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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색다른 모습

사진집 펴내고 전시회 연 탤런트 조민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상심리로 여행을 떠났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버리러 떠나요”

글·김유림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랜덤하우스중앙 제공

입력 2005.07.14 14:09:00

탤런트 조민기가 최근 사진집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를 펴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여행기를 엮어 만든 이번 사진집에는 그만의 아련한 추억과 낭만이 담겨 있다. 사진집 출판을 기념해 인사동 쌈지 갤러리에서 사진 전시회를 연 조민기에게 ‘인생의 참된 행복’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진집 펴내고 전시회 연 탤런트 조민기

탤런트조민기(40)가 최근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여행기를 묶은 책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를 출간하고 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6월10일 ‘배우 조민기가 찍은 사진-조씨, 유랑화첩’ 전이 열린 인사동 쌈지 갤러리에서 만난 그는 “내가 찍은 사진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려니 무척 쑥스럽다”고 말했다.
연기 생활을 하는 틈틈이 여행과 사진 찍기, 글쓰기 등에 몰두해온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10여 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때 묻지 않은 자연에 투영된 인생의 참된 행복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행의 단상을 담은 책을 내자는 친구의 권유가 있어 책을 내게 됐고, 단순히 출판 기념회를 여는 것보다는 사진전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유럽, 중남미, 캄보디아, 일본 등지를 여행한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로 베트남과 쿠바를 꼽았다. 그곳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넉넉하지는 못해도 풍족한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푸근한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베트남은 지난 9월 처음 여행한 뒤로 두 번 더 다녀왔어요. 우선 인공적이지 않아서 좋고, 사람들이 순박해서 좋아요. 처음 가본 곳인데도 예전부터 그곳에 머물렀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쿠바도 비슷했어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도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가난했던 시절 우리가 그랬듯이 콩 한쪽도 나눠먹는 풍족한 인심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 그곳에 진정한 행복이 있는 것 같아요.”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푸근한 행복 지닌 베트남과 쿠바
사진집 펴내고 전시회 연 탤런트 조민기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고개를 돌려버린 쿠바의 한 여인.


그는 여행 중 만난 많은 사람들 중 쿠바를 여행할 때 만난 구릿빛 얼굴의 아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새벽녘에 호텔에서 나와 제방을 산책하던 중 만난 아저씨는 목에 구멍이 선명하게 나 있는 후두암 환자였는데 그가 다가가 말을 걸자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그에게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고, 헤어질 때는 선물로 분홍빛 고둥껍데기를 건네주었다고. 그는 “이방인인 나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반갑게 맞아준 그 마음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쿠바에서의 추억은 그뿐만이 아니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쿠바 여인의 사진(오른쪽) 속에도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다. 쿠바 시내를 구경하다 신호에 걸린 관광택시 안에서 찍었다는 이 사진은 여인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녀가 고개를 돌려버려 아쉬웠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그때 카메라를 외면해준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사진을 볼 때마다 “한 번만 돌아봐!”라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로 낯선 여인에 대한 신비감이 느껴진다고.
그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피사체에 얽힌 스토리를 혼자 구상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연기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사진을 찍을 당시의 감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밤늦은 시간에 선술집에 가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훔쳐볼 수 있어 좋아요. 허름한 차림에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이렇게 하루를 씻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가정에선 어떤 아빠, 어떤 남편일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거든요. 술집 앞 계단에 시가 꽁초 세 대가 흰 종이에 가려진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가 시가 세 대를 피우고 메모를 적은 뒤 끝내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건 아닐까’ 하는…. 이런 재미들이 사진을 계속 찍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아요.”


그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동행인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없이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겠지만 혼자 여행을 하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새로운 걸 찾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피아노 연주가 끝날 때까지 술을 마시고 싶은데 앞에 앉아 있는 동행자가 하품을 하고 있으면 정말 난처할 것”이라고 말하며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결혼한 여자 후배들에게 “남편 혼자 여행을 보내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고 한다. 혼자 조용히 지내다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고. 그에게 “혹시 혼자 떠나는 여행이 부부싸움의 단초가 되지는 않냐”고 묻자 그는 “한번 한다면 하는 성격인 걸 아내도 잘 알기 때문에 서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로 40대에 접어든 그는 “비로소 여행의 행복을 알게 돼 기쁘고, 그토록 나에게 바라던 ‘멋있게 늙자’라는 다짐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흥분에 여행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여행을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느 순간 인생의 참된 행복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40대는 어느 조직에서든 연차가 쌓여 모든 것에 적당히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행을 하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수습사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에 와 있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거든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보상심리로 여행을 떠났어요. ‘이만큼 고생했으니 나에게 이 정도의 상은 줘야지’ 하는 심정이었죠. 그러다보니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언제나 ‘유체이탈’한 기분이 들었어요. 몸은 떠나와 있지만 생각은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그러나 어느 순간 나를 묶고 있는 끈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버릴 수 있는 게 행복이란 걸 처음 깨달았죠.”
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동에 나온 그는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특별한 이유 없이 마냥 행복했다고 말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예술작품과 전통찻집에서 새어나오는 구수한 차 향기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고.
그가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연다고 했을 때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 윤경이가 보인 반응이 재미있다. 책이 나오기 전 출판사에서 받아온 가제본을 보고 있는 그에게 “참, 모를 일이에요. 어떻게 독수리 타법으로 그 많은 걸 치셨어요?” 하고 말했다고. 그의 아내도 “잠 못 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더니 결국 해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축하해줬다고 한다. 그는 딸 윤경과 아들 경현(9)이가 아빠를 ‘놀이터’라 부를 정도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이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여행지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여행담을 들려준다고.

“여행 다녀온 뒤에는 아이들에게 사진 보여주면서 마음껏 상상하도록 해요”
사진집 펴내고 전시회 연 탤런트 조민기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도록 내버려둬요. 그러면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받고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죠. 얼마 전 일본에서 아톰 장난감을 사왔더니 둘째 아이가 자기 선물인 줄 알고 얼른 집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안 돼, 아빠거야’라고 했더니 ‘난 너무 창피해. 내 친구들 아빠 중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아빠는 아무도 없어요’ 하고는 저를 쏘아보더라고요(웃음).”
그는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여행법이 있다고 한다. 먼저 모든 신용카드의 혜택을 비행기 마일리지로 연결해둬 여행을 할 때 이코노미클래스 티켓을 구입한 뒤 마일리지를 사용해 업그레이드한다고. 또 다른 하나는 경유지를 새로운 여행지로 삼는 것이다. 반나절 정도 머물 일정을 2~3일 정도로 늘려 비즈니스호텔에 머물면서 천천히 여행을 즐긴다고.
그가 다음 여행지로 생각 중인 곳은 아프리카. 그에게 이유가 뭐냐고 묻자 “안 가본 곳이니까요”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온다. 그는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에게도 오히려 “네가 가장 궁금한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 뒤 “그럼 바로 거기가 가장 좋은 여행지”라고 말해준다고 한다. 철저히 알고 떠나는 여행보다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떠난 다음 현장에서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앞으로도 꾸준히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는 그는 “여행에서 카메라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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