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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영어 동화책 활용 노하우’

고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어린이 영어 전문서점 운영하는 세 아이 엄마

■ 기획·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5.05.02 16:23:00

많은 부모들이 좋다고 소문난 교육법을 좇아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부터 영어 공부를 시키지만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고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세 아이를 키우는 김은희씨가 연령대별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어 동화책을 활용한 영어교육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김은희의 ‘영어 동화책 활용 노하우’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 너무 일찍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서너 살쯤에는 부모가 이끄는 대로 잘 따라하지만 5,6세가 되어 자기의 주관이 뚜렷해지면 영어 배우는 것을 힘들어하고, 심지어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죠.”
고등학교에서 1년6개월간 영어를 가르치다가 결혼 후 유학을 떠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건너가 머물다 돌아온 김은희씨(37). 현재 일산에서 어린이 영어 전문 서점을 운영하며 어머니 교실을 열어 영어교육법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선 듣기·읽기·쓰기·말하기 등 언어의 4가지 영역을 연령대별로 체계적으로 익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때 영어 동화책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언어로서의 영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창의력과 사고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동화책은 부모가 직접 읽어주는 것이 좋으며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0~3세 때는 단순한 구조의 책이, 4~5세 때는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에 담고 있는 책이 좋아요. 6~7세부터는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의 성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하고, 8세 이후에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있는 책을 보여주는 것이 좋고요.”
두 번째로 영어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휘력과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주인공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작가가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는 것. 이렇게 하면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영어교육은 단어를 외우고 영어로 빨리 이야기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이나 문학의 재미를 알려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면 영어 실력은 덤으로 얻을 수 있거든요.”
세 번째 단계는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어땠는지를 말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글쓰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김은희의 ‘영어 동화책 활용 노하우’

그는 영어를 가르칠 때 자신의 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 조급해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린 아기가 우리 말을 익힐 때도 2년여 동안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것처럼 영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가 이와 같은 단계적인 영어 습득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에 머물 당시 국제학교 내에 있는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큰딸 혜림이(13)가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선생님과의 상담 후 직접 보조교사로 일하며 아이를 돌보았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졌는데, 그는 그 과정에서 우리의 주입식 교육과 전혀 다른 교육 방식에 주목했다. 많이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 책 읽기를 강조하는 교육 방식 때문인지 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는 이때의 경험으로 교육은 아이들의 인지 발달 과정에 맞게 천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97년 한국에 돌아와서도 학습지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내는 대신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김은희의 ‘영어 동화책 활용 노하우’

김은희씨는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으면 문법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고 말한다.


첫째 혜림이는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영어 표현력이 뛰어나고 영어 책을 읽고 난 후 영어로 독후감을 쓸 정도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문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해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반면 둘째 민경이(9)는 언니와 달리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책 읽기는 습관”이라는 엄마의 고집에 따라 하루 한 권의 책은 반드시 읽고 있다고 한다.
“다른 일은 몰라도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빼먹으면 저에게 엄청 혼나죠(웃음). 책 읽기도 밥 먹고, 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껴야 해요. 지금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자라서는 더 힘들거든요.”
막내아들 상우(6)도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고 있다고 한다. 언어는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은희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말과 영어를 함께 습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국어의 구조를 완전히 익힌 다음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하려는 습관이 생겨 영어를 익히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국에 돌아와 영어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02년 8월 경기도 일산에 어린이 영어 전문서점을 문 열고 학부모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영어교육과 관련한 모든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영어교육 경험을 전파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0~8세 어린이를 위한 조기 영어교육 지침서 ‘3살 때 망친 영어 평생을 괴롭힌다’를 펴내기도 했다.

여성동아 2005년 5월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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