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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픔을 딛고

필화사건 이후 처음으로 야한 소설 펴낸 ‘사라의 연인’ 마광수

“지난 3년간 앓은 극심한 우울증 떨치고 꼭 재기할 거예요”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용해 조영철 기자

입력 2005.07.14 10:13:00

92년 야한 소설 ‘즐거운 사라’로 필화사건을 겪은 마광수 교수가 13년 만에 장편소설 ‘광마잡담’을 펴내며 ‘야한 작가’로 돌아왔다. 일명 ‘사라 사건’으로 인해 40대를 잃어버리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그를 만나 그간의 고통과 근황, 그리고 소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필화사건 이후 처음으로 야한 소설 펴낸 ‘사라의 연인’ 마광수

“그동안문학이론서 같은 무거운 책만 쓰다가 ‘즐거운 사라’ 이후 처음으로 야한 냄새가 나는 소설을 썼어요.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인 2001년 우울한 시기에 쓴 거라 ‘즐거운 사라’ 만큼 야하지는 않아요.”
92년 소설 ‘즐거운 사라’와 관련해 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4년간 재판 끝에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마광수 교수(54). 그로 인해 93년 연세대에서 해직되었던 그는 98년 복직되었지만 2000년 6월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받아 다시 강단을 떠나야 했다. 그 충격으로 그후 3년 동안 극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폐인’처럼 지내다 2003년 9월부터 다시 강단에 서게 된 그가 최근 ‘즐거운 사라’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야한 소설 ‘광마잡담’을 펴냈으니 그의 근황과 책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라 사건’ 때문에 40대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마광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 연세대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마침 기말고사 기간이라 강의가 없다는 그는 담배를 피우며 시험지 채점을 하고 있었다.
“연구실이 썰렁하죠? 해직됐을 때 책이며 짐이며 모조리 집으로 옮겨놓고는 다시 옮기지를 못했어요. 귀찮아서요(웃음). 해직 전에는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글을 썼는데, 이제는 강의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서 글을 쓰니까 더더욱 옮겨놓질 못했어요. 언제 옮겨놓긴 해야 하는데….”
텅 비어 있는 책꽂이와 썰렁한 연구실이 그의 마음을 말해주는 느낌이다. 사진기자를 보고 “머리가 많이 빠지고 하얘져서 사진발이 예전 같지 않다”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살도 더 빠져 지금은 53kg밖에 안 나간다고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그간의 몸고생과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화사건 이후 처음으로 야한 소설 펴낸 ‘사라의 연인’ 마광수

마광수 교수의 그림 \'거꾸로본 세상\'(위)와 \'키스\'


“‘사라 사건’ 이후에 학교에서도 내쫓기고, 원고 청탁이며 방송 출연 섭외며 강연 요청도 끊긴 채 완전히 고립됐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졌다는 소외감과 배신감으로 죽고 싶었죠. 우울증에 빠져 살았어요. 작년까지는 우울증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해 강의하기도 어려웠죠.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서 있기도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올해 들어서부터는 제 페이스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어요.”
그는 우울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아직도 약을 먹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뇨에 고혈압에 신경성 위염까지, 완전히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건강을 생각해 담배를 끊어야 한다면서도 그는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못 끊겠어요. 오히려 하루 두 갑 피우다 지금은 세 갑으로 늘었죠. 애인이라도 생기면 끊을까, 그게 잘 안되네요.”
그는 지난 13년 동안 애인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사실, 구속되기 전까지 애인이 있었는데(그것도 여대생 애인이었다고), 감옥에서 나와 보니 자신의 전화를 피했다고. 그도 그지만, 여든이 넘으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여자를 만나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며 웃는다. 그 웃음 뒤로 얼핏 그의 외로움이 보였다.

다음에 내는 소설은 이번보다 더 야한 것 기대해도 좋다
필화사건 이후 처음으로 야한 소설 펴낸 ‘사라의 연인’ 마광수

그는 “감옥에 갔다온 이후로 겁이 많아졌다”며 “아직도 검열공포증이 남아 있고, 언제 잡혀갈지 몰라 두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마음이 반영돼서인지 ‘광마잡담’은 “예전 작품보다는 야하지 않다”고 한다.
‘광마잡담’은 예전에 내놓았던 옴니버스 소설 ‘광마일기’의 속편으로, 그가 실명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설에서 주인공 마광수의 친구로 나오는 ‘하일지’란 인물 역시 그와 친한 소설가이자 동덕여대 교수 하일지씨의 실명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픽션’임을 강조한다.
“저는 리얼리즘을 싫어해요. 소설은 팬터지며 꿈이며 욕망의 대리 배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설가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고요. 저는 독자가 그럴듯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즐거움, 그 맛에 소설을 씁니다. 그래서 소설을 쓸 때 교훈주의나 엄숙주의보다는 의도된 경박성을 추구해요. 제 논문이나 에세이집을 읽은 사람들은 ‘박학다식한 게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소설은 논문이나 에세이와는 다를 수밖에 없죠. 소설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혹자는 그의 이런 소설관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그의 소설관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는 “고전소설을 통해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원래 리얼리즘이 맞지 않는다”며 “‘금오신화’와 같은 전기(傳寄)소설에 주목해 ‘광마잡담’을 구상했다”고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친구 하일지의 소개로 제주도를 찾았다가 인어를 만나고 미소녀들, 모란꽃에서 환생한 여인들, 우주에서 온 여인과 온갖 ‘질퍽하고 끈적거리는 시간’을 나눈다. 이처럼 소설은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들며 다양한 성희(性喜)를 만끽하는 모습을 9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는 “내 안의 내부 검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의 ‘권태’나 ‘즐거운 사라’가 성적 묘사에 치중한 것에 비해 ‘광마잡담’은 팬터지 요소를 결합한 서사적 이야기 구조에 더 무게를 두다보니 예전 작품보다 덜 야하다”고 했다. 하지만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힐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번에 그는 ‘광마잡담’과 함께 에세이집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를 동시 출판했다. 이 에세이집은 그가 대학 3학년 때부터 올해 2월까지 썼던 글 중 출판하지 않고 묵혀두었던 것을 손질해 낸 것이라고.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라는 책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의 말을 거꾸로 해석해 붙인 것으로, “자유가 진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자유 없는 진리보다는 진리 없는 자유를 택할 것”이라는 평소 그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유 없는 진리는 오히려 폭력과 권력, 독단이 되기 쉬우며, 자유는 행복 그 자체로 오히려 진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과 담을 쌓았던 그는 올 초부터 기지개를 펴고 부지런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설 ‘광마잡담’과 에세이집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를 내기 전에도 이미 두 권의 책을 펴냈고, 6월1일부터 7일까지는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자연과 생명, 그리고 성과 본능’이란 주제로 18년 친구 이목일 화백과 함께 ‘이목일·마광수 2인전’을 열기도 했다.
“‘사라 사건’ 때문에 대학에서 쫓겨났던 지난 93년, 그해엔 그림만 그리면서 살았다”는 마 교수는 “그림을 그리며 문학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 실력은 91년 ‘마광수·이목일·이외수·이두식 - 4인의 에로틱 아트전’이란 공동 전시회를 열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95년에 이목일 화백의 도움으로 개인전까지 열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광마잡담’을 비롯해 여러 저서에 그가 직접 그린 컬러 삽화가 들어 있다.

내 안의 내부 검열 때문에 예전 작품보다 덜 야해
필화사건 이후 처음으로 야한 소설 펴낸 ‘사라의 연인’ 마광수

자신이 직접 그린 연을 들어보이는 마교수.


그는 움츠리고 있던 자신을 전시회를 통해 세상 밖으로 끌어내준 이목일 화백 외에도 자신의 소설의 의미를 이해해줬던 소설가 하일지씨와 민용태 고려대 교수,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과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어려울 때 함께 해준 그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말하는 그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재기할 것을 다짐한다.
“도대체 마약과 혼음이 등장하는 번역소설(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말한다)은 버젓이 유통되는데 내 작품만 풍속사범으로 몰아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그는 ‘즐거운 사라’의 판매 금지를 안타까워했다. ‘즐거운 사라’는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라 무척 아깝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는 것.
그는 아직도 두렵고 겁이 난다면서도 용기를 내 “장르를 불문하고 검열에 반대한다. 민주사회에서 간행물윤리위원회 같은 기관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남아 있는 한 그의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두 권짜리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을 출간하려고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가 ‘겁나서’ 되찾아왔어요. 그것은 한 일간지에 연재하는 동안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두 번이나 경고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한 번도 경고를 받지 않은, 덜 야한 ‘광마잡담’부터 낸 거예요.”
그는 앞으로 지난해 내놓으려다 포기했던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은 물론 ‘절망보다 더 두려운 희망’도 잇달아 펴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집을 낸 지 6년이 됐는데 올 가을에는 시집도 한 권 낼 생각이라고 귀띔한다.
“제가 예전에 페티시즘(이성의 몸의 일부나 옷 따위로 성적 만족을 얻는 변태 심리)이나 피어싱(몸에 구멍을 뚫는 것)을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거의 못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알아듣더군요. 지난 13년의 공백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광마잡담’을 시작으로 그 공백을 조금씩 채워갈 겁니다. 다음 소설도 꼭 기대하고 기다려주세요.”
13년 전 ‘즐거운 사라’ 이후 빠져들었던 고통과 우울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힘찬 재기를 시작한 마광수. 조금 앞서 낸 그의 철학에세이 제목처럼, 그는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고 외치고 있다.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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