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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눈물의 사모곡

일본에서 가수로 성공한 뒤 귀국해 새 음반 발표한 정재은

■ 기획·김유림 기자 ■ 글·고재열‘시사저널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투데이 제공

입력 2005.06.09 11:24:00

지난 99년 일본으로 건너가 인기가수가 되어 귀국한 정재은.
최근 사모의 정을 담은 음반 ‘다시 한 번 순수한 사랑’을 발표한 그는 지난 76년 열두 살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할 당시 가수 이미자의 딸임이 밝혀져 한 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어머니와 함께 같은 무대에 서는 게 소원이라는 그를 만나 굴곡진 지난 삶을 들어보았다.
일본에서 가수로 성공한 뒤 귀국해 새 음반 발표한 정재은

때론행복의 정점에서 불행이 잉태되기도 한다. 노래 ‘동백 아가씨’가 막 세상에 나올 무렵 정재은(41)은 아직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 ‘동백 아가씨’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태어났지만 그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살 때 부모가 이혼해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무시로 나오는 유명인이었지만 그는 어머니 이미자(64)를 자라면서 세 번밖에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일곱 살 무렵 외할머니집에서 3일 동안 함께 지낸 것이 그가 간직한 엄마 모습의 전부였다고. 그 이후 성인이 되어서 스치듯이 2번 만났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너무도 짧은 만남이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이어받은 그는 지난 76년 열두살 때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가요제는 그에게 약이 되는 동시에 독이 되었다. ‘음악 신동’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었지만, 신바람이 난 사회자가 ‘이미자씨 딸’이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커밍아웃 되어버렸기 때문.
그는 그동안 세상의 이목이 두려워 어머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에서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이미자의 딸 정재은’이라고 알려지는 것이 어머니에게 누를 끼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고.
“요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랬어요. 어머니를 만나는 게 서로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어머니와 쉽게 만날 수 있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저도 이렇게 가수생활을 하고 있으니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수 활동을 하며 그는 어머니의 후광을 입지 않고 성공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데뷔할 당시 국내에서는 트로트의 인기가 식은 뒤여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는 우리의 트로트와 비슷한 엔카가 인기 있다는 말을 듣고 일본행을 결심, 지난 99년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는 뜻을 품고 대한해협을 건넜다.
“다행히 일본 팬들이 저의 목소리를 좋아해줬어요. 한국에서는 어머니를 닮은 애절한 목소리로부터 달아나려고 애썼지만 그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죠.”

“어머니와 꼭 한 번 같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름에서 성을 뺀 ‘재우니’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6개월에 싱글 음반 한 장, 1년에 정규 음반 1장씩을 꼬박꼬박 발매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0년 일본 레코드 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일본 유선음악 대상 골든 리퀘스트 상을 3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여자의 일생’ ‘아씨’와 같은 노래를 일본 주부들의 애창가요로 만든 그는 단숨에 일본 최대 엔카 전문음반사 데이치쿠의 간판 가수로 부상했다.
“팬들은 제 노래를 아침이나 한낮이 아닌 황혼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해요. 인생이 저물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노래라는 것이죠. 앞으로도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일본에서 가수로 성공한 뒤 귀국해 새 음반 발표한 정재은

가수 이미자의 딸 정재은은 자라면서 어머니를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중 그는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만나게 됐다. 자궁이 굳어가는 병에 걸리고 만 것.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방영되면서 시작된 한류 열기로 활동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시기였기에 더욱 착잡한 심정이었다. 결국 그는 눈물을 삼키며 마이크를 놓아야 했고 병마와 싸우는 도중 일생일대의 선택을 했다.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것. 생리를 멈추는 주사를 1년 넘게 맞으면서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해 어머니가 물려주신 고운 목소리는 간데없고 남자처럼 목소리가 굵어져갔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는 한국에 돌아와 애타는 사모의 정을 담아 음반 ‘다시 한 번 순수한 사랑’을 내놓았다.
“이번 음반에 담긴 곡들은 첫사랑의 설렘이나 첫 이별의 절망감을 노래한 게 아니에요. 원숙한 사랑이 주는 편안함, 혹은 아쉬운 이별이 주는 소슬한 느낌 등 중년의 감성을 담았죠. 그동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혼도 경험하면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노래에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저의 많은 감정들이 그대로 녹아 있어요.”
한국어 음반을 발표한 후 그는 용기를 내어 어머니를 찾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자신의 발전된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제 노래를 듣다 어느 순간 깜작 놀랐어요.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목소리를 닮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어머니 옆에 당당히 서고 싶었어요. 조금만 더 성공해서 들어오자는 생각에, 부끄럽지 않은 딸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만남을 미뤄왔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어머니와의 만남이다. 어머니에게 ‘음악 문안’을 드리고 싶다는 그는 “한국에 와 처음으로 방송에서 어머니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와 꼭 한 번 같은 무대에 서고 싶고, 아마 그때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재은은 이번 음반 발표 후 한국에서 잠시 활동한 뒤 본무대인 일본으로 돌아가 활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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