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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특별한 만남

무명시절의 아픔 딛고 ‘어머나’로 스타덤 오른 가수 장윤정 & 작곡가 윤명선

“우여곡절 끝에 임자 만난 ‘어머나’가 우리 두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과 행복을 안겨줬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레쇼(신사동)

2005. 05. 11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바쁜 두 사람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트로트 ‘어머나’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장윤정과 지난 연말 작곡상을 휩쓴 매니저 출신 작곡가 윤명선씨. ‘어머나’가 대박을 터뜨리기 전까지 오랜 무명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힘들었던 지난 세월과 ‘어머나’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무명시절의 아픔 딛고 ‘어머나’로 스타덤 오른 가수 장윤정 & 작곡가 윤명선

지난해 말부터 돌풍을 일으킨 트로트 ‘어머나’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이들이 있다. 바로 가수 장윤정(25)과 매니저 출신 작곡가 윤명선씨(38).
윤씨는 90년대 초부터 장동건, 김승현, 박진영 등의 매니저로 활동하다 99년 작곡가 겸 음반 제작자로 변신했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내지 못했는데 ‘어머나’가 대박을 터뜨려 지난해 말 각종 가요대상에서 작곡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장윤정 또한 지난 99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보내다 ‘어머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윤명선씨가 ‘어머나’를 만든 건 2년 전. 길을 가는데 바로 앞에서 한 여자가 넘어지며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런데 거의 동시에 아이를 안고 가던 아주머니가 아이의 몸부림에 놀라 ‘어머나’ 하고 외쳤다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놀라도, 기뻐도, 슬퍼도, 반가워도 ‘어머나’ 하더라고요. 가만 보니 그만큼 여성성이 강한 단어도 없더군요. 그때 문득 ‘어머나’를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노래가 ‘어머나’인데 작사, 작곡을 다 합쳐 30분도 안돼 완성했죠.”
장윤정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들었던 시절 덕분에 한층 강하고 성숙해져”
처음에 윤명선씨는 ‘어머나’를 부를 적임자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계은숙을 생각했는데 때마침 계은숙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후 그는 주현미를 비롯해 5∼6명의 트로트 가수에게 곡을 내밀었으나 “가사가 너무 가볍다”며 다들 주저했다고. 그러다 지난 2003년 8월 장윤정의 소속사 사장에게서 ‘어머나’로 음반을 내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장윤정과 첫 만남을 가졌다.
“오디션도 보지 않고 장윤정씨에게 곡을 줬어요. 굳이 노래를 들어보지 않아도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거든요.”
하지만 장윤정은 “처음에는 트로트 가수로 나서는 것도, ‘어머나’를 부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 처지가 워낙 급박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왠지 노래가 장난스러운 느낌이 들고 주변에서 돈이나 벌려고 트로트 가수로 나선다고 곱지 않게 볼까봐 망설여졌죠. 그때 ‘경쟁이 치열한 장르보다 경쟁이 없는 트로트 쪽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돼라’는 윤명선씨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어요.”
장윤정이 ‘어머나’의 인기를 실감한 것은 음반을 내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가을 대학축제 때부터라고 한다. 학생들이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은 물론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떴음’을 느꼈다는 그는 “뚝배기처럼 서서히 달궈져서 그런지 인기가 오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명선씨를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라면 한 봉지로 일주일을 버틸 만큼 힘들게 살고 있었어요.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나서 한 음반회사와 3년 전속 계약을 맺었는데 회사에 문제가 생겨 2년 동안 아무것도 못했거든요. 그 무렵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집안이 풍비박산됐고요. 그 바람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힘겹게 살았어요. 부모님은 경기도 오산에서 살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대학에서 축구선수로 뛰고 있던 남동생은 숙소에서 지내고, 저는 서울에서 자취하고요. 7평짜리 방 한 칸을 데울 가스비가 없어 겨울에 냉방에서 살았어요.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노래할 엄두도 나지 않았죠.”

무명시절의 아픔 딛고 ‘어머나’로 스타덤 오른 가수 장윤정 & 작곡가 윤명선

재능 있는 가수들에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열어주고 싶다는 윤명선씨와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장윤정.


힘든 시기를 겪고 나니 장윤정은 웬만큼 힘든 일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그때의 시련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덕분에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게 됐거든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재미있어요. ‘어머나’를 부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제 길을 찾아온 셈이에요. 초등학교 때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장기자랑에 나가면 항상 트로트를 불렀거든요(웃음).”
윤명선 “무명 작곡가라 설움도 많았지만 힘들 때마다 아내가 힘을 실어줘”
‘어머나’ 덕분에 무명의 설움에서 탈출한 장윤정처럼 윤명선씨 또한 인기가 높아졌다. 요즘 장윤정 같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를 키워보겠다는 음반 제작자들의 곡 청탁이 끊이지 않는 것. 비단 트로트 가수뿐 아니라 댄스나 발라드 가수들도 곡을 받고 싶어한다고.
“사실 그동안 무명이어서 알게 모르게 설움도 많았어요.”
지금까지 그가 만든 노래는 김현정의 ‘나보다 널’, 장나라의 ‘물망초’, 전진과 아버지 찰리박의 듀오곡 ‘아버지의 아버지’, 박진영의 ‘졸업’, 심수봉의 ‘진실 그 사랑’, 박상민의 ‘질주’, 드라마 ‘영웅시대’ 주제곡인 조영필의 ‘빛’ 등 50여 곡. 그중 ‘빛’과 ‘졸업’은 작사만 하고, 나머지는 그가 작사, 작곡을 다했다.
“‘어머나’가 뜨고 나서 저를 작곡가로 인정해주시는 분이 많아졌지만 사실 작사가로 인정받게 된 건 조용필씨의 ‘빛’ 덕분이에요. 조용필씨가 워낙 까다롭게 작업하시는 분이라 보는 앞에서 몇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노랫말을 완성했죠.”
가요계에 윤명선씨 같은 매니저 출신 작곡가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매니저에서 작곡가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사실 작곡은 대학 때부터 해왔어요. 원래 음악을 좋아해 음악서클 활동을 했거든요. 곡을 만들어 실력 있는 후배들을 많이 배출했어요. 집에서 6천만 원을 갖고 나와 음반을 만들기도 했는데 서태지 음악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원래 꿈은 음반 제작이었지만 그 발판을 다지기 위해 먼저 매니저로 나섰어요. 매니저를 하면서 음반 홍보뿐 아니라 제작 전반에 관해 배울 수 있었죠.”
매니저 시절 그의 별명은 건강음료 이름인 ‘경옥고’. 장동건의 로드매니저 생활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매니저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1년 내내 방송 관계자들에게 그 음료를 돌렸더니 나중에는 ‘윤명선’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의 얼굴을 보면 “경옥고” 하고 불렀다고 한다. 그는 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연예인으로 7년을 함께한 가수 박진영을 꼽았다.
“진영이는 아무리 작고 초라한 무대라 하더라도 기꺼이 올라가 땀을 흘리고 내려와요. 정말 멋진 가수이자 아티스트죠.”
박진영과 헤어진 뒤 그는 음반 제작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99년 연예기획사를 문 열고 작사, 작곡 활동을 병행하며 김사랑의 1집, 2집을 발매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들이 생겨나고 음반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런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동갑내기 아내였다고 한다.
“대학 때부터 11년 동안 사귀다 98년 결혼했는데 제가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옆에서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어요. 첫사랑이라 그런지 지금도 아내는 볼 때마다 새로워요(웃음).”

무명시절의 아픔 딛고 ‘어머나’로 스타덤 오른 가수 장윤정 & 작곡가 윤명선

주현미를 비롯해 여러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기를 주저했던 노래 ‘어머나’로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난 작곡가 윤명선과 가수 장윤정.


그가 “언젠가 아내를 위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장윤정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예전에는 남자다운 사람이 좋았는데 지금은 다정다감한 사람이 좋다”며 자신의 이상형을 밝혔다.
“아쉽게도 현재진행형의 사랑은 없어요. 저는 연애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누구를 사귀기가 무척 조심스러워요. 지금은 남자친구가 생겨도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을 것 같고요.”
장윤정은 요즘 방송 활동으로 바쁘지만 틈틈이 일본 진출과 2집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2집에도 윤명선씨의 곡이 들어갈 예정인데,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장윤정씨 노래 말고도 제가 키우고 있는 가수 김사랑의 3집을 비롯해 써야 할 곡들이 산적해 있다 보니 마무리를 못했어요. 또 다른 가수들보다 장윤정씨의 노래는 왠지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고요(웃음).”
두 사람이 또다시 의기투합해 만드는 장윤정의 2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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