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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유인경의 Happy Talk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입력 2005.07.07 18:13:00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갖가지 약을 챙겨 먹는 것도 모자라 먹는 것마다 몸에 좋은가를 따지는 ‘건강 밝힘증 환자들’을 꼴사납게 생각하며 피자, 닭튀김 등 맛있지만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먹던 내가 40대 후반에 들어서니 언제부터인가 건강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고 소문난 마늘이나 토마토를 챙겨 먹고, 건강식품을 사들이는 데 열심이다. 지난 세월 동안 몸을 내버려두었던 나. 하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은 내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 그게 진짜 웰빙 아닐까.

얼마전만 해도 내가 혐오까지는 아니지만 참 꼴사납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강 밝힘증 환자들’이다. 가방이나 책상 서랍에 비타민, 칼슘, 건강보조제 등을 잔뜩 넣어두고 수시로 우걱우걱 먹는 이들 말이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이 멸치가 완전식품이라 그렇게 건강에 좋다는 거 아냐” “탄 음식 먹으면 암에 걸린다며? 이 삼겹살 너무 탄 거 아냐? 난 안 먹을래” “등푸른 생선이 노화방지를 해준다는데, 고등어가 등푸른 생선 맞지?” “난 콜레스테롤이 많은 새우 안 먹을 거니까 누가 내 새우 좀 가져가” 등등 식단 하나하나를 살피고 따져서 음식만 보면 이성을 잃고 허겁지겁 먹기 바쁜 나에게 은근한 스트레스를 주던 이들.
‘아니, 도대체 생에 미련이 얼마나 많아서 저렇게 오래 살아보겠다고 안달인 거야? 그래, 그렇게 몸에 좋고, 젊어지고, 예뻐진다는 음식들만 골라 먹고 오래오래 살아라. 난 입에 달고 맛있는 것 실컷 먹고 짧고 굵게 살다 가련다!’
이들에 대한 반발 작용이었는지 나는 “외길 육식 인생의 지조를 지켜야 한다”며 일부러 검게 탄 고기, 기름이 뚝뚝 흐르는 닭튀김 등 몸에 안 좋다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 한 판을 다 먹으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다 못 쓸 만큼 고열량이라는 피자에 정크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 길거리에서 파는 온갖 불량식품들을 포만감에 씩씩 거릴 때까지 뿌듯해하며 먹었다. 물론 당연히 살이 찌고 똥배가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변절자가 되었다. 매사에 건강을 신경 쓰는 이들에게 콧방귀를 끼고 영양제 챙겨 먹던 사람들을 경멸해마지않던 나였는데 말이다. 장을 볼 때도 두부, 야채 등을 먼저 챙기고, 식탁에 앉으면 몸에 좋다고 소문난 것들에 나도 모르게 젓가락이 간다. “전생에 인어 공주였다”며 생전 안 먹던 생선회나 해조류도 장수식품이란 말에 먹기 시작했고, 외식 메뉴를 고를 때도 제법 신경을 쓴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에 가면 예전에는 옷이나 화장품 코너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건강보조식품 코너 앞에 서서 상품 설명서를 찬찬히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홈쇼핑 방송을 볼 때도 가전제품이나 액세서리보다는 건강상품에 눈을 반짝이며 마구 사들이고 있다. 심지어 외국에 가서도 각종 비타민을 사온다. 평소 내가 꼴사납다고 생각하던 그런 인간이 된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몸에 좋은 것을 챙기게 된 자신이 대견해
벼락을 맞거나 갑자기 병이 생겨서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 아마도 40대 중반, 아니 후반이 되고 보니 내 몸이 알아서 뇌에 지령을 내리는 것 같다.
“이봐, 뇌! 제발 우리 주인한테 몸 좀 돌봐달라고 해. 이렇게 설탕, 소금, 화학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나쁜 음식에다 기름기를 들이부으면 어쩌라는 거야. 나도 고달프다고. 더 늘어날 살도 없고 피도 끈적끈적해지는 것 같아. 성격은 못 바꾸더라도 식생활이라도 좀 바꾸라고 해.”
그래서 요즘은 과자나 사탕 대신에 검정콩 볶은 것을 먹거나, 식사 때도 야채를 많이 먹는 등 의식적으로 몸에게 ‘아부’를 하고 있다.
문제는 나의 고질병인 충동구매다. 건강에 눈을 뜬 후(?) 비타민은 물론 몸에 좋다는 것들을 마구 사들이고 있다. 매실 진액, 청국장환, 초에 절인 콩, 각종 선식, 인진쑥환, 알로에, 마늘 파우더, 석류즙 등 시시때때로 사들인 건강식품이 꽤 된다. 하지만 한두 번 먹은 다음에는 먹는 것을 깜박잊거나,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하나도 먹지 못한 것도 있다.
아침에는 항상 후닥닥 뛰쳐나오느라, 낮에는 정신없이 이 일 저 일로 바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저녁에는 녹초가 되어 돌아가 화장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하루에 비타민 한 알도 규칙적으로 챙겨 먹지 못한다. 남편이 모처럼 갱년기가 다가오는 마누라 생각해서 터키에서 사다준 석류 원액은 몇 달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결국 시누이에게 선물했고,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상해 버린 것도 많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보러 가서 건강식품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면 남편은 한심하다는 듯 “버릴 것 뭐하러 또 사냐”고 큰소리로 놀린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 자신이 한심하고 돈도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고 대견하다. 그동안 남들 다 하는 운동도 숨쉬기 외에는 사절이었고, 다이어트도 못하며 대책 없이 몸을 버려두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회사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데 내가 생마늘을 너무 먹어대니까 한 상사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지만 여자가 이렇게 구운 마늘도 아니고 생마늘을 많이 먹는 건 처음 보네. 나중에 냄새가 상당할 텐데….”
거의 몰입의 경지에 이르러 상추 위에 고기를 놓고 마늘을 여러 쪽 얹어 쌈을 싸 먹던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저도 사람 좀 돼보려고요. 그동안 곰처럼 미련하게 살았으니 마늘이랑 쑥 먹고 웅녀처럼 인간으로 변하고 싶어서요. 쑥은 집에서 먹고 왔거든요.”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미련 곰탱이처럼 온갖 불량식품, 지방 덩어리와 벗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는 이제야 몸의 신호를 알아채고 음식이라도 좋은 것을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햄버거를 비롯한 인스턴트 식품이나 고기에 대한 집착은 아직 버리지 못했다. 여전히 케이크며 과자에 대한 애정도 식지 않았다.
그래도 마늘, 양파, 미나리를 많이 먹고 커피 대신 토마토 주스를 마신 날은 왠지 덜 피곤하고 병도 안 걸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런 걸 상상에 의한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또 키스는커녕 뽀뽀할 일도 없어 수시로 윗입술 아랫입술을 맞부딪치며 자급자족(?)하는데 마늘이나 양파 냄새 좀 풍기면 어떤가.
20년 후면 무병장수 시대가 열린다고 하고, 벌써부터 주변에는 수시로 태반주사를 맞거나 각종 성형수술과 피부관리를 받으며 젊음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건강은 자연스럽게 지켜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안 늙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늙어가고, 주사나 약 등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자란 제철 음식으로 몸을 위로해주는 것, 그래서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것이 진정한 웰빙 아닐까.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가족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친정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 몸 여기저기가 편찮으셨을 때 엄마를 돌봐야했던 나는 조금 괴롭기도 했지만 아픈 엄마를 지켜보면서도 정작 그 아픔을 나눌 수 없어 더 속상하고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엄마가 건강하셨을 때 더 많이 함께 손잡고 다니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지금 내가 먹는 마늘, 등푸른 생선, 당근, 미나리, 버섯 등이 20~30년 후 내 건강을 지켜줄 거란 생각에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감사한 마음으로 너무 먹어서인지 정직한 내 몸이 자꾸 불어나기는 하지만….


여성동아 2005년 7월 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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