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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숨겨진 사연

어머니 작고, 수술, 우울증 딛고 활동 재개한 혜은이·김동현 부부

“남편의 사랑 아니었으면 지금도 우울증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글·최호열 기자 / 사진·김연정‘프리랜서’ || ■ 장소협찬·트라이베카

입력 2005.07.14 15:09:00

지난해 말 결혼 15주년을 맞아 결혼식을 다시 올리고 기념여행도 다녀와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혜은이·김동현 부부. 그 뒤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혜은이가 친정 엄마를 잃은 뒤 자궁 혹 수술을 받고 우울증까지 심하게 앓자 김동현이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던 것. 이젠 건강을 회복해 새 앨범을 준비하고 활발한 무대활동을 펼치며 제 2의 가수 인생을 시작한 혜은이와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동현이 숨은 사연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다.
어머니 작고, 수술, 우울증 딛고 활동 재개한 혜은이·김동현 부부

가수혜은이(51)·탤런트 김동현(55) 부부가 지난 5월, 경찰청의 건강가정 홍보대사에 위촉되었다. 두 사람은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잉꼬부부. 지난해 말에는 결혼 15주년을 기념해 결혼식을 다시 올리고, 여행도 다녀와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남다른 부부금실을 자랑하는 두 사람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몇 년 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던 두 사람은 근래 들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KBS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의 장인이자 스승인 ‘방진’ 역, SBS ‘꽃보다 여자’에서 우희진 아버지 역을 맡아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동현은 벌써 9월에 시작되는 드라마에도 캐스팅되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사나흘은 촬영하느라 아내랑 있을 시간이 부족한데 앞으로는 더 바빠질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혜은이도 올해 들어 방송출연이 활발해진 것은 물론 무대에도 자주 서고 있다. 특히 지난 5월엔 각종 행사와 지방 공연으로 한 달 스케줄이 꽉 찼을 정도. 요즘은 새 앨범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곡 선택이 거의 끝나 7월부터 녹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올해 안으로 꼭 새 앨범을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전 그렇게 오래된 줄 몰랐는데 마지막 앨범을 낸 지 벌써 10년이 되었대요. 생각해보니까 95년에 낸 음반이 마지막이더라고요. 그동안은 정말 아이랑 남편을 ‘키우는’ 재미에 살았어요(웃음). 그렇게 사는 게 좋았고요. 전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방송하면 신경 쓸 게 너무 많거든요. 우연히 인터넷에 제 팬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회원들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걸 계기로 팬들을 위해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방송활동도 하고 무대에도 더 많이 설 계획이라고 한다.
“전에는 방송에 나가는 게 스트레스일 때가 있었어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니까요. 지금은 즐거워요. 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거죠.”
정말 재미가 들린 것일까, 그는 남편과 함께 시트콤에 부부로 출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70년대 후반 드라마와 영화에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다.
“90년 결혼한 후 시트콤에 부부로 출연한 적도 있어요. 당시 시청자들 반응이 무척 좋았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집에서 손빨래해주는 자상한 남편 김동현

혜은이는 75년에 가요계에 데뷔했고, 김동현은 78년에 영화로 데뷔했으니 두 사람은 10년 이상 동료 연예인으로 알고 지내다 뒤늦게 결혼한 셈이다.
“처음부터 어떤 감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남편은 그냥 항상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 같다는 생각만 들었죠. 그래서 좋은 사람이 있으면 중매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방송국에서 만날 때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좋은 사람 중매해주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절 중매해준 셈이 되었어요(웃음).”
김동현은 혜은이를 보면서 늘 여성스럽고 착해 보여 좋게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감정을 갖지는 않았는데 90년 초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함께 활동을 하면서 ‘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들어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다는 것.

어머니 작고, 수술, 우울증 딛고 활동 재개한 혜은이·김동현 부부

15년 동안 소리높여 부부싸움을 하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는 김동현·혜은이 부부.


10년 넘게 친구처럼 만났던 사이여서일까, 두 사람은 연애기간에도 확 달아오르는 열정이나 설렘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보다는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더 강했다는 것. 또한 ‘이 사람이 날 위해 뭘 해주겠지’ ‘나를 위해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하는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린 둘 다 연예인이지만 서로 분야가 달라 생활 패턴이 틀려요. 제가 아침부터 나가 촬영을 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그때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서로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을 하는데, 전 제가 아내에게 맞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가만 보면 오히려 아내가 저에게 많이 맞춰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 돕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요.”
부부는 살면서 닮는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공통점이 많았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싸고 맛있는 곳을 찾아 ‘먹을거리 여행’ 떠나는 걸 좋아하고, 운동은 별로 즐기지 않으며, 급한 성격도 닮은꼴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도 똑같아 둘 다 주위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그래서일까, 15년이 넘는 결혼생활 동안 소리 높여 부부싸움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남편은 결혼 전에 제가 생각하던 것과 결혼 후의 모습이 하나도 다른 게 없어요. 오히려 남편은 제가 여성스러워 보였다고 하는데 사실은 여성적이지 못해요. 그렇게 보면 남편이 제게 속은 거죠(웃음). 남편은 정말 자상하고 가정적이에요. 사람들은 무뚝뚝해 보인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물론 김동현이 애처가처럼 아기자기하거나 곰살맞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종종 하지만 살갑게 하지는 못한다고. 어느날 아내를 위해 꽃을 사들고 와도 분위기 있게 안겨주기보다는 그냥 슬쩍 던져놓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게 좀 아쉽기는 했는데 살다보니까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아, 지금 내게 사랑 표현을 하는구나 하고요. 그런데 저도 다른 여자들처럼 남편에게 살갑게 구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우린 닭살부부는 못 돼요. 대신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라고 할 수 있죠.”
김동현은 외모에서 느껴지듯이 학창시절부터 ‘한터프’해서 자신의 책가방을 한 번도 직접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도 따르는 후배들이 많을 정도로 보스 기질이 강한 그가 결혼 후 자신의 양말과 속옷은 물론 아내와 아들 것까지 직접 손빨래를 한다. 더구나 장남이라 부모님과 한집에 사는데도 말이다. 그 이야기가 나오자 김동현이 “결혼하니까 하게 되더라고” 하며 웃는다.
집안 살림 노하우를 묻자 혜은이는 자신은 살림을 전혀 할 줄 모른다며 손을 내젓는다. 밥도 할 줄 모른다는 것.
“살림은 시어머니가 다 해주세요. 전 남편 옷 챙겨주고 손수건 다려주고 하는, 으레 여자가 하는 일들도 못해요. 다행히 처음부터 어머니가 제가 연예인이라고 이해를 해주셨어요. 아들 민석이도 어머니가 다 키워주셨고요. 항상 미안한 마음이죠.”
그러자 김동현이 “아내도 하려고 하면 잘해요. 시간 나면 설거지도 나서서 하고, 요리도 직접 해요. 괜히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하는 말이에요” 하며 두둔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 마음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



두 사람 사이엔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아들 민석이가 있다. 몇 년 전부터 강남의 중산층과 연예인들 사이에서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게 유행이지만 혜은이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거예요.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살림이 어려워도 보내줄 거고 안 가겠다고 하면 안 보낼 거예요. 그런데 민석이는 공부에 취미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과외나 학원 한 번 보낸 적이 없다는 것. 게임과 만화영화에 푹 빠져 살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어머니 작고, 수술, 우울증 딛고 활동 재개한 혜은이·김동현 부부

“나이 들어 얻어서인지 아이에게 뭘 요구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마음 따뜻한 아이로 크면 좋겠어요. 물론 민석이가 공부 안 하고 그저 놀기만 좋아하면서 되바라졌다면 절대 지금처럼 키우지 않았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예의 바르고 착해요. 무엇보다 약속 잘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고 있어 더 바랄 게 없어요.”
김동현에게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영화 제작”이라고 말하며 혜은이의 눈치를 본다.
“(혜은이를 가리키며) 이 분이 ‘한번 해봐’ 할 때 해야죠. 아마 아내는 지금도 영화제작이란 말만 들어도 이가 갈릴 거예요(웃음).”
거기엔 이유가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돼 김동현이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크게 빚을 진 일이 있기 때문. 게다가 혜은이 역시 빚보증이 잘못돼 돈을 대신 갚아야 했다. 당시 손해액이 현금만 30억원, 부동산까지 합치면 5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90년대 초반이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1백억원은 족히 넘는 거액이었다.
“그러고도 빚이 또 남아 있었어요. 당시 제가 받을 빚도 20억원이 넘게 있었는데 그건 한 푼도 못 받고 갚아야 할 돈은 다 갚았죠. 10년 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 기억 때문에 혜은이는 영화제작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지만 김동현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은 못하죠. 경험을 더 쌓은 후에 나이 들어 꼭 해보고 싶어요. 영화 제작 아니면 드라마 외주제작을 하고 싶어요. 옛날부터 그게 꿈이었거든요. 꿈과 희망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꿈을 포기하고 산다는 건 아주 슬프고 우울한 일이죠. 언젠가는 그 꿈을 꼭 이루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노력하고, 발전도 하는 거니까요.”

3kg이나 되는 자궁 물혹 뒤늦게 발견, 수술하기도

빚을 다 갚고 겨우 한숨 돌릴 무렵인 2003년 초, 혜은이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친정 엄마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작고한 것이다. 어머니의 병수발을 거의 전담하던 그로서는 큰 슬픔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자꾸 체중이 늘더라고요. 처음엔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우리 부부는 둘 다 게을러서 운동을 안 하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다 자궁에 커다란 물혹이 자라고 있는 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민석이를 낳을 때 의사가 ‘자궁에서 작은 혹이 하나 발견되었다. 물혹은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상태를 지켜보다 커지면 그때 수술을 하자’고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남편의 영화제작 실패로 빚을 지게 돼 10년 동안 그 빚을 갚기 위해 정신없이 뛰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뒤늦게 수술을 했는데 물혹의 무게가 무려 3kg이나 되었다고 한다.
2003년 혹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수술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찾아왔다. 흔히 말하는 갱년기 우울증인데 그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처음이었어요. 갱년기 우울증이 남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겪어보니까 진짜 힘들어요. 왜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연예인이라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이상한 소문이 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우울증을 감내해야 했다. 혜은이는 “그때 남편과 가족들이 옆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반면 김동현은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울증이란 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그저 답답하다며 여행이라도 하자고 하면 함께 가는 정도밖에 해줄 게 없어요. 차라리 하루 종일 손과 발이 되어 휠체어를 밀라고 하면 할 텐데 싶었죠. 저도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올해 초에야 우울증을 완전히 털어낸 혜은이는 요즘 운동을 하며 건강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벌써 데뷔한 지 3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큰 시련도 이겨냈고요. 이제 제 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일을 할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서 활동할 거예요.”
밝게 웃는 혜은이와 그를 옆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김동현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연륜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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