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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lobal Village|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집 꾸밈

인테리어 업체 대표 이종구, 주부 이령이 말하는

■ 글·구미화 기자, 김이연‘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박해윤 기자 ■ 촬영협조·코즈니 테크노마트점, 꽃나라 ■ 샌프란시스코 사진 제공·이남형

2005. 05. 12

뉴욕에는 싱글이 많은 반면 샌프란시스코에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들이 많아 인테리어와 정원 가꾸기 등 집 꾸밈에 대한 관심이 높다. 10년 가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다온 인테리어 업체 대표 이종구씨와 샌프란시스코에서 2년간 머문 주부 이령씨를 만나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집 꾸밈 감각에 대해 들어보았다.

홈데코 회사 코즈니 대표 이종구씨가 말하는‘샌프란시스코 스타일 인테리어’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집 꾸밈

젊은 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홈데코 회사 코즈니 대표 이종구씨(35)는 코즈니 매장을 편하고 즐겁게 놀면서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은 버클리대학과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유학하며 10여 년을 보낸 샌프란시스코의 자유로운 분위기 영향이 크다.
“샌프란시스코는 60년대에 반전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히피 문화가 꽃피운 곳답게 소위 ‘주류 문화’보다 ‘비주류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독특한 곳이에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넘쳐나죠. 예를 들어 박사학위를 받은 거지가 길거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의하는 일도 있죠.”

유행보다 개성과 다양성 중시, 크고 작은 인테리어 소품점 많아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중국 일본 멕시코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이민 온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인테리어 역시 집집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다양한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예요. 한집에서 모로코산 의자, 필리핀산 바구니, 인도산 가구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브랜드나 가격에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개성 있게 집을 꾸민다고.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인 홈데코 회사 ‘이케아(IKEA)’가 유일하게 장사가 안되는 곳일 만큼 유행보다 개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는 크고 작은 인테리어 소품점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많다”며 이는 “그만큼 멋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플라워 아티스트 꿈꾸는 주부 이령씨가 말하는‘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정원 가꾸기’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집 꾸밈

이령씨는 공들여 정원을 가꾸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에게 매료돼 귀국 후 화훼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두 돌이 채 안된 딸을 키우고 있는 주부 이령씨(34)는 요즘 숙명여대 디자인대학원에서 화훼 디자인을 배우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그가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게 된 것은 2000년 6월부터 2년간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유학한 남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며 집 안팎에서 꽃을 가꾸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됐기 때문. 버클리대학 학생 아파트에서 생활하느라 직접 정원을 가꿀 기회가 없었던 그는 귀국 후 본격적으로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집집마다 크고 작은 정원이 있어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놓고 가꿔요. 매일 아침 스프링쿨러가 휘휘 돌며 정원에 물을 뿌리는 광경은 샌프란시스코에선 일상적인 모습이죠. 정원의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 중산층의 중요한 소일거리고요.”
연중 햇빛이 많고, 비가 겨울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샌프란시스코는 기후만 보면 정원을 가꾸기 곤란한 곳이지만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잘 돼 있어 집집마다 큰 불편 없이 정원을 가꾼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 엽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롬바드 꽃길 또한 경사진 롬바드 스트리트 양쪽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가꾼 정원 사이로 난 길을 가리키는 것. 정원 사이사이로 꼬불꼬불하게 나 있는 길을 내려오는 차량과 이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고 한다.

정원 가꾸는 법 꼼꼼히 일러주는 TV 채널 따로 있어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집 꾸밈

샌프란시스코 관광 명소 롬바드 꽃길은 샌프란시스코인들의 남다른 정원 가꾸기 실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령씨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사람들이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다 보니 TV에서도 씨앗 뿌리기, 묘목 고르기 등 정원 가꾸는 법을 꼼꼼하게 일러주는 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다. 가족과 함께 집 꾸미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가구 리폼 방법이나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가구 배치 요령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라고. 그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공들여 꽃꽂이를 하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색을 배합해 집안 곳곳에 화병을 두는 등 정원 가꾸기뿐 아니라 인테리어의 중요한 요소로 꽃을 활용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주택가에 꽃집이 많고, 가지를 끊어 파는 꽃은 동네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도시 분위기가 개방적이고 새로운 문화 수용에 적극적인 편이다. 이령씨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젠 스타일과 풍수가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면서 그와 관련된 인테리어 서적이 인기를 모으고, 이와 더불어 동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요가와 명상 센터도 속속 들어섰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 서점에 일본식 꽃꽂이 관련 책들이 수두룩한 반면 일본보다 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식 꽃꽂이에 대한 책은 소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는 이씨는 뒤늦게 큰맘 먹고 시작한 공부인 만큼 남보다 더 열심히 해 한국의 꽃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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