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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에 대한 감동사연 공모 당선작 [우수상]-김영옥

입력 2005.07.15 10:37:00

김영옥(42, 제주도 제주시 용담2동)
친정 엄마에 대한 감동사연 공모 당선작 [우수상]-김영옥

엄마 기억나세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엄마는 절대로 빨리 죽으면 안 돼. 적어도 막내딸이 40세가 될 때까진 살아야 해. 알았지? 그때는 죽어도 내가 용서한다”고 하던 말.
엄마! 그런 막내딸이 어느새 마흔두 살이 되었어요. 그때는 철이 없어 세월이 이렇게 빨리 올 줄 꿈에도 몰랐어요. 막내라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천방지축에다 검정색도 노란색이라고 한번 우기면 끝까지 우기고 마는 성격 때문에 결혼을 할 때도 모두가 반대했지만 끝까지 우겨서 했어요. 결혼 11년 만에 이혼을 하자 엄만 그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해 치매까지 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죠. 남들도 다 이혼하는데 왜 엄만 받아들이질 못하냐고 대들면서 술로 세월을 보냈어요.
혼자 자식을 키우기가 힘이 들어 7년 만에 낳은 자식을 끝내 시댁으로 보내고는 미쳐 돌아다녔죠. 술에 취해 하늘을 이불 삼아 돌을 베개 삼고 잘 때도 있는가 하면 자정이 넘어 은행 365일 코너에 들어가 자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하지만 치매가 온 엄마는 인정하지 않았지요. 절대로 안 된다고 정신과 담당의사가 타이르고 언니오빠들이 사정했지만 끝내 인정하지 않고 밤만 되면 “우리 딸 또 도망간다. 안 돼. 내가 지켜야 돼” 하시면서 밤새우셨어요.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장모가 미웠겠지만 어쩔 수 없어 우리가 모셨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찾아온 고비가 우리를 힘들게 했습니다. 금전문제에 보증문제로 파탄지경까지 와 엄마는 끝내 쓰러지면서 119에 실려갔습니다. 전신마비까지 와 이젠 아무도 장담 못했습니다. 담당의사조차도.
엄마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우리 세 식구는 죽으려고 마음먹고 15만원 쥐고 제주도로 내려왔습니다. 고향에서 죽는 것조차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섬으로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돌쟁이를 데리고 죽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사위로 인정하지 않아 사실 헤어지려고 했어요. 그때 효일이가 생겨 헤어지질 못했는데 이번에도 죽으려고 마음먹었다가 효일이 때문에 죽지 못한 것 아세요.
엄마, 내 생애 마지막으로 종교 힘을 빌었습니다. 아무것도 믿지 않던 내가 하루에 10시간씩 기원했습니다. 배가 고파 하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빌고 또 빌었습니다. 우리 엄마 살려달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서른일곱 살에 홀로되어 6남매 키우시느라 고생만 했는데 이대로 돌아가시면 절대로 안 된다고 절대로 보낼 수 없다고….
4개월 후 제주공항에 막내딸을 위해 머리에 이고 지고 나타나신 우리 엄마. 너무나도 건강하게 두 다리 두 팔 너무나도 건강하게… 엄마, 아세요. 그때 엄마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막내딸 심장이 멎어 죽는 줄 알았요. 엄마, 이젠 알아요. 감사하고 고맙다는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엄마, 제주도 내려와 삶이 바뀌었어요. 생각하는 자체가…. 엄마 설 때나 추석 때 다른 자식이 다 있어도 유독 저만 찾는 것 알아요. 딸이 보고 싶어 밤새 우시는 것 알아요. ‘나 죽기 전에 꼭 고향으로 와야 내가 죽어도 눈을 감는다’고 하셨죠. 엄마 지금은 안 돼요. 빚 다 갚고 올라갈게요. 아참, 엄마! 우리 약속해요. 막내딸이 60세 될 때까지 살아만 주세요. 앞으로 20년만 더 사세요. 막내딸 효도하는 것 꼭 보시고 가셔야 해요. 엄마 꼭이에요! 사랑해요.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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