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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애틋한 모정

이혼 후 홀로 키운 딸 시집 보낸 중견 탤런트 박정수의 남다른 감회

“이혼한 뒤 먹고 살겠다고 바쁘게 활동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두 딸에게 늘 미안해요”

글·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조영철 홍중식 기자 || ■ 장소협찬·박술녀 한복

입력 2005.08.02 16:40:00

90년대 초 연기 활동을 재개하면서 이혼한 뒤 홀로 두 딸을 키워온 박정수가 최근 새 식구를 맞았다. 큰딸이 동갑내기 예비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린 것. 그동안 줄곧 사생활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던 박정수를 만나 딸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에 대해 들었다.
이혼 후 홀로 키운 딸 시집 보낸 중견 탤런트 박정수의 남다른 감회

지난7월 초, 탤런트 박정수(53)가 새 식구를 맞았다. 그의 큰딸 우주현씨(29)가 동갑내기 예비 사업가 최시원씨와 결혼식을 올린 것. 서울의 한 호텔에서 치러진 이날 결혼식에는 황신혜, 견미리, 금보라, 이경실, 김창숙 등 많은 연예인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박정수는 이날 결혼식에서 유난히 많은 눈물을 보였다. 식이 시작되기 전 하객들과 인사를 나눌 때부터 다소 긴장한 모습이던 그는 둘째 딸 승현씨(23)가 들러리를 맡아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큰딸 주현씨가 신랑과 함께 동시 입장하자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뒤, 다시 만난 박정수는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그에게 결혼식 날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느냐고 묻자 “내가 그랬던가?” 하더니 이내 특유의 쾌활한 웃음 소리와 함께 답변이 돌아왔다.
“부모가 해준 것도 없는데 잘 자라준 아이들이 신통했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야, 정수야. 너는 이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하고 혼잣말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박정수의 두 딸 주현씨와 승현씨는 모두 엄마를 닮아 큰 눈망울에 오똑한 코를 가진 미인. 그는 “예전에는 닮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많이 닮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혼 후 홀로 키운 딸 시집 보낸 중견 탤런트 박정수의 남다른 감회

지난 7월 초 치러진 결혼식에서 함께 축배를 들고 있는 사위 최시원씨와 큰딸 우주현씨, 박정수(왼쪽부터).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여섯 살 차이가 나요. 사실은 중간에 사내아이 하나가 더 있었는데 잃어버렸어요. 79년에 태어나서 일년도 안돼 세상을 떴죠. 열 달을 채워 낳았는데도 1.9kg밖에 안 나가는 미숙아였어요. 제가 임신중독증을 앓았거든요. 당시 편찮으시던 시아버지를 간호하느라 임신한 몸을 너무 고단하게 움직여서 그랬나봐요. 그 아이를 살리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워낙 허약해 그렇게 됐어요.”
덕성여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72년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해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75년 결혼 이후 줄곧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 90년대 초 남편의 사업이 크게 실패하자 그는 “자신을 추스르고, 먹고 살기 위해” 다시금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쯤 남편이 진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서류상 이혼을 했고 이후 부부 사이가 점점 멀어져 결국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합의했다.
당시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두 딸들은 별 거부감 없이 부모의 결별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오히려 ‘엄마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하라’며 그의 결정을 이해해주었다고. 그는 “딸들이니까 가능했지, 아들이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이어 그는 “이혼이 쉬운 결정은 결코 아니었다. 나 자신이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기에 아이들한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남편의 사업 실패 후 부부 사이 멀어져 이혼 결정하자 담담히 받아들여준 두 딸
이혼 후 홀로 키운 딸 시집 보낸 중견 탤런트 박정수의 남다른 감회

박정수에게 가장 큰 자랑거리는 다름 아닌 그의 두 딸. 큰딸 주현씨는 이대 불문과를 졸업한 후 국내 한 주얼리 회사에서 홍보일을 하다가 뉴욕에서 패션 스쿨을 다녔는데 그는 “두 아이 중 연예인인 엄마의 끼를 더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둘째 승현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홀로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왔고, 현재 컬럼비아대 의대에서 병리학을 전공 중이다.
“큰아이는 일단 착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번도 그 아이 때문에 애달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모범생이었어요. 과외 한번 안 하고 제 힘으로 대학에 갔죠. 둘째는 어릴 때 제 언니보다 조금 떨어졌어요. 그런데 부모 마음이 잘하는 아이에게는 기대치가 그만큼 높고, 모자란 아이는 사랑으로 감싸게 되더라고요. 둘째는 저랑 성격도 많이 비슷해요.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밀고나가는 스타일이죠. 똑 부러져요.”
박정수는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해서 웬만하면 아이들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주변에서 잘 컸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한테 고맙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연기 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곧 이혼했잖아요. 먹고 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아이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어요. 한번에 네다섯 편의 드라마에 동시 출연한 적도 있는데 집에 들렀다 세수만 하고 다시 나가는 날이 태반이었죠. 지금이야 그때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이만큼 인정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들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특히 그는 둘째 딸 승현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그가 막 활동을 재개하던 당시 승현씨는 초등학생이었는데, 방학이면 혼자 우두커니 집을 지키는 ‘막둥이’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고.
“그래서 미국에 있는 이모한테 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저는 같이 갈 여력이 안돼 아이 혼자 비행기에 태워 보냈죠. 그때 열 살이었는데 오죽 겁이 났겠어요. 안 가겠다고 울고 버티는 아이한테 ‘그래도 가야 된다’고 등을 떠밀었어요. 저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아이가 한 달이 지나고 방학이 끝날 때쯤에는 씩씩하게 배낭을 메고 돌아왔죠. 그 모습이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헌데 그의 딸들은 엄마의 연기자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딜 가도 ‘박정수의 딸’이라고 하면 한번씩 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그는 “지금이야 엄마가 자랑스럽다, 존경스럽다라고들 하지만 예전에는 많이 불편했을 것”이라며 자녀들의 속을 헤아렸다. 그는 “아이들 속이 참 깊다. 엄마같이 철없지는 않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결혼 전 예비부부에게 ‘이혼하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 박아

그의 사위 시원씨는 가업인 향료 사업을 잇기 위해 현재 일본에서 수업 중인 예비 사업가라고 한다. 큰딸 주현씨와는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 결혼에 골인한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박정수는 사위를 ‘아들’이라고 부르거나 그냥 ‘시원아’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뜩이나 제가 인상이 엄한데 ‘자네’라고 부르면 사위가 오히려 불편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싫더라도 우리 집에 들어왔으니 내 스타일을 따라야죠(웃음). 사위는 요즘 젊은 사람 같지 않게 너그러운 점이 가장 예뻐요. 제가 좀 짓궂어서 예뻐하는 사람은 지나가다 괜히 한번 툭 치고, 볼도 한번 꼬집어주고 그러는데 그걸 싫은 내색 한번 않고 다 받아줘요(웃음).”

이혼 후 홀로 키운 딸 시집 보낸 중견 탤런트 박정수의 남다른 감회

그는 “아이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겪은 어려움 때문에 사업가에게 시집 보낼 생각은 없었는데… 큰아이는 성격이 원만해 잘해나갈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또한 결혼식 이전부터 이들에게 “너희가 엄마처럼 가슴 아프게 사는 것은 싫다. 이혼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못 박아 두었다고.
한편 박정수는 할머니가 될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 듯했다. “워낙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손자가 생긴다면 내가 참 예뻐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그런데 제가 아이들 데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어쩌면 우리 손자가 싫어할지도 몰라요. 할머니는 나만 보면 만날 꽉 깨문다고(웃음). 저는 요즘도 우리 막내딸 자고 있을 때 몰래 가서 엉덩이를 꽉 깨물어요. 그럼 아이가 ‘엄마~!’ 이러면서 질색을 하죠(웃음). 아직도 내게는 우리 딸들이 아기 같은데 어느새 다 큰 것 같아 조금 서운할 때도 있더라고요.”
50대이지만 여전히 고운 외모를 지닌 그에게 할머니가 되면 왠지 억울하지 않겠냐고 묻자 “늙는 것에 대해 한번도 싫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건강하게, 멋있게, 품위 있게 늙는 것이 이제 내가 할 일”이라는 것. 오는 9월에는 그의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토털 뷰티북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헤어스타일에서 코디법, 식습관, 운동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을 예정인데, 요가 동작도 몇 가지 소개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부터 요가를 시작했는데, 정신적으로 조금씩 건강해지는 것을 느껴요. 지금도 욱하는 성질을 아주 버리지는 못했지만(웃음). 나 자신을 한번 더 돌이켜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한편 신혼부부의 살림집은 신랑이 머물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큰딸 부부는 일본에, 작은딸은 미국에, 나는 한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돼 앞으로 자주 못 볼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워낙 글로벌 패밀리라 괜찮다”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8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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