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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movie review

킨제이 보고서

섹스에 대한 편견 없앤 킨제이 박사의 일대기

■ 기획·김동희 ■ 글·김봉석‘영화평론가’

입력 2005.06.09 18:55:00

킨제이 박사는 1948년 미국 남성 5천3백 명을 인터뷰한 ‘남성의 성 행동’을 발표해 미국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지만 여성의 성적 행동을 인터뷰한 ‘여성의 성 행동’ 발표 후 보수층의 집중포화를 맞고 몰락했다. 영화 ‘킨제이 보고서’는 섹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없앤 선구자적 인물 킨제이의 삶을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다.
킨제이 보고서

인디애나대학 교수였던 킨제이 박사가 살았던 1940, 50년대 미국은 섹스에 관한 한 암흑기였다. 혼전 성경험 없이 결혼한 그는 성적인 트러블을 겪으면서 자신을 비롯해 사람들의 성 상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섹스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다. 당시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젊은 부부가 찾아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며 상담을 한다. ‘어떤 체위들을 이용’하는지 묻는 킨제이에게 부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영화 ‘킨제이 보고서’는 보통사람들의 섹스 행태를 담은 ‘킨제이 보고서’가 나오게 된 과정을 충실하게 그려낸다. 교사이자 목사였던 킨제이의 아버지는 여성을 무시하고 섹스를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입고 벗기 쉽게 만든 지퍼가 인간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하는 아버지를 떠나 생물학과에 진학한 킨제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 있다면 꺾이지 않는 신념이다. 과학은 통계이며, 더 많은 표본을 관찰했을 때 가장 올바른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그는 과학적 연구가 인간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킨제이 보고서


킨제이가 많은 사람들이 창피해하거나 경멸하던 섹스를 연구하게 된 이유도 그런 신념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종족 보존을 위한 섹스를 제외한 모든 섹스를 죄악이라고 가르쳤다. 오르가슴은 일종의 병이고, 오럴 섹스를 하면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며,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편견이 사회를 뒤덮고 있음을 깨달은 킨제이는 섹스란 무엇인지, 현대인에게 섹스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내가 정상인가요?” 묻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보고서
미국 남성 5천3백 명을 인터뷰해 1948년에 발표한 ‘남성의 성 행동’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며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하지만 몇 년 뒤에 킨제이가 ‘여성의 성 행동’을 내놓자, 미국 사회는 그를 도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렴치범으로 몰고간다. 자신들의 어머니와 딸이 ‘자유로운’ 섹스는 물론 동성애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연구 지원은 중단되고 킨제이는 몰락한다.
그러나 ‘킨제이 보고서’를 만든 빌 콘돈 감독은 킨제이의 진심을 이해한다. 킨제이의 연구는 자신의 성경험을 털어놓고 “내가 정상인가요?” 하고 불안하게 묻는 보통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영화는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이 신대륙 발견 이상으로 흥미진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킨제이의 과학이 얼마나 선구적이었고, 얼마나 휴머니즘에 충실한 것이었는지 ‘킨제이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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