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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부자

간경화로 투병 중 아들 간 이식받고 새 삶을 얻은 중견 탤런트 양택조

■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입력 2005.06.09 11:10:00

5년 전부터 간경화로 고통을 받던 탤런트 양택조씨가 최근 장남으로부터 간 62%를 이식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간 이식을 통해 새 삶을 얻은 양택조씨 부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취재했다.
간경화로 투병 중 아들 간 이식받고 새 삶을 얻은 중견 탤런트 양택조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가족들과 함께 환히 웃고 있는 양택조씨. 현재는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이다.


5년전부터 간경화로 투병 중이던 중견 탤런트 양택조씨(66)가 지난 4월21일 장남 형석씨(36·SBS 아트텍 카메라 감독)로부터 간 62%를 이식받았다. 간 이식은 말기 간 질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자지간이라고 해도 자신의 간을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 폭력 등 삭막한 뉴스가 홍수를 이루는 현실에서 이들 부자의 ‘특별한 사랑’은 세상에 잔잔한 따스함을 안겨줬다.
“아들이 아버지 생각하는 마음은 고맙지만 간 이식만큼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 자식 간을 이식받고 싶은 부모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처음엔 막내딸이 자기 것을 주겠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는데 아들이 ‘뭔 소리냐 오빠가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서더라고요. 아들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지요. 아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자식이 있는데…. 그런데 아내가 읍소를 합디다. ‘이대로 갈 거냐. 죽을 때 죽더라도 간 이식을 해보자’면서. 아들 딸이 먼저 마음 써주는 게 참 고마웠죠.”
양씨의 장남 형석씨는 “자식 된 도리를 했을 뿐”이라면서 자신들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아버지께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어요. 그동안 잘못한 것만 생각 나 이대로 돌아가시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죠. 여동생 둘이 있지만 여자 몸에 커다란 수술 자국을 남길 수도 없잖아요.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자 어머니께서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양씨는 5년 전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간경화로 악화됐고 2003년 10월에는 간경화 합병증으로 생긴 식도정맥류 때문에 SBS 드라마 ‘때려’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한 채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며 병마와 힘겹게 싸워왔다. 지난 설에는 죽을 고비도 넘겼다고 한다.
“막상 수술이 다가오니 아내가 몹시 힘들어했어요. 이러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까지 잃는 게 아닌가 걱정된 거죠. 아들이 저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다 잘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고 보니까 아내 눈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고, 아들은 천장을 쳐다보며 눈물을 감추려 애쓰고 있더군요. ”

12시간의 수술 마친 뒤 깨어나 자신 향해 손 흔드는 아들 보자 눈물 쏟아져

간경화로 투병 중 아들 간 이식받고 새 삶을 얻은 중견 탤런트 양택조

형석씨는 수술을 앞두고 솔직히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부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맹장수술 받으러 들어가는 환자처럼 씩씩하고 늠름하게 부모에게 인사했지만 마음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어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막상 수술대 위에 눕고 나니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수술실 문이 닫히고 의료진이 수술을 준비하는 40분 동안 수술대에 누워 있는데 아버지 건강뿐 아니라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어요.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그래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이제 갓 돌 지난 아들과 한창 귀엽고 깜찍한 짓 하는 딸 얼굴이었어요.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말리지 않고 ‘잘 생각했다’며 격려해준 아내와 부모 형제까지….”

간경화로 투병 중 아들 간 이식받고 새 삶을 얻은 중견 탤런트 양택조

12시간의 대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난 뒤 양씨는 간호사로부터 “두 사람의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또한 10m 남짓 떨어진 곳에 누워 있는 아들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그게 수술 후 부자지간에 나눈 첫 인사였어요. 저도 아들에게 손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죠. 말 한마디 없이, 손짓뿐인 인사지만 살면서 그때처럼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 알 수 없는 끈끈한 정이 느껴집디다. 아들이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고 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어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가족의 희생과 사랑은 사위로까지 이어졌다. KBS 주말연속극 ‘부모님전상서’에 책임감 강한 장남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장현성은 양택조의 막내 사위. 지난 10여 년간 ‘지하철 1호선’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다 최근 영화 ‘깃’ ‘연애는 미친 짓이다’ 등의 주연을 잇달아 맡으며 주가가 치솟고 있는 그는 바쁜 중에도 틈틈이 병원을 찾아왔다고 한다.
“막내 사위가 정이 참 많아요. 평소 처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시간 날 때마다 놀러와 집안에 웃음꽃을 선물하기도 하고요. 큰사위도 제가 투병생활하는 5년여 동안 아들 딸 못지않게 저를 보살펴줬죠. 요양하기 좋은 공기 맑은 곳에 데리고 다니고 거듭되는 입·퇴원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보살펴줬거든요.”
간 이식 수술은 기증자와 수증자 모두에게 복부에 가로 30cm 세로 15cm의 흉터를 남긴다. 양씨는 이제 아들과 똑같은 흉터를 갖고 평생을 살아가게 된 셈이다. 남 보기에 흉측한 커다란 수술 자국이지만, 이들 부자에게는 그 어떤 ‘훈장’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랑의 흔적이라고 한다.
“방송이나 신문을 보다 보면 아내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거나 부모 자식 간에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들이 종종 보도되는데, 이제 그런 거 좀 그만 내보냈으면 좋겠어요. 간 이식 병동에 있어 보니 부모 자식뿐 아니라 생전 모르는 남에게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참 많더라고요. 숭고한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면 세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간 이식 수술 후 2개월 정도만 지나면 수여자와 공여자의 간이 모두 정상인의 80%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양쪽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7일 퇴원한 양씨는 현재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 중이며, 그보다 사흘 먼저 퇴원한 형석씨는 3개월 동안 요양한 뒤 직장에 복직할 예정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는 다시 연기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건강이 회복하는 대로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양택조씨. 아들 형석씨의 카메라에 ‘연기자 양택조’의 모습이 담기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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