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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방송사 구경 해볼까요

방송사 내부 직접 그린 책 ‘방송사 구경’ 펴낸 MBC 장태연 PD

글·송화선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2005. 07. 05

‘경찰청 사람들’ ‘1318 힘을 내’ 등을 기획 연출한 스타 PD 장태연씨가 방송사 내부를 꼼꼼히 소개한 안내서 ‘방송사 구경’을 펴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방송사의 모든 것을 장 PD에게 들어보았다.

방송사 내부 직접 그린 책 ‘방송사 구경’ 펴낸 MBC 장태연 PD

“많은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정작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은 곳, 방송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어요. 방송사는 제가 평생을 몸담아온 곳이자, 저의 삶 자체니까요.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그 공간을 나누고 싶었죠.”
방송사의 내부 구조를 상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한 책 ‘방송사 구경’을 펴낸 MBC 장태연 PD(50)는 이름만 들어도 많은 이들이 기억할 만한 스타 PD다. 1981년 MBC에 입사한 뒤 ‘화요일에 만나요’ ‘경찰청 사람들’ ‘1318 힘을 내’ ‘성공시대’ 등을 잇달아 기획·연출했으며, 지난 2월까지 MBC 예능국장으로 일했다.
평생 방송만을 위해 살아온 그가 내놓은 역작이 ‘방송국 구경’. 그는 이 책에서 프로그램 제작과정, 종합자료실, 연습실과 분장실, 부조정실, 드라마 스튜디오, 중계용 헬리콥터 등 방송사의 다양한 단면들을 55쪽 분량에 세밀하게 담아냈다.
책을 펼치는 것은 곧 방송사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과 같다. 장 PD가 직접 그린 파스텔 톤 그림들은 방송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장면들을 여과 없이 독자 앞에 펼쳐 보여준다.
장 PD의 안내에 따라 PD들의 사무실 안에 들어가보자. ‘담당 프로그램이 잘 안되고 있는 프로듀서’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라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한편에서 ‘잘되고 있는 프로듀서’는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있다. 긴장감과 흥겨움이 넘치는 공개방송 스튜디오 현장에는 분주한 스태프와 출연자들 사이로 홍보용 사진을 찍는 직원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방송사에서 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그릴 수 없었을 그림 곳곳에서는 방송에 대한 장 특보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그림 한 장을 몇 달씩 그리며 6년 동안 작업
“초등학교 4학년 때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와, 신기하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방송사에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이후로 방송은 제게 늘 경이로운 세계였죠. 제가 찍은 프로그램도 화면을 통해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한창 때는 집에 가는 게 싫을 정도로 일이 좋았고, 방송을 한다는 게 늘 행복했어요. 그 재미를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죠.”
장 PD는 90년대 초반부터 이 책을 기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내부 사람도 잘 둘러보기 힘든 방송사 구석구석을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니며 스케치했고, 전체 스튜디오를 조망하기 위해 천장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다친 적도 있다고. 방송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하고 그림 공부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준비 끝에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이 99년의 일이다.
하지만 세밀하고 복잡한 방송장비들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힘든 제작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는 것은 미술을 전공자하지도 않은 그에게 엄청난 도전이었을 터. 장 PD는 방송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구도와 그림체를 고민하느라 한 장면을 그리는 데만 몇 달씩 고민했고, 마지막 채색작업에는 1년 반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방송용어에 생소한 일반 독자들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장비의 이름을 우리 말로 자세하게 풀어놓은 그림 설명만 봐도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하며 이 책을 만들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방송사 내부 직접 그린 책 ‘방송사 구경’ 펴낸 MBC 장태연 PD

MBC 뉴스가 만들어지는 뉴스 센터에 선 장태연 PD.


“책을 다 끝내고 나서 다시 펼쳐보니, 정말 내가 이걸 어떻게 했나 싶더라고요. 마지막 3~4년은 거의 매일 퇴근하고 다음 날 새벽 1~2시까지 작업을 했죠. 2002년 무렵 과로로 한 달쯤 회사에 병가를 낸 적이 있는데,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사실 회사 일에 책 작업까지 하느라 하루도 못 쉰 탓이었어요.”
장 PD의 이런 노력 덕에 ‘방송사 구경’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방송사 안내서가 됐다. 그림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무대연출 전공)인 부인 민언옥씨(49)가 “나보다 낫다”며 ‘칭찬’했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수준.
MBC PD 출신인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나도 항상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 했지만 감히 시도조차 못했었다”며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교과서로, 방송사 구경 가는 사람들에게는 참고서로 한 권씩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감탄했다.
개그맨 김용만씨도 “주위 사람들이 늘 방송사 구경 좀 시켜달라고 조르는데, 막상 데리고 오면 복잡한 로비와 스튜디오 몇 군데 외에는 보여줄 게 없었다. 방송사를 꿰뚫고 있는 장 PD의 책 속에서 방송사에 대한 궁금함을 단 번에 풀어줄 만한 입체적인 그림 설명을 보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사실 장 PD가 이 책을 낸 것은 지난해 12월. MBC 창사 기념일에 맞춰 비매품으로 5백 부만 찍었다. 그런데 책을 접한 이들이 감탄하며 판매를 해야 한다고 강권해 최근 독자용 책이 다시 출판된 것이다. 장 PD는 마무리 작업을 다시 하느라 고생했지만, 막상 책이 나온 뒤 많은 이들이 도움이 됐다며 인사를 전해와 기쁘다고 말했다.
이제 장 PD가 바라는 것은 ‘방송사 구경’이 방송사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는 것. 특히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방송의 재미를 느끼고 훗날 자신의 후배가 되는 것이다.
“PD는 호기심과 상상력, 리더십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거든요. 방송은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갖고 있고요. 저는 어린 시절 라디오를 분해하다 망가뜨리기 일쑤였고, 매일 개천이나 하수구를 뒤지고 다니는 말썽꾸러기였는데, 그런 제 성격이 PD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이 책이 PD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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