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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듀, 김삼순!

개성 연기로 사랑받은 감초 연기자 4인

나문희·윤예희·권해효·이아현

글·김유림 기자, 민선화‘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08. 11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 뒤에는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잡으며 주인공 못지않은 열연을 펼친 감초 연기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삼식이 엄마 ‘나 사장’, 무표정한 ‘윤 비서’, 수작 걸기의 대가 ‘현무’, 삼순이만큼이나 당당한 ‘돌싱(돌아온 싱글)’ ‘이영’을 만나 드라마 종영에 대한 감회,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나문희
“모처럼 젊고 일하는 여자 역할 맡아 하이힐 신고 워킹 연습까지 했어요”
개성 연기로 사랑받은 감초 연기자 4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식이(현빈) 엄마 ‘나 사장’ 역을 맡은 중견 탤런트 나문희(64). 그는 요즘 어디를 가나 “삼식이 엄마다~” “나 사장이다~” 하는 소리를 듣는다며 10대 팬들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냈다.
극중 ‘나 사장’은 무궁화 다섯 개짜리 초특급 호텔을 경영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지만 속마음은 한없이 약한 인물.
나문희는 “모처럼 젊고 일하는 여자 역할을 맡아 좋았다. 출연이 결정된 다음 날부터 하이힐 신고 당당하게 걷는 자세를 잡느라 워킹 연습까지 했을 정도”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나 사장’을 연기하며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사회적 신분에 어울리는 기품과 큰아들을 사고로 떠나보낸 어머니의 애통함을 함께 표현하는 것. 나 사장이 아들에게 “이 놈, 저 놈” 하며 막말을 퍼부어댔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나문희가 그 안에 이 같은 설득력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연기 생활을 시작한 지 40년이나 됐지만 요즘도 대본을 받으면 50번 이상 읽어요.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을 때는 방송을 보며 아쉬움이 많이 남거든요.”
최근 제42회 대종상에서 류승범의 할머니로 출연한 영화 ‘주먹이 운다’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나문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기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예희

“눈에 초점 풀고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였더니 재밌다고 하대요”
개성 연기로 사랑받은 감초 연기자 4인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시작부터 끝까지 표정 없는 얼굴과 무뚝뚝한 말투로 일관된 연기를 펼쳐 주목받은 탤런트 윤예희(37). ‘나 사장’의 수행비서 ‘윤 비서’를 연기한 윤예희는 “그동안 진지한 캐릭터만 해오다 오랜만에 엽기적인 역할을 맡아 드라마 촬영 내내 즐거웠다”며 환히 웃었다.
“처음에는 밋밋한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색다른 인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여러 차례 대본 연습을 하면서 목소리를 저음으로 깔고,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 연기를 만들어냈죠. 특히 눈에 초점을 풀고 한 박자 늦게 반응을 보였더니 다들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또 ‘노처녀 여비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시계 외에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는 일절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격투기를 보면서 “어이 빨간 팬티, 다리 더 올려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자신도 일부러 빨간색 옷을 챙겨 입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노력을 기울였다고. 윤예희는 이처럼 공들여 만든 윤 비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더 기뻤다고 말했다.
“드라마 반응도 좋고 인터넷에서 ‘숙자매(‘내 이름은 김삼순’ 팬들이 나 사장과 윤 비서를 함께 부르는 애칭) 어록’이 만들어 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죠. 처음엔 저음으로 말하는 게 익숙지 않아 힘들었는데 상대역인 나문희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윤예희는 무디고 시큰둥한 성격에 싱글이라는 점까지 윤 비서와 닮은 점이 많지만 결코 독신주의자는 아니라고 한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결혼할 생각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결혼보다 여행이 더 좋아 곧 지인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해효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개성 연기로 사랑받은 감초 연기자 4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진헌이 운영하는 ‘보나뻬띠 레스토랑’의 총지배인 현무를 연기한 탤런트 권해효(40)는 삼순 언니 이영(이아현)과의 대담하고 파격적인 연애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게 참 기분 좋아요. 삼순과 삼식, 현무와 이영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아닌가 싶어요.”
데뷔 후 줄곧 개성 있는 조연을 맡아온 권해효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한 건 감독에 대한 의리 때문. 이 작품의 김윤철 PD는 그의 출세작인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조연출이었다고 한다.
“벌써 11년 전 일이지만 당시의 좋았던 기억을 믿은 거죠. 결과적으로 잘한 일인 것 같아요.”
화제를 모은 ‘돌아온 싱글’ 이영과의 하룻밤 신에 대해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사랑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삼순이와 언니의 대조적인 사랑법을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무와 이영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드라마가 막을 내린 것이라고.
그는 ‘삼순이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월 중순부터 SBS 새 금요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에서 지수원과 5년째 동거하고 있는 권달평 역을 맡아 하희라·김영호 커플과 함께 다양한 결혼생활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아현
“돌아온 싱글의 당당한 연기 통쾌~ 유쾌~ 했어요”
개성 연기로 사랑받은 감초 연기자 4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 못지않게 주목받은 캐릭터는 씩씩하고 당당한 ‘돌아온 싱글’ 이영. 탤런트 이아현(33)은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함께 잔 남자에게 다음 날 ‘서비스 좋았다’는 메모와 함께 10만원짜리 수표를 남기고 올 만큼 대담한 이영 역을 맡아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통쾌함을 느낀 건 이제 여자들도 주체적으로 성과 사랑을 선택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연기하면서 무척 재미있었고요.”
지난 2003년 방송된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를 끝으로 1년 반 동안 안방극장을 떠나 있었던 그는 오랜만에 출연한 작품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활동을 쉬는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그는, 특히 새로 시작한 피겨스케이팅에 빠져 최근 열린 ‘목동 아이스배 피겨스케이팅 초급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만큼 실력을 쌓았다고 자랑했다.
지난 2000년 이혼한 뒤 아직 싱글로 지내고 있는 이아현은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탄다고. “운세를 보면 내년엔 결혼 운이 있다”는 그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친언니가 먼저 결혼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남경주 선배가 ‘배우는 적당히 외롭고 고독해야 내면에서 우러나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요새는 그 말에 공감이 가요. 그래도 결혼은 하려고요(웃음). 물론 언니가 간 뒤에야 가능하겠지만요.”
그는 “어머니가 언니가 결혼한 뒤에 하라고 해서 아무래도 올해는 넘기게 될 것 같지만, 곧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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