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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주장한 김정아씨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5.02 10:28:00

30대 여성이 방송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은 김씨의 인터뷰와 함께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승현 게이트가 DJ의 사생활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교동 측은 사실과 다른 명예훼손이라는 입장. DJ의 딸이라는 김정아씨의 충격 주장을 들어보았다.
방송에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주장한 김정아씨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이 지난 4월19일 방영한 ‘나는 DJ의 딸입니다’에서 DJ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아씨(가명, 35)의 사연을 소개한 것.
‘뉴스추적’팀 김명진 기자에 따르면 그가 김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00년과 2001년, 2년 동안 재수사까지 벌이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 사건을 취재하면서였다고 한다. 진승현 게이트는 30대 초반의 벤처기업가인 진승현씨가 99년부터 2000년까지 약 2천억원을 불법 대출 받고, 주가를 조작한 사건. 그런데 이 사건과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은 국정원 직원과 진씨에 대해 국정원 고위간부들이 발 벗고 구명운동에 나선 사실이 밝혀지면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사건을 취재하며 의문을 갖고 있던 김 기자는 지난 3월 진씨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이유를 취재하다 한 성직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진승현 게이트는 DJ의 숨겨진 딸과 그 어머니의 입막음을 위해 벌어진 일이었으며, 당시 국정원 간부 2명이 뇌물로 받았다고 발표된 3억5천만원이 바로 여기에 쓰였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뉴스추적’팀은 한 달여 동안 취재한 끝에 DJ의 숨겨진 딸 김정아씨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의 이모인 대학교수 김씨와 관계자들로부터 ‘믿을 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방송에서 “동생이 딸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증을 앓아오다 2000년 6월경 자살했다”며 “동생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DJ라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죽기 직전 소원이 외할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는 딸을 DJ 호적에 올리는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그러나 “가족들에게조차 구체적인 사실을 숨겨 DJ와 어떻게 만났는지 내막은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아씨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어머니가 60년대 말 한정식 집에서 일하면서 DJ와 알게 돼 1, 2년 연애하다 나를 낳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어머니 김선애씨(가명)가 일했다는 곳은 정치인과 재계 거물들이 주로 출입하던 고급 한정식집인데 당시 신민당 국회의원이던 DJ도 이곳을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아씨는 또한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출생으로 인해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어려서부터 주눅이 들어 자폐증에 걸린 것처럼 소극적으로 살았고, 학교 다닐 때는 낯선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막 찍어가기도 해 대인기피증을 앓았다는 것.
“어려서는 정말 거지처럼 살았어요. 여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가 저에게 그곳(동교동)에 가서 생활비를 받아오게 했어요.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혼자 버스를 타고 갔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곳에서 ‘다시는 오지 말라’는 소릴 들을 때면 정말 창피했어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악착같이 석 달이나 넉 달에 한 번씩 저를 보냈어요.”
그는 86년엔 서교성당을 찾아가 DJ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사를 볼 때 옆자리에 앉아 어머니가 쓴 쪽지를 건네주었다고. 그 후 2차례 정도 더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한동안은 정대철 전 의원의 부모님(정일형·이태영 부부)이 생활을 도와주셨어요. 이태영 여사가 한밤중에 우리 집에 찾아와 어머니와 자고 가기도 했고요. 88년경부터는 DJ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생활비를 주다가 나중엔 김홍일 의원 소개로 조풍언씨(김대중의 측근인 무기중개상)가 생활비를 보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씨는 증거로 ‘뉴스추적’팀에게 은행 통장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엔 조풍언씨 부인 명의로 4백만원씩 정기적으로 입금된 내역이 찍혀 있었다. 그는 김홍일 의원과 조풍언씨가 1년에 한 번 정도씩 와서 모녀가 사는 모습을 보고 돌아갔다고 했다.

방송에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 주장한 김정아씨

김정아씨의 모습(위)과 그가 증거로 보여준 통장 내역. 숨겨진 딸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곤욕을 치른 김대중 전 대통령.


“한옥에 살다가 88년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그때 김홍일 의원이 큰 도움을 줬어요. 아파트 값 8천만원 중에서 3천만원을 보태줬거든요. 99년엔 조풍언씨가 어머니에게 저를 DJ 호적에 올리지 않겠다고 하는 조건으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주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자살했고, 나도 자폐아처럼 살아왔다”
‘뉴스추적’은 진승현 게이트가 터지게 된 원인에 대해 김씨 모녀를 돌보던 조풍언씨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김씨의 어머니김선애씨(가명)가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내 딸이 DJ의 딸이다. 아파트를 재개발하게 해주고 돈이 될만한 땅을 봐주겠다”고 말하고 다닌 것. 이로 인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국정원에서 입막음을 하기 위해 진씨의 돈을 끌어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선애씨가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인 2000년 6월경 자신의 아파트 목욕탕에서 자살을 했다. 김씨에 따르면 특별한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한밤중에 난리를 친 후 갑자기 자살을 했다고 한다. 자살하기 얼마 전부터 어린 딸에게 생활비를 받아오게 한 걸 자책하는 말을 하는 등 우울증이 심했다고.
김명진 기자에 따르면 김정아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후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살한 이후 외부와 교류를 끊은 채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친가는 물론 외가와도 연락을 안 하고 있다는 것.
그럼 지금 김씨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재산으로 아파트 2채가 있는데 시세가 15억원 정도라고 한다. 또한 김씨가 공개한 통장에 ‘로얄 VIP’라고 찍혀 있는데,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로얄VIP가 되려면 예금액이 적어도 2억9천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하니 상당액의 금액을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추적’팀은 진승현에게 국정원 간부 2명이 뇌물로 받았다는 돈 3억5천만원 중 일부가 여기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홍일 의원은 ‘뉴스추적’팀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대철 전 의원도 취재진의 면회 요청을 거절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조풍언씨는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를 아는지, 도와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 된 지 20년이 됐고 이런저런 소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다”고만 말하면서 김씨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정아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라도 자신이 DJ의 친자식임을 입증하고 싶다고 했다.
‘뉴스추적’이 방송된 후 언론과 세간의 눈과 귀는 동교동으로 쏠렸다. 이에 대해 침묵하던 동교동 측은 다음날인 4월20일 DJ의 측근인 최경환 비서관의 입을 통해 “왜 이제 와서 이런 주장이 나오고 보도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최 비서관은 “퇴임 후에도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애쓰는 분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말은 ‘뉴스추적’ 내용이 전체적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으로 숨겨진 딸이라는 김정아씨의 주장을 사실상 부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동아 2005년 5월 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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