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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강조하는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아이들 괴롭히는 아토피는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학조미료 탓, 밥상을 바꿔야 아이들이 건강해져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06.01 11:22:00

프랑스에서 생태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시민단체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우석훈씨가 최근 ‘밥상 혁명’을 주장하고 나서 화제다. 그를 만나 우리 식생활의 문제점과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들었다.
‘밥상 혁명’ 강조하는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표고버섯은 기름에 볶아야 지용성 비타민을 많이 섭취할 수 있어요.”
지난 5월 초 주말 저녁, 그의 집을 찾았을 때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우석훈씨(37)는 주방에서 야채를 썰고 있었다. 가정에서 요리를 도맡아한다는 그는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2~3가지 반찬이 전부지만 주말에는 요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양배추와 표고버섯을 살짝 볶는데 간은 거의 안 해요. 다시마 간장만 살짝 넣죠. 간장을 담글 때 다시마 우려낸 물을 넣으면 간장이 짜지 않고 다시마의 풍미가 살아 있어 음식 맛을 내는 데 아주 좋아요. 소금을 넣어야 하는 음식에는 죽염을 사용하고요.”
볶은 채소를 우묵한 그릇에 담다 말고 던지는 그의 이야기 속에는 숙련된 주부에게서나 나올 법한 지혜가 담겨 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생선을 굽거나 채소를 볶을 때 온도를 너무 높이면 안 돼요. 기름이 타면 독성물질이 나오거든요. 전 생선을 구울 때 반드시 뚜껑이 있는 팬을 사용해요. 온도를 크게 높이지 않고도 전체적으로 열이 가해져 생선이 잘 익거든요.”
90년대 초 프랑스에서 유학하면서 쌓은 요리실력을 결혼 후에도 발휘하고 있는 그는 매주 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인터넷 쇼핑몰에서 장을 본다고 한다.
“쌀은 봉은사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청정공양미를 주문해 먹고, 부식은 두부 1모, 콩나물 1봉지, 오이 2개, 양배추 1통, 대파 ½단, 딸기 1팩, 고등어 한 마리… 하는 식으로 생활협동조합에서 배달해 먹어요. 이렇게 장을 보면 대략 한 주에 기본 식비가 5만원가량 들어요. 일반 제품에 비해 1.5~2배 정도 비싼 편이지만 매일 먹는 음식만큼은 몸에 해가 덜 가는 좋은 재료를 먹자는 주의예요. 또 저처럼 친환경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야 친환경적으로 농사짓는 분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프랑스 제 10대학에서 생태경제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초록정치연대에서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음식 재료들을 사용할 뿐 아니라 요리할 때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파리에서 사는 동안 종종 외국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하루는 한 친구가 ‘어떻게 네가 하는 음식은 전부 맛이 비슷하냐?’고 묻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제가 만든 음식들을 먹어 보니 정말 맛이 다 비슷했어요.”
처음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곧 차이나타운에서 구입한 화학조미료가 원인임을 알아챘고, 그 뒤로 화학조미료 사용을 자제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천연’임을 강조하는 국내 식품회사들의 조미료도 여러 종류 사용해보았는데 맛에 차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 92년부터는 음식을 만들 때 시중에서 파는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난해 결혼한 그는 부인 김윤성씨(29)가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두통을 호소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해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고.

‘밥상 혁명’ 강조하는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우석훈씨는 매주 한 번씩 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인터넷 쇼핑몰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게 된 뒤로 소금 사용량도 크게 줄였어요. 그러고 나니 음식 맛은 조미료가 아닌 재료 고유의 맛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재료가 신선하고 맛이 있으면 음식이 맛있고,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으면 음식도 맛이 없고요.”
‘음식은 재료 맛’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 소믈리에(포도주 감별사)들이 절대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는 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그는 화학조미료가 미각을 둔화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화학조미료가 최근 몇 년 사이 주부들의 심각한 고민거리로 떠오른 아토피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3~4년 전부터 아토피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라면과 화학조미료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70년대에 태어나 그것들을 일상적으로 먹고 자란 세대들이 아이를 낳기 시작한 때와 얼추 맞아떨어진다는 것. 그는 70~80년대 자장면, 설렁탕 등 대부분의 대중음식에 화학조미료가 다량 사용된데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돼 먹어서는 안 될 음식들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었다며 씁쓸해했다.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아토피는 잘못된 식습관과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비자연적인 물질들이 누적된 결과임이 분명해요. 따라서 패스트푸드를 일상적으로 먹고 자란 80, 90년대생들이 아이를 낳을 때는 어떤 질병이 문제가 될지, 또 지금 아토피로 고생하는 2000년대생들이 낳은 아이들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이죠.”
‘밥상 혁명’ 강조하는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가정에서 요리를 도맡아하는 우석훈씨는 음식을 만들 때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한 ‘음식국부론’이란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화학조미료와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재료 고유의 맛을 즐길 줄 아는 입맛으로 돌리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이라고 말한다. 재료의 맛을 즐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선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로 관심이 유도되기 때문. 그는 가정에서 화학조미료 사용을 절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남편을 지목했다. 외식이 잦아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남편들이 집에서 밍밍한 맛을 견디지 못하고 “음식이 맛없다”며 타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가장이 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찾으면 아이들도 그런 음식을 먹고 자라게 된다”면서 “남편이 먼저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가정의 밥상에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협동조합 활성화로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해야
하지만 음식을 먹을 때 ‘이것은 좋으니까 먹어도 되고, 저것은 나쁘니까 절대 먹어선 안 된다’ 하는 식의 극단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식품 하나하나의 좋고 나쁨을 따지다 보면 음식 먹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 그 역시 때때로 패스트푸드나 냉동식품, 수입과일 등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주로 생활협동조합에서 장을 보는 그는 “국민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만큼은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생활협동조합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생활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도시민의 식탁이 안전해지고 농민은 친환경적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넓힐 수 있기 때문. 휴대전화를 비롯한 공산품이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잡기 위해 나날이 발전하는 것처럼 음식 역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는 소비자들이 음식에 대해 더욱 까다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염이 만연된 사회에서 나 혼자만 친환경 먹을거리를 먹는다고 안전을 보장받진 못한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이 화두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 영위되는 웰빙에는 한계가 있고, 한 사회의 미래는 그 사회가 만들어내는 음식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그는 밥상에서 화학조미료를 몰아내는 작은 실천과 함께 사회적으로 음식 문화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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