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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하루 1분만 투자하면 1등 아빠 될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5.06.01 10:59:00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이 없다”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아빠들이 많다. 광고대행사 대표에서 아이 양육 전문가로 변신한 권오진씨를 만나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권오진씨가 아들 기범이(오른쪽)와 조카를 품에 안고 장난치고 있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www.swdad. com)를 이끌고 있는 권오진씨(45)는 아빠와 아이들 사이엔 ‘49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네 살 될 무렵에는 아빠가 아이에게서 급격히 멀어지고, 아홉 살이 되면 아이가 아빠에게서 급격히 멀어진다는 것.
“처음에 아빠들은 갓 태어난 아이들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신기해하며 거의 이성을 잃죠. 하지만 안고, 업고 잘 놀아주던 아빠들도 아이가 네 살쯤 되면 자주 안아주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몸무게가 늘고 ‘아이와 한번 놀아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와 시간보내기를 꺼려해요. 네 살 된 자녀를 둘 정도의 아빠들은 직장에서 업무량이 많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아이가 아홉 살이 되면 입장이 바뀌어 아빠가 시간을 내더라도 아이가 아빠와 함께 노는 것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권오진씨는 “요즘은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이르면 초등학교 3, 4학년 때 사춘기를 겪기도 해 그전까지 무심했던 아빠가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려 해도 이미 늦다”며 “아이의 마음속에 아빠의 자리를 만드는 것도 적당한 때가 있다”고 충고한다.
중학교 1학년인 규리와 초등학교 3학년인 기범 남매를 둔 권씨가 ‘아이 양육 전문가’라는 생소한 타이틀을 갖게 된 건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며 가정에서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그해 어린이날 모처럼 규리와 기범이 친구들 16명과 그 아빠 16명을 이끌고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것이 우연히 매스컴을 탄 것. 그 후 여러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에 끼워달라는 요청을 해와 아예 ‘아빠와 추억 만들기’라는 답사 모임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3천여 명의 아빠와 자녀들이 경비행기 타기, 승마, 카누,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맨손으로 연어 잡기 등을 하며 추억을 쌓았다고 한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답사 모임을 운영하면서 권씨 역시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아이들과 좀 더 신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더 열심히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멀리 가지 않고도 손쉽게 아이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했는데 여기에는 아들 기범이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기범이는 ‘아빠와 추억 만들기’의 부단장이에요.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 제게 ‘이건 어때요?’ 하고 묻죠. 그러면 저와 기범이가 몸을 부대끼며 직접 해보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놀이가 꽤 돼요(웃음).”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면 아이들이 같이 놀기 싫다고 해요”
아들과 함께 개발한 놀이들을 모아 최근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놀이혁명’(웅진닷컴)이라는 책까지 펴낸 그는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고 귀띔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아이의 소질과 꿈도 발견하게 된다고. 프로기사의 꿈을 가진 기범이가 현재 바둑 2급이 된 것도 아빠 권씨의 훌륭한 길잡이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권오진씨의 아들 기범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종이 효자손으로 아빠를 안마해주고 있다.


“기범이가 바둑 10급 정도 됐을 때 컴퓨터 게임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어느 날 단둘이 외식을 하며 물었죠. ‘세상에서 둘도 없는 아들아, 아빠가 볼 때 너는 바둑을 좋아하는 것 같은 데 맞니?’ ‘게임도 좋아하는 것 같은 데 맞니?’ 하고요. 그랬더니 둘 다 ‘그렇다’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빠는 네가 커서 프로기사가 되든 프로게이머가 되든 다 좋지만 네가 바둑도, 게임도 모두 하겠다고 하면 프로기사나 게이머가 되긴 어렵다. 네가 더 좋아하는 것 한 가지만 선택해 열중해라. 그럼 아빠가 밀어주마’ 하고 말했죠.”
기범이는 한참 고민한 끝에 바둑만 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세 살 때부터 하루 2시간씩 그림을 그린 딸 규리는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어느 날 규리가 간단한 글이 쓰인 몇 장의 그림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일주일에 한 번씩 아빠와 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해주는 거예요’ 하더군요. ‘함께 장보러 가기’ ‘밤에 베개싸움하기’ ‘이불 펴주기’ 같은 것이었는데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 ‘행복쿠폰’이라고 이름 붙였죠.”
‘행복쿠폰’은 ‘…아빠의 놀이혁명’에 삽입되기도 했다. 규리가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아는 권씨는 자신이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한 학습지 칼럼에 규리가 일러스트를 그려넣도록 기회를 마련해 딸이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키워나가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권씨는 자녀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잘 놀아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놀이 자체에서 흥을 느끼기 때문에 함께 놀이를 하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는 것. 더군다나 아빠는 ‘놀이’에 있어서 아이들의 ‘선배’이자 ‘스승’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좋은 아빠는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아빠죠. 교감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전화로 할 수도 있고 간단한 놀이로도 가능하죠. 아빠들은 이미 준비된 놀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고 금세 1등 아빠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젊은 아빠들에게 “주말만은 쉬고 싶다”며 “다음에 놀아줄게”라는 말을 연발하지 말고, 딱 1분만 투자해 자녀와 함께 다음의 놀이들을 시도해보라고 권했다.
거실이나 방에서 할 수 있는 ‘1분 놀이’ 10가지
종이 공 축구(3~5세)
신문지 1~2장을 공 모양으로 구긴 후 테이프로 둘러싼다. 베개 두 개를 세워 골대를 만들고 아빠는 골키퍼, 아이는 키커가 되어본다. 아이가 차는 공의 70~80%는 성공할 수 있도록 간격을 둬야 아이가 더 재미있어한다. 집안에 다소 먼지가 날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진드기 놀이(3~5세)
사람의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를 본떠 만든 놀이. 아빠의 한쪽 발에 아이가 엉덩이를 올려놓고 앉아 양손으로 아빠의 다리를 꼭 붙잡는다. 그 상태로 아빠가 여기저기로 걸음을 옮기며 아이에게 “몇 미터쯤 가볼까” 하고 물어 거리 개념을 알려줄 수도 있다.
질질이 놀이(3~5세)
진드기 놀이의 변형된 형태. 아빠가 다리를 벌리고 서 있으면 자녀가 양발이나 양손으로 아빠의 한쪽 발목을 꽉 잡는다. 그 상태로 아빠가 아이를 집안 곳곳으로 끌고 다닌다. 아이가 양발로 아빠의 다리를 잡은 경우 아이는 누워서 양손을 머리 뒤로 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아빠가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동안 노래를 하게 해도 재미있다. 아이가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청진기 놀이(3~8세)
아빠가 방바닥에 눕는다. 배꼽이 보이게 옷을 걷어올리고 자녀가 아빠의 뱃속 소리를 듣게 한다. 아빠는 아이에게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천둥소리, 폭포소리, 꼬르륵 등 기기묘묘한 소리를 듣고 아이가 신기해할 것이다. 역할을 바꿔서도 해본다. 스킨십이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인체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다.
양손으로 지구 들기(6~11세)
아빠가 먼저 물구나무서기를 한 뒤 아이에게 시간을 재보도록 한다. 그 다음엔 아이가 물구나무서기를 할 수 있도록 잘 잡아준 뒤 아이 스스로 지구를 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구를 몇 번 들었나”하며 큰 소리로 숫자를 세어준다.
중계방송 놀이(5~11세)
아빠는 베개를 단단히 잡고 아이가 베개에 무차별 공격을 하도록 한다. 이 놀이는 “청 코너 세계 격투기 챔피언 ○○선수, 몸무게 ○○kg, 키 ○○cm…, 홍 코너 세계 격투기 도전자 베개선수 몸무게 ○○kg, 키 ○○cm…” 하는 선수 소개가 재미를 좌우한다. 1분씩 3회전으로 하며 아이는 손과 발, 머리로 베개를 공격할 수 있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지옥 탈출놀이(8~9세)
아빠의 가슴과 아이의 등이 맞닿게 앉은 후 아빠가 양팔로 아이를 안아 아이의 가슴에서 깍지를 낀다. 양 다리를 아이의 다리 위에 올려 아이가 꼼짝 못하게 한다. 준비가 다 되었으면 “시작”을 외치고 그 순간부터 아이는 아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 된다. 놀이는 아이가 아빠의 몸에서 탈출하면 끝이 나는데, 아빠가 힘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안전하고, 아이가 재미있어한다. 운동량이 많고 스킨십도 할 수 있다.


코모도 도마뱀놀이(6~11세)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도마뱀이 걸어가는 모습을 본 뜬 놀이. 아이가 엎드린 상태에서 아빠가 아이의 양발을 들고, 양손으로 기어가는 아이를 쫓아다닌다. 아빠는 도마뱀처럼 기어가는 아이에게 “우리 도마뱀 잘 다니네” 하며 칭찬을 해준다. 아이가 금세 지치기 때문에 아빠가 피곤할 때 하면 좋은 놀이다. 다리를 너무 높이 들면 아이의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바닥에서 약간만 들어올린다.
세계지도 찾기(6~11세)
세계지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놀이. 친구나 친척이 놀러 왔을 때 함께 하면 30분 이상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아빠가 심판을 맡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별로 돌아가며 나라와 수도 등을 찾아보게 한다. 놀이를 하며 지도 읽는 법, 지리와 사회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다.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 단장 권오진씨가 일러주는 ‘아이의 마음을 여는 1분 놀이’

참치캔 볼링대회(8세 이상)
참치캔과 가벼운 플라스틱병, 탁구공을 이용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놀이. 한 사람당 참치캔을 3개 정도 준비하고, 앉은 자리에서 1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유산균음료 등의 플라스틱 빈병을 세워놓고 그 위에 탁구공을 얹는다. 참치캔을 굴려 빈병을 맞추면 1점을 획득하는 것으로 3라운드를 진행한다. 빈병이 쓰러지면 모두 박수를 친다는 등 아이와 함께 나름의 규칙을 정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참치캔은 윗면과 아랫면 지름이 2mm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굴리면 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곡선으로 휘어져 굴러간다는 점을 감안해 목표물보다 왼쪽으로 20~30cm 떨어진 곳을 겨냥해 굴리면 유리하다.


여성동아 2005년 6월 4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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