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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고입·대입 검정고시 연이어 합격한 탈옥수 신창원 뜻밖의 절규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5.04.11 14:22:00

지난해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한 후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취득시험을 준비 중이던 신창원이 지난해 말 청송교도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이감되었다. 그런데 현재 공부는커녕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다.
독학으로 고입·대입 검정고시 연이어 합격한 탈옥수 신창원 뜻밖의 절규

‘탈옥수’ 신창원의 친누나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생이 청송교도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이감되었는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었다. 강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신창원은 90년대 후반 부산교도소를 탈출한 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2년 6개월 동안 신출귀몰한 도피생활을 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인물. 99년 검거된 후 청송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그는 2년여 전부터 공부를 시작해 지난해 고입, 대입검정고시에 연이어 합격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청송교도소에서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신창원은 무척 밝은 모습이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당시 그는 대학에 꼭 진학해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재소자의 몸이라 일반 대학은 물론 방송통신대학 진학도 불가능하다면 독학으로 공부해서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제도인 독학사 시험이라도 통과해 꿈을 이루겠다고싶다며 독학학위 취득시험을 준비하는 재소자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는 시설이 있는 교도소로 이감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0일, 청송교도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이감이 된 것. 당시 그는 친누나에게 “내 생애에서 가장 큰 성탄절 선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월7일, 신창원을 만나기 위해 그의 친누나와 함께 대전교도소를 찾았지만 친누나에게만 면회가 허락되었다. 그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친누나의 증언과 신창원이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탄원서 등을 통해 그의 근황과 요구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창원은 현재 독방에 갇혀 있다. 활동 부족으로 퇴행성 척추질환을 앓고 있고, 십이지장 궤양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소화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고 한다.
더구나 그가 있는 사동은 지난해 재소자가 교도관을 살해한 곳으로 지금은 텅 비어 있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는 그를 포함해 단 3명뿐. 한 명은 지난해 교도관을 살해한 장본인이고, 다른 한 명 역시 올해 초 돌로 다른 재소자의 머리를 찍어 재판 중에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수차례 정신병동을 들락거렸을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한 상태라고 한다.
‘사형수들도 정신적 안정을 위해 일반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왜 제가 이런 독방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청송교도소에서 독방생활로 인해 제가 힘든 고통을 겪었다는 걸 이곳 관계자들도 알 텐데 말입니다.’
그는 청송교도소에서도 독방생활로 인해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등 정신적 고통이 심했는데 그 악몽을 지금 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독방에 갇혀 숨쉬기도 곤란할 만큼 가슴이 답답한 상태입니다. 잠이 들면 천장이 내려앉거나 벽이 좁아져서 몸을 짓누르고, 방 안에 머리가 반쯤 깨진 사람이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꿈을 꾸고, 또 화장실과 배식구로 뱀들이 기어나와 저를 칭칭 감거나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에게 쫓기다 칼에 찔리는 꿈을 꿉니다. 현실과 꿈을 분간할 수 없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머리에 안 들어와서 요즘은 성경도 한 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는 아직은 견디고 있지만 언제 정신을 놓아버릴지 모를 정도로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가 청송교도소에서 정신적 고통이 치유된 것도 독방에서 나와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부터였다.
‘제 소원은 사람들과 함께 설거지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며 어울리는 것입니다. 청송에서도 2년 반 동안 그렇게 살았지만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데 왜 지금 이곳에서 다시 독방생활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그렇다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너무 답답합니다.’
그것만이 아니다. 교도소에서는 대부분 재소자들에게 종교인과 결연을 맺어준다. 마음의 안정을 얻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는 아직까지 종교인들을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운동시간뿐. 그 외엔 독방에서 외로움에 떨어야 한다.

독학으로 고입·대입 검정고시 연이어 합격한 탈옥수 신창원 뜻밖의 절규

신창원은 현재 대전교도소 독방에 갇혀 있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교도소 모습.


더욱이 그는 공부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독학학위 취득시험 준비반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는 커녕 3월20일 실시된 학사고시 1단계 시험 응시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 단계별 시험은 1년에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현재 독방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시험 응시기회 박탈로 인해 공부를 중단한 상태다.
‘교도소란 곳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며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어야 하지 않나요? 한번 새롭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게 잘못입니까?’
지난해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앞으로 최소한 15년 이상을 살아야 할 교도소 안에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작은 꿈을 키우고 있다”며 “그 희망이 있었기에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했다.
“제 꿈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모든 초점을 담 안 생활에 맞췄어요. 동료 재소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죠. 혼자 힘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없는 재소자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현재 재소자들의 수감생활을 보면 병만 더욱 깊어질 뿐이에요. 처음엔 절도로 들어왔다가 강도로, 흉악범으로 다시 들어오는 게 현실이죠. 그런 게 너무 안타까워요. 그들을 상담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하지만 독방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현재 그 꿈은 요원하게 느껴질 뿐이다.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이 더 절박해 보였다. 그는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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