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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안타까운 사연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주연 정다빈 암 투병 어머니 간병하는 사연

“원없이 효도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건강 되찾으시길 빌고 또 빌어요”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박해윤 기자

입력 2005.07.07 18:53:00

탤런트 정다빈이 SBS 주말극장 ‘그 여름의 태풍’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기존 말괄량이 이미지를 벗고 한층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신한 그가 드라마 촬영 뒷얘기와 지난 2월 자궁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속내를 들려주었다.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주연 정다빈 암 투병 어머니 간병하는 사연

지난해가을 방영된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탤런트 정다빈(25)이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5월 말부터 방영 중인 SBS 주말극장 ‘그 여름의 태풍’에서 영화배우였던 엄마의 뒤를 이어 역경을 딛고 스타로 발돋움하는 수민 역을 맡아 이복자매이자 라이벌인 한예슬과 일과 사랑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
“그동안은 선머슴 같은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 맡은 수민이는 소녀처럼 수줍음이 많고 여린 감성의 소유자예요.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만큼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죠.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항상 제가 남자들을 보호해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이재황씨와 정찬씨, 두 남자로부터 보호를 받아요(웃음).”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연기 변신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형수님은 열아홉’ 이후 출연 섭외가 끊이지 않았지만 전작과 비슷한 말괄량이 캐릭터라 모두 사양했다는 그는 “‘그 여름의 태풍’은 배우로서 내 안에 내재된 다른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애써 담담한 척할 때 더 마음 아파
하지만 다소 생소한 역할이라 촬영 초반에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고.
“제가 쓴 시나리오의 한 대목을 배우 흉내를 내며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사가 굉장히 낯간지러웠어요. ‘선생님의 가슴은 너무나 넓어요’ ‘당신의 가슴은 너무나 뜨거워요’ 하는 식이었거든요. 평소 쓰는 말이 아니라서 잘 외워지지도 않고 민망해서 결국 시나리오를 보면서 연기를 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이관희 PD는 그를 만날 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맞아준다고 한다. 이 PD가 그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그의 어머니가 자궁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촬영장에서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촬영에 임하기 때문.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주연 정다빈 암 투병 어머니 간병하는 사연

그의 어머니는 지난 2월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저는 엄살이 심해서 조금만 아파도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요. 저뿐 아니라 가족 중 누가 기침만 해도 빨리 병원에 가라고 야단이니까 다들 병원을 자주 찾는 편이에요. 또 부모님을 모시고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과에 가고 꼬박꼬박 건강검진도 받으시도록 해왔는데 이번에 뜻밖의 결과가 나와 처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처음에 그는 암이라는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세 군데나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진이기를 바라던 그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아직 수술을 못하고 계세요. 암이 정확히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알아야 환자가 힘들지 않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 그걸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가봐요. 계속 검사받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에요.”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주연 정다빈 암 투병 어머니 간병하는 사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아픈 어머니 곁에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정다빈.


초기에 발견되기는 했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그는 “어머니 연세가 이제 겨우 마흔여덟인데 한창 좋을 때 아프셔서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어머니는 가족들이 힘들어할까봐 아픈 내색하지 않고 애써 담담한 척하시는데 사실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촬영 때문에 바빠서 어머니 옆에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지난 어버이날에도 밤샘 촬영하느라 집에 못 들어갔어요. 다음 날 오후 3시에 촬영이 끝나 뒤늦게 옷을 선물했죠. 날씨가 좋아졌으니 예쁜 옷 입고 밖에 나가 기분전환 하시라고요.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어머니가 수술하시게 되더라도 병구완할 사람이 많아 다행이에요. 아버지와 남동생도 있고 외할머니와 이모들도 자주 오시니까 그런 면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소원은 어머니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는 것

평소 그와 어머니는 친구 같은 모녀 사이다. “언뜻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을 만큼 부모님과 허물없이 지낸다”는 것. 1남1녀 중 맏딸인 그에게 어머니는 때로는 편한 친구, 때로는 든든한 언니 같은 존재라고 한다.
“원래 딸들이 엄마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엄마들도 딸한테 많이 의지하고요. 저희도 그래요. 어머니와 촬영 중간 중간 전화통화를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밥 먹었냐’고 묻고, 저는 ‘약 먹었냐’고 물어보죠(웃음).”
그는 어려서부터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자라 뭐든 스스로 알아서 해왔다고 한다. 부모 모두 그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기꺼이 허락해주었는데 연기자의 길로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대신 통금시간이 정해져 있어 촬영이 없는 날 자정이 넘어서 들어가면 야단을 맞는다고 한다.
“촬영이 밤늦게까지 있는 날에는 어머니가 전화를 많이 하세요. 남동생도 제가 늦게 들어가면 잔소리를 하고요. 그래서 촬영이 없을 때는 거의 집에만 있어요.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는데 걔네들 목욕시키고, 산책하고, 가끔 한 번씩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도 가고요. 또 장보는 것을 좋아해 마트에도 자주 가요.”
지난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그 여름의 태풍’에서 맡은 극중인물 수민처럼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정말 운 좋게도 큰 고비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
“‘단적비연수’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저는 덕을 많이 봤어요. 최진실 언니의 아역으로 출연해 ‘제2의 최진실’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거든요. 이후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 이어 출연한 ‘논스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또 ‘옥탑방 고양이’와 ‘형수님은 열아홉’에 출연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제가 여러 작품에 출연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무명으로 보낸 줄 아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또 데뷔할 때부터 뭐든 고생이라고 생각지 않고 즐겁게 했고요.”
‘그 여름의 태풍’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묻자 “지금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어머니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엄마’ 하고 부르는 거예요. 어머니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촬영 갈 때도 어머니한테 빠진 게 없는지 물어봐야 안심이 돼요. 그렇게 이 나이에도 아기 같은 구석이 있어서 촬영 나와 있으면 어머니가 전화를 자주 하세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요. 저나 동생이 원 없이 효도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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