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솔직한 그녀

2005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

10kg 감량, 아나운서 시험 11번 떨어진 경험

글·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8. 02

2005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된 김주희씨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 후 방송국 입사시험에 거듭 실패하고 우울한 일상을 보내던 ‘청년 실업자’였다고 한다. ‘처진 일상을 업시키기 위해’ 도전한 다이어트로 10kg을 빼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으로 미스코리아에 도전했다는 김주희씨를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05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

지난7월 초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미인이 탄생했다. 2005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발된 김주희씨(24)가 그 주인공. 웃음기를 머금은 귀여운 얼굴과 늘씬한 키가 돋보이는 김씨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당시 “장차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마음의 언어인 수화를 배워 말이 주는 상처를 보듬고 싶다”는 대답을 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회가 끝난 후 만난 그는 “평소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만 다니다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오래 서 있다보니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떨리지는 않았다”며 대회 당시의 심정을 떠올렸다.
“그냥 마음을 비웠어요. ‘전국에서 대표 미인들이 출전하는 건데 내가 설마 되겠냐’ 하는 생각이었죠. 그 덕분인지 긴장감이 없어지더라고요. 무대 위에 섰을 때 관중석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눈에 또렷이 들어올 정도였어요. 개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후보들은 경직돼서 다들 앞만 쳐다보고 있는데 저는 옆도 보이더라고요. ‘저 사람은 저렇게 이야기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면서 생각을 정리했어요. 아마도 다른 후보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랬나봐요. 제가 왕언니나 다름없었거든요(웃음).”
서울지역 예선에서 진으로 선발되며 순조롭게 본선에 진출했지만 처음 그가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 계획을 밝혔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반대하고 나섰다고 한다.
“‘거길 왜 나가냐, 나이도 많은데 주책이다’라며 모두 말렸어요. 그런데 제가 살을 10kg이나 뺐거든요. ‘나는 10kg이나 뺐다’는 자신감에 되든 안되든 한번 해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제가 꼭 나가야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그럼 가서 구경이나 하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선 자리에도 남자친구(가톨릭대에 다니는 동갑내기 의대생이라고 한다)만 왔어요. 그런데 덜컥 서울 진이 되니까 부모님께서 ‘그래도 뭐 하나 건져오긴 했다’며 좋아하셨죠(웃음). 지금은 그때부터 응원해주지 못한 게 속상하시대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6개월 만에 10kg 빼
원래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해온 취업 준비생이었다. 중고교 시절 방송부 활동을 하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운 그는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 영문학과에 입학한 뒤 신촌 캠퍼스에서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한 후 지난해 8월 졸업했다. 대학 4학년이 되면서부터 줄기차게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한 그는 2년여의 시간 동안 지방 방송국을 포함해 총 열한 번의 시험을 치렀다. 첫 도전에서는 1차에서 떨어졌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최종면접에도 올라가봤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탈락’이었다.
“흔히 ‘언론고시’라고 하잖아요. 저도 방송국 입사시험을 위해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제가 바로 흔히 말하는 청년 실업자였죠. ‘나는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두렵고…. 정말 힘들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더 심각해졌어요. 아침에 늦잠 자는 버릇이 생기면서 점점 게을러졌고, 그런 제 모습에 또 한번 우울해졌죠. 그렇게 6개월을 보냈고 새해를 맞이할 즈음 정신이 들었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죠.”

2005 미스코리아 진 김주희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한 올해 1월, 김씨는 170cm의 키에 몸무게 59kg으로 표준에 가까운 평범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처진 일상을 업시키기 위해” 눈물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아침 요가 수업에 등록한 것. 식사에도 신경을 썼다. 매끼 식사는 기본적으로 덴마크식 식단을 따랐는데, 탄수화물 섭취량을 최소화하고 단백질이 많이 든 살코기, 삶은 달걀, 야채, 과일을 끼니마다 조금씩 먹었다. 저녁에는 한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빨리 걷기를 했다. 팔을 최대한 많이 움직이면서 걸었고, 걷기가 끝나면 근육에 탄력을 붙여주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틈틈이 다이어트 책과 비디오를 보고 동작을 따라 하는 등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처음 한두 달 동안은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평소 두루뭉술한 성격이었는데 마음껏 못 먹으니까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늘더라고요. 주변에서 ‘너 살 빼지 말아라’ 하고 말리기까지 했어요(웃음). 그렇게 예민해진 마음을 다스리는 데 요가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케이크와 초콜릿을 좋아하는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은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 평소 친구들과 만나면 음료에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것이 기본이던 그는 방울토마토를 가지고 다니며 유혹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렇게 5개월 이상 꾸준히 하니까 살이 10kg이나 빠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조금 통통하단 소리도 들었는데, ‘날씬하다’고들 하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절제를 배운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죠. 그러던 중 미스코리아 서울지역 예선이 열린다는 포스터를 우연히 본 거예요. 부모님이 그러세요. 제가 아나운서가 되려고 열심히 한우물을 파니까 하늘이 이쪽 문을 먼저 열어준 것 같다고요.”
김주희씨는 자신을 간단히 표현해달라는 주문에 “악바리, 순둥이”라는, 상반된 두 단어를 꼽았다. “한번 마음 먹은 것은 꼭 이루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악바리이고, 반면 내 관심 밖의 일에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순둥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 ‘악바리’ 근성을 바탕으로 ‘될 때까지’ 아나운서 시험에 계속 도전할 생각이라는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언론학을 더 깊이 공부할 계획도 세워두었다. 그는 “김주하씨의 카리스마와 정은아씨의 편안한 진행 솜씨를 닮고 싶다”며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해주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