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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이영애

“놀랄 만큼 섬뜩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 보여드릴 거예요”

■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5.02 11:21:00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이영애가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손잡고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촬영에 한창인 그를 경기도 파주의 촬영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이영애

현명하고 당찬 장금이 이영애(34)가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다.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13년간 복수의 칼날을 가는 아름다운 죄수 ‘금자’로 변신하는 것.
지난 3월 말 경기도 파주의 영화 촬영 현장에는 일본, 홍콩, 대만에서 온 취재진 1백여 명 등 2백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어 이영애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으로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영애는 주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박찬욱 감독과 연기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이날 촬영 장면은 막 출감한 금자가 촛불 앞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 하얀 드레스를 입은 천사 같은 외모의 이영애가 지옥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벽지를 등지고 촛불을 응시한 채 복수를 결의하는 모습은 섬뜩함과 더불어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천사 같은 외모의 ‘마녀’ 이금자,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 매력에 흠뻑 빠져
시놉시스에 묘사된 금자의 특징은 누구나 한눈에 반할 법한 미모와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유아 살인범.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13년 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해 ‘친절한 금자씨’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출소와 동시에 오랜 시간 꾹꾹 눌러 담아온 복수의 열정을 모아 응징 대상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그의 피할 수 없는 복수망에 걸리는 이는 백 선생(최민식). 하지만 왜 금자가 백 선생을 상대로 잔인한 복수극을 펼치는지는 아직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이다. 이 때문에 이영애의 복수가 전편의 송강호, 최민식처럼 처절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감행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촬영에 앞서 “이 영화에서는 1m 이내에서 쏘아야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제 권총이 복수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며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무기여야만 관객에게 공포감을 유발시킬 수 있고,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진정한 폭력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점도 이영애가 연기할 폭력의 수위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
하지만 이영애는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복수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이전의 복수 시리즈와 비교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다소 적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액션 연기와 강한 장면을 촬영한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예상보다 더 힘이 들었죠”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 영화에서 폭력은 박 감독의 전작에서와 같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시각적 묘사를 자제해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폭발적인 복수 그 자체가 아니라 금자씨의 내면”이라고 말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이영애

‘2005년 가장 궁금한 것이 금자씨의 마음’이라는 이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는 철저히 이중적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원래 내정됐던 제목 ‘마녀 이금자’와 지금의 제목 사이에서 느껴지는 명백한 차이에서 알 수 있듯, 금자는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 주인공 이영애는 금자의 이 두 가지 면을 모두 표현하며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야 한다.
“금자는 한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한 인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어요. 박 감독님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워낙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여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며 노력했죠. 이제 90% 정도 촬영이 진행됐는데, 이 작품을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만족해요.”
특히 이영애는 박찬욱 감독에 대해 “박식하고, 배우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모습을 탁월하게 끌어내 주저되는 연기까지도 거침없이 하게 된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표현했다.
사실 이영애는 지적이고 냉철한 수사관(공동경비구역 JSA), 이기적이지만 매력적인 이혼녀(봄날은 간다), 현명하고 명랑한 의녀(대장금)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 연기 변신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박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서 ‘나도 저런 영화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고, 새롭고 독특한 저예산 독립 영화에 출연할 뜻도 갖고 있었다고. 그러다 지난해 봄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장에서 박 감독을 만나, 마침 이영애를 염두에 두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복수 영화를 구상 중이던 그와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자신의 모습 발견하는 값진 경험
박 감독은 이에 대해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을 때만 해도 이영애씨에 대해 잘 몰랐는데,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고 완전히 매료됐다”며 “‘복수는 나의 것’처럼 이영애씨가 혐오할 것 같은 영화도 몹시 재미있게 봤다고 하기에 자신을 얻고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처음부터 이영애씨를 위해 기획되고 쓰인 영화”라고 말했다.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작품 전체를 이끌어갈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장면에 그가 등장하며, 그의 역할이 너무 크기 때문에 복수의 대상인 최민식(백 선생 역)조차 철저한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 박 감독이 이영애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이영애씨는 평소 조용하고 얌전해서 말도 소곤소곤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섬뜩한 모습, 또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이영애라면 이렇게 하겠지’ ‘이영애라면 이런 표정을 지을 거야’ 하는 선입관을 모두 깨뜨리는, 감독을 놀라게 하는 배우죠. 연기도 잘하지만, 그런 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더 칭찬하고 싶어요”라며 이영애를 극찬했다.
그럼 ‘평소 얌전한’ 이영애는 복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영화와 같은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고, 나는 아마 금자처럼 복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영화 속의 금자처럼 극단적인 복수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금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복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의 끝 부분이 결국 제가 생각하는 것과 같거든요. 아마 모든 분들에게 많은 여운을 남길 만한 결말이 될 거예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이영애

이영애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앞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촬영한 바 있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힘들었던 장면을 말해달라고 청하자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며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장면장면마다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고, 모든 게 값진 경험이어서 어느 것 하나만을 꼽기 어렵다는 것.
그는 대선배 최민식과의 촬영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는데 선배님이 먼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줘서 부담 없이 즐겁게 찍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최민식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을 앞두고 주저하자 최민식이 먼저 “네 가녀린 팔로 아무리 세게 때린들 아프겠냐. 하나도 안 아프니 마음 놓고 치라”고 얘기하는 등 편안하게 이끌어주었다고. 하지만 최민식은 따로 박 감독을 찾아가 “죽겠으니 (이 장면을) 빨리 끝내달라. 보기보다 손이 맵다”고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이영애는 인터뷰 내내 영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화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친절한 금자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품을 소개해달라는 말에도 “‘친절한 금자씨’는 배우 이영애에게도, 그리고 한국 영화계에도 특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켜봐달라”며 환히 웃었다.
박찬욱 감독도 “이 영화는 이영애라는 배우에게 집중해 그가 갖고 있는 내면의 여러 복잡한 풍경을 끝까지 파고들어가 보려 한 작품”이라며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여성동아 2005년 5월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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