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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변신 보여준 이영애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8.02 15:33:00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가 보여준 파격 연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국민 배우’ 애칭을 얻은 그가 기존의 단정하고 여성스런 이미지를 버리고 거친 욕설과 폭력을 마다 않는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것. ‘한류 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친절한 금자씨’를 선택한 이유 & 배우로 살아가며 느끼는 보람.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변신 보여준 이영애

이영애(34)가 달라졌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는 더 이상 명랑하고 당찬 ‘장금이’가 아니다. 금자 이영애는 붉은 눈 화장을 하고 굽 높은 신발을 또각거리며 오직 복수만을 위해 서울 거리를 누빈다.
이영애의 투명하게 빛나는 미모와 차분한 말투가 진한 화장, 싸늘한 표정, 거친 욕설과 만나는 순간 순수와 타락, 피해자와 가해자, 천사와 악마는 하나가 됐다.

“‘친절한 금자씨’는 배우 이영애 종합선물세트”

지난 7월18일 ‘친절한 금자씨’ 기자 시사회를 마치고 만난 이영애는 “금자 안에서 굳이 이영애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배우 이영애가 아니라 금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영화와 배역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는 어린 시절 한 남자(백 선생·최민식 분)의 꾐에 빠져 유괴살인범이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13년 세월을 보내는 인물. 백 선생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교도소 안에서 동료 죄수에게 신장을 이식해주고, 모두 두려워하는 ‘마녀’를 대신 ‘죽여주는’ 등 친절을 베푼다. 그가 감옥을 벗어나자 금자에게 도움 받았던 이들은 힘을 모아 백 선생에 대한 복수를 돕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열아홉 여고생에서 시작해 친절한 죄수, 잔혹한 살인자로까지 변해간다. 동일한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금자를 표현하는 이영애를 보는 건, 그가 말하듯 “배우 이영애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

금자는 아기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띤 채 상대에게 “이거 먹고 빨리 죽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스무 살 청년에게 집 관리를 맡기며 “다른 거 건드리면 머리에 구멍내준다”고 말하고, 복수에 사용할 사제 총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애완견의 머리를 날려보기도 한다. 백 선생을 결박해 벼랑 끝에서 잔혹하게 살해하는 상상을 하며 천사같이 웃는 여자.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여자. 그런 금자를 연기하며 이영애는 힘들지 않았을까.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변신 보여준 이영애

‘친절한 금자씨’에서 파격적으로 변신한 배우 이영애와 박찬욱 감독.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고, 끝내고 난 지금 만족스럽습니다. ‘대장금’ 덕분에 홍콩, 대만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기를 아는 분들 중에는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신이 제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해주시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전 ‘대장금’이 끝난 뒤 다른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깊어졌고, 예술성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박찬욱 감독께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마침 박 감독도 이영애를 염두에 둔 여성 주연 복수극을 기획하고 있던 상황. 둘은 바로 의기투합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미 이영애와 작업한 적이 있는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준 이영애의 연기에 대해 “한국 영화감독은 이영애와 일해본 감독과 못해본 감독으로 나뉜다. 난 이영애와 두 번이나 함께 작업한 행운아”라고 말할 만큼 만족스러워했다. “‘친절한 금자씨’가 지금과 같은 색깔을 갖게 된 것은 주연배우가 시고니 위버가 아니라 바로 이영애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대장금’ 끝낸 뒤 새로운 연기하고 싶어 모험 무릅 써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변신 보여준 이영애


실제로 ‘친절한 금자씨’는 ‘이영애의, 이영애에 의한, 이영애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배우 이영애의 힘이 크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 백 선생으로 나오는 최민식조차 여러 조연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게 여겨질 정도.
“지금까지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등 남자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복수극을 만들어온 박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부담이 컸어요. 여배우로서 어떻게 작품을 이끌어갈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의 난이도와 감독의 기대치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액션처럼 평소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할 때는 어느 선까지 날 보여줘야 하는 걸까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연기했죠.”
이영애는 이러한 고민을 타고난 성실함과 연습으로 극복했다. 촬영장에서 별명이 ‘한 번 더’였을 정도로 꼼꼼하게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했고, 대사 한 가지를 3~4가지 방식으로 변주할 수 있을 만큼 분석하며 연습했다고. 박 감독은 “영화에서 총 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소음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남자배우들도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다.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총을 쏜 배우는 이영애가 처음”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이영애의 노력은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금자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 움직이며, 영화가 진행되는 사이 자칫 단절되는 것처럼 여겨지기 쉬운 금자의 변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됐다.
“기존의 제 이미지만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단계를 밟아가며 오랫동안 노력해온 모습을 본 분들이라면 제 선택을 존중해주시리라 믿어요. 배우로서 욕심 내고 모험을 건 작품입니다.”
이미 서른넷의 나이. 이제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상황에서, 게다가 지금껏 쌓아온 인기와 명성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자리에 있는 그가 새로운 모험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이제껏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아름다웠다면,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는 멋진 배우가 되어 있었다.


여성동아 2005년 8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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