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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뜻밖의 고백

히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 작곡해 국무총리 표창 받은 초등학교 교사 한수성

“결혼 20여 년 만에 아내와 이혼하고 방황하면서 가정이 흔들리면 삶 전체가 황폐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5.06.09 10:07:00

지난해 신용카드 CF에 사용된 후 지금까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동요 ‘아빠 힘내세요’의 작곡가 한수성씨.
지난 5월 중순 어린이들의 음악교육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그가 실은 5년 전 이혼했다가 지난해 재결합한 아픔을 겪은 못난 가장이었음을 고백했다.
히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 작곡해 국무총리 표창 받은 초등학교 교사 한수성

부산남성초등학교 3학년 3반 교실에 들어서자 리코더 소리가 흥겹게 울려퍼졌다. 중년의 남자 선생님의 손가락 지휘에 맞춰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인 음악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도 되련만 계속 선생님 주위를 맴돌았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좋아요?” 하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우리 선생님 최고예요” 하고 외친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나왔는데 옆에 있던 한 아이가 “우리 선생님 별명은 수성 펜이에요” 하고 귀띔한다. 이 아이들의 담임선생님 한수성씨(48)의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얼마 전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었어요. 젊은 엄마가 큰아이는 옆에 나란히 걷게 하고, 작은아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걸어가는데 아이들이랑 ‘아빠, 힘내세요…’ 하며 제 노래를 흥얼거리더군요. 다가가서 ‘아주머니, 이 노래 좋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가사 내용이 좋고, 따라 부르기도 쉬워서 아주 좋아요’라고 하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제가 그 노래를 작곡한 사람입니다’ 했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얼른 펜을 꺼내 사인을 해주었죠(웃음).”
한수성씨는 지난해 가을 신용카드 CF 음악으로 쓰이면서 널리 애창되고 있는 ‘아빠 힘내세요’의 작곡자다. 그는 노래가 유명해졌어도 그 노래를 만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 길을 가다가도 ‘아빠 힘내세요’를 부르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서 “제가 그 노래를 작곡했어요”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 의식이 강해서 좋은 일이 생겨도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일은 별로 없고, 대개 남이 먼저 칭찬해주기를 바라는데 전 생각이 달라요. 이번에 받은 국무총리 표창만 해도 정말 자랑스러워요.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받은 거니까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싶어서 며칠 동안 훈장을 가슴에 달고 다녔어요. 아이들이 그걸 보고 달려와서 만져보기도 했죠(웃음).”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후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다 ‘아빠 힘내세요’ 작곡
그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식당에서도 사람들에게 “이게 바로 훈장이라는 겁니다” 하며 자랑했다고 한다. 훈장을 실제로 본 사람이 드물어 다들 신기해했다고. 그는 ‘아빠 힘내세요 작곡가, 한수성 선생님 국무총리 표창 받다’라고 쓴 현수막을 직접 주문제작해 거리에 내걸기도 했다.
‘동네 가수’로 불릴 정도로 노래를 좋아하고, 솜씨도 뛰어났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한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통기타를 연주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마산교대를 졸업하고 79년 경남 밀양의 정진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그는 가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진주교대에 편입, ‘MBC 대학가요제’에 3번이나 도전했다.

히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 작곡해 국무총리 표창 받은 초등학교 교사 한수성


동요와의 인연은 84년 제2회 ‘MBC 창작 동요제’에 직접 작곡한 노래를 출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입상을 못해 실망하고 있는 그에게 당시 심사위원이던 작곡가 정세문씨가 ‘좋은 노래가 떨어져서 아깝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온 것. 그는 용기를 얻어 그 뒤로 동요 작곡에 전념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가 작곡한 동요는 1백 곡이 넘는다. ‘MBC 창작 동요제’ 본선에 6차례나 올랐으며 89년에는 ‘연날리기’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연날리기’는 그가 만든 곡에 아내 권연순씨(51)가 노랫말을 붙이고,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 한지웅군(26)이 노래를 불러 한씨 가족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노래. ‘아빠 힘내세요’ 또한 97년 ‘MBC 창작 동요제’ 입상작이다.
“‘아빠 힘내세요’를 만들 당시 빚더미에 올라 식구들에게 죄인이 된 심정으로 살고 있었어요. 삶의 애환이 담긴 노래라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았나 싶어요.”
‘아빠 힘내세요’는 아이들이 애정과 관심을 담아 아빠를 응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래를 만든 한수성씨 자신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과 거리가 멀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부 갈등 끝에 5년 전 이혼했다가 지난해 재결합한 것. 그는 “아내가 이혼하자고 했을 때만 해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는데 4년간 혼자 방황하다 뒤늦게 철이 들고 보니 그간의 행적이 너무도 부끄러웠다”며 멋쩍게 웃었다.
“스물두 살 때 세 살 연상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기 전에 덜컥 아이부터 생겼어요. 전 키울 자신이 없으니 낙태를 하라고 했죠. 아내는 끝내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했고, 전 아내가 진통할 때도 나 몰라라 하고,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돌봐주기는커녕 오히려 울리기만 했어요.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 결혼식을 올렸는데 신혼여행을 가서도 아내와 아이를 여관방에 남겨놓고 저 혼자 돌아다녔어요.”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해 단칸방을 전전하던 그의 가족은 89년에 겨우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곧 신디사이저에 매료된 그가 식음을 전폐하며 수백만원 하는 신디사이저를 사자고 조르는 통에 그의 아내가 마지못해 전세금을 빼서 악기를 구입해줬다. 전세금 1천8백만원 중 8백만원으로 악기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 방을 구하다 보니 결국 다시 단칸방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하루 종일 햇빛이 들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도 저는 음악과 악기에 도취돼 마냥 좋기만 했어요. 방 한구석에서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는 기쁨에 퇴근하기가 무섭게 악기에 달라붙어 지냈죠.”
아내의 한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던 그도 아들의 눈물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들 지웅이는 아무리 가난해도 우리 집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집에 근사한 악기도 있으니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는 지웅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왔는데 그중 한 명이 ‘너희 집 개집 같다’고 한 거예요. 친구들이 다 돌아간 다음 지웅이가 펑펑 울면서 우리는 왜 이런 집에 살아야 하냐고 아내에게 원망을 하더래요.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히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 작곡해 국무총리 표창 받은 초등학교 교사 한수성

부산 남성초등학교 교사인 한수성씨는 앞으로도 계속 가족사랑을 담은 노래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아들이 군 입대한 날 “더는 독선을 참지 못하겠다”며 이혼 요구한 아내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빚을 내 녹음실을 차렸다. 퇴근 후와 방학을 이용, 작곡과 편곡을 해서 부수입을 올리겠다는 야무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얼마 못 가 8천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가정의 행복을 깼다는 죄책감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뼛속까지 밀려들었어요.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컴컴한 골목길에 접어드는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지더라고요.”
그는 그때 문득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자신과 비슷한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악상이 떠올랐다고 한다.
“식구들에게 풍족하게 해주고 싶지만 그게 잘 안돼 속상한 아빠가 미안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식구들이 얼굴 마주치자마자 ‘학원비 내야 한다’ ‘신발 떨어졌다’며 우는 소리를 하면 아빠는 아빠대로 애초에 마음먹은 것과 달리 ‘너는 왜 공부를 안 하니’ ‘당신 꼴이 그게 뭐야’ 하며 괜한 화를 내게 되죠. 아빠가 지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반갑게 달려나와 ‘아빠 이제 오세요? 힘 드셨죠?’ 하면 얼마나 좋을지 그 단란한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곡을 만들었어요.”
‘연날리기’ 때처럼 작사는 부인 권연순씨가 맡았다. ‘아빠 힘내세요’가 완성된 때가 96년. 얼마 후 IMF 사태가 닥치는 바람에 그의 노래는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힘들게 버티는 지친 아빠들을 위로하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다.
‘아빠 힘내세요’가 화제를 모으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그는 느닷없이 아내로부터 이혼 요구를 받았다.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20년 넘게 꾹 참아온 부인 권씨가 2001년 아들이 군에 입대한 날 이혼을 하겠다고 나선 것. 이혼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그에게 권씨는 “너무 독선적이다. 당신 원하는 것만 하고 사는 게 싫다”고 말했다고. 그는 아내의 말에 울컥했지만 금세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유로움을 누리는 기쁨도 잠시. 그는 이혼 후 6개월이 지나자 후회가 밀려와 거의 매일 술에 절어 지내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고 한다.
“2003년 초에 지웅이가 제대를 했어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내와 함께 지냈는데 1년 동안 저와 아내 사이를 오가면서 재결합을 위해 애를 많이 썼어요. 결국 아들의 바람에 못 이기는 척하며 지난해 재결합을 했죠(웃음).”
아내와 헤어져 지내는 동안 방황도 했지만 그는 작곡료를 모아 부산에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아내와 다시 만난 뒤에야 이혼하기 2년 전부터 아내가 근무력증으로 고생을 했는데 자신이 그걸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남편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한수성씨. 이혼의 아픔을 겪어본 그는 “가정이 흔들리면 삶 전체가 황폐해진다”며 그 무엇보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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