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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간절한 참회의 마음이 느껴지는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

2005. 06. 01

간절한 참회의 마음이 느껴지는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

카라치(1560~1609), 풍경 속에서 기도하는 막달라 마리아, 1585~86, 캔버스에 유채, 73.6×90.5cm, 데니스 매혼 컬렉션


성인 초상화는 서양 초상화의 중요한 전통 중 하나입니다. 성인은 지혜와 덕이 뛰어나 길이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요. 특히 기독교에서는 신앙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거나 순교를 한 거룩한 신도를 가리킵니다. 성인들은 대부분 먼 옛날 사람들인데다 그들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아 실제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기 어렵지요. 그래서 화가들은 상상으로 그들의 초상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그려진 초상화에는 성인들의 깊은 신앙심과 인간적인 위대함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니발레 카라치의 ‘풍경 속에서 기도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서양 초상화의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막달라 마리아를 그린 작품입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참회의 성인’이라고 불립니다. 예수를 믿기 전에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를 회개하고 죽는 날까지 훌륭한 신앙생활을 해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막달라 마리아의 초상화는 중세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생겨나 가톨릭 교회의 전통이 위협을 받게 되면서 더욱 많이 그려졌습니다. 고해성사의 전통을 중시해온 가톨릭 교회는 참회의 성인 막달라 마리아를 많이 그려 이 전통이 옛 성인들로부터 유래된 훌륭한 것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림 속의 막달라 마리아는 긴 머리를 풀고서 나무십자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깍지 낀 그의 손 아래로 성경과 해골, 옥합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막달라 마리아의 긴 머리는 그가 예수 앞에 울며 나아가 자신의 머리칼로 예수의 발을 닦은 행위를 상기시킵니다. 간절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참회를 뜻하지요. 십자가는 예수의 희생을, 해골은 인간의 죄와 죽음을 나타냅니다. 옥합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그 안에 담긴 향유를 바른 사실을 나타내는 것으로 진솔한 신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상징물입니다. 이 초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성인과 같이 깨끗하고 거룩한 삶을 살고 싶어질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를 믿게 된 북유럽 지역에서는 성화가 많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가톨릭 교회와 달리 개신교에서는 제단화나 성상 등 교회를 장식하는 미술품 제작을 피했는데 이는 우상 숭배의 요소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또 인쇄술이 발달하고 모국어로 성경이 출간되면서 어려운 고대의 글로 쓰인 성경보다 이해하기 쉬운 종교화를 보며 신앙심을 키우던 옛 관습도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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