는 그곳에서 신기하게도 상담원에게 “내가 이런 일 때문에 고통스럽고 힘들어 죽겠다”고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이 소장은 몇 달간 꾸준히 상담을 받은 끝에 부부 갈등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라는 상담소의 권유에 따라 부부 갈등 상담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교육을 마치고 전화 상담 봉사에 나섰는데 다른 사람들의 속병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정작 내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상담을 하면서 저 자신이 큰 도움을 받은 거죠.”
그 뒤 이 소장은 사재를 털어 95년 ‘한국 남성의 전화’를 설립했다. 지난 10년간 그를 찾아와 부부 갈등을 털어놓은 남자들은 연간 2천여 명, 총 2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남편들 상담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아내의 외도와 폭력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진 요즘 남편들의 상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내의 외도다. 여자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남편의 외도에 대해 ‘남자니까 한 번쯤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는 상상도 못한 상황에 훨씬 더 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아내의 외도를 알고도 용서하고 받아들인 남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전혀 그러지 못해요. 여자는 남편이 외도할 경우 시집이나 친정에 알리고 친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고통을 풀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아요.”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이 들려주는 ‘부부 갈등 원인 & 해소 방법’

지난 10년간 남성들의 가정 고민 상담해온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



그래서 아내가 외도를 한 경우 남편이 외도한 경우에 비해 이혼에 이르는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남편들을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 아내가 성생활에 대한 불만 때문에 외도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대방이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모습에 반해 외도를 하게 됐다’고 하죠.”
이 소장은 “남성이 외도하는 이유 또한 여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우자의 외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자가 외도한 사실을 알고 맞바람을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런데 당장은 복수했다는 생각에 통쾌할지 몰라도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죠. 한번 용서하기로 했으면 과거의 일은 두 번 다시 묻지 말아야 해요. 과거에 집착하면 고통만 커지거든요. 성급하게 별거나 이혼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왜 배우자가 외도를 하게 됐는지 자기 자신과 결혼생활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죠.”
이 소장은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받은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하더라도 용서하고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면 외도를 한 당사자가 정신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도 다음으로 심각한 부부 갈등의 원인은 가정 폭력. 가정 폭력 가해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다혈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향적이고 밝은 성격처럼 비쳐져 주변 사람들은 그가 가정 폭력 가해자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다고.
“매를 맞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이나 직장에 상당히 충실한 편이에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매 맞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가해자의 분풀이 상대로 폭력을 당해요. 본질적으로 가해자의 정신적 결함이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거죠.”
특이한 것은 최근 가정 폭력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 여성부가 지난해 9~12월 혼인 중이거나 이혼 경력이 있는 성인 남녀 6천1백56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3명(31.2%)은 아내로부터 폭력(비아냥 등 정신적 폭력 포함)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3.6%의 남편은 아내에게서 일방적으로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남편에게 맞는 여성(12.1%)의 비율보다는 낮지만 매 맞는 남편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조사 결과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아내에게 맞고 사는 남편이 많아요. 부부 싸움 중에 아내로부터 폭력을 당한 남편은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죠. ‘오죽 못났으면 아내에게 맞고 사냐’는 비아냥거림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아내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는 남편들 중 일부는 상담소에 찾아와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산다’며 하소연해요.”
이 소장은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초기에 뿌리를 확실히 뽑아야 한다”며 “‘이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으로 참거나 공포심에 사로잡혀 덜덜 떨다가 대항 의욕을 상실할 경우 습관성 폭력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두 번 때리다 보면 시쳇말로 ‘만만해’ 보여 화날 때마다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생겨요. 어떠한 형태든 처음 가정 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절대 참아서는 안 되는 게 가정 폭력이죠.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일단 외부에 알리는 거예요.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체면을 생각해 신고를 꺼리는데 그렇게 쉬쉬하면 끝까지 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실직과 조기 퇴직 등으로 남성들의 경제활동 환경이 급속히 악화된 IMF 이후 경제 문제로 인한 부부 갈등 상담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은 “남편이 실직 당하고 아내가 직장을 갖게 된 이후 사소한 부부 싸움이 늘어나 부부 관계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이 제시하는 경제적 갈등의 해결책은 ‘부부 사이의 대화’. 단 남성과 여성은 대화를 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더 큰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남성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것에 치중해 대화하는 반면 여성은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무게중심을 둬요. 부부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 같은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쌓여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는 걸 인식하고 그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지요. 특히 경제 문제로 인한 갈등은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제일 중요해요.”

대화를 잘 하려면 주제와 이유 목록 만든 뒤 그 범위 내에서 대화 이끌어야

오랜 갈등을 서툰 대화로 풀려다 보면 감정이 폭발해 상대방에게 상처만 입히고 부부 관계가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고. 대화를 잘 하려면 배우자와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주제와 그 이유에 대해 목록을 만든 뒤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야기 도중 부부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부간에 살가운 대화를 나누고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의외로 별로 없어요. 대부분 자식 교육이나 재테크, 가족의 대소사 정도를 나누는 게 부부 사이 대화의 전부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저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다른 데 눈 돌리고 갈등을 일으키게 돼 있어요. 부부는 서로에게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해요.”
이 소장이 마지막으로 지적하는 부부 갈등 원인은 가정 내 역할 분담에 대한 입장 차이다. 집안 대소사에 대한 의사 결정권, 경제적 의사 결정권, 가사 분담 등에 대해 부부가 합의하지 못할 때 갈등이 커진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사 분담에 있어서도 성역할에서 자유로운 태도가 필요해요. 성별을 따지지 말고 자신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집안일을 분담하라는 거죠. 만약 남편이 집안일 가운데 빨래를 제일 좋아한다면 ‘빨래는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사에 참여하는 게 좋아요. 그뿐 아니라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부부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행복한 부부생활의 기초가 되죠.”
“해마다 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가정 파탄에 이르는 부부가 줄어들지 않아 몹시 안타깝다”는 이 소장은 “배우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쌓아두고 폭발시키기보다는 대화를 계속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오래된 깊은 갈등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가정이 생각보다 많아요. 자포자기해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가출과 별거를 반복하며 고통받는 부부가 적지 않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인간 관계가 바로 부부 사이라고 하잖아요. 부부 갈등이라는 시한 폭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외도나 이혼이라는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요.”
최근에는 부부 갈등을 겪다 정신과를 찾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은 우울증. 사는 것이 재미없고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거나 머리가 자주 아픈 현상과 함께 소화가 제대로 안되는 우울증은 생각보다 심각한 질병 가운데 하나다. 예전에는 남편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참고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아내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남편들도 많다고 한다.
“우울증은 성별에 관계없이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요. 결혼 생활이 평탄치 않으면 심리적인 압박이 가해져서 일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아지죠. 배우자의 ‘잘못’ 등 서글픈 지난날을 생각하면 분노가 일어나 급기야 대인기피증이나 자살충동을 일으키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부부 갈등 문제를 상담해온 이 소장은 “부부간에 대화를 많이 해 상담소를 찾는 이들이 사라지는 게 유일한 희망사항”이라며 밝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5년 8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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