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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웃음 선사하는 ‘귀여운’ 회장님 김성원·안상희 부부

“실제로는 다정다감한 애처가, 요즘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 자주해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윤원‘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5.04.11 13:51:00

드라마 ‘파리의 연인’ ‘완전한 사랑’에서 엄하고 매몰찬 회장님 역을 맡았던 원로배우 김성원이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의외의’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연기생활 50년 만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그에게 60여 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동갑내기 아내와의 사랑, 실제 가정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웃음 선사하는 ‘귀여운’ 회장님 김성원·안상희 부부

지난 2월 말 첫 방영을 시작한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의외의 코믹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원로배우 김성원(68). 연기생활 50년 만에 처음 코믹 연기에 도전한 그는 극중에서 고집스럽고 엉뚱한 맘보제과 회장으로 등장한다.
지난 3월 초 아내 안상희씨(68)와 함께 만난 그는 TV에서 비쳐지는 근엄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었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1시간 넘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 자랑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는 그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나 ‘완전한 사랑’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제 자신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1961년에 결혼해 44년을 함께해온 동갑내기 아내 안상희씨 역시 그를 두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애정표현도 많이 하는 애처가, 자상한 아버지”라고 설명했다.
극중 아내 김수미와 티격태격하며 포복절도할 웃음을 자아내는 그는 처음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 스타일과 너무 달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코믹 연기의 감을 잡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며 대본 연습을 했는데 “대본을 다 외워도 즉석에서 연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아직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코미디는 즉석 연기를 필요로 하는데 난 아직 그게 잘 안 돼요. 반면에 파트너 김수미씨는 애드리브 여왕이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대사를 하는 바람에 서로 웃음이 터져 NG 낸 적도 많아요. 아마 시청자들도 그런 자연스러움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는 전날 “뛰어! 이 자식아!” 하고 소리 지르는 장면을 6번이나 촬영하다가 목이 잠기고 몸살이 났다고 한다. 성에 차지 않으면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원하는 장면을 얻어낸다고.
“남편은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주의자예요.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적당히 하고 여유를 부리면 좋을 텐데, 야외 촬영이 있는 날에는 으레 감기에 걸려오니 걱정이 좀 되죠. 그런 고집스러운 면들이 TV 속에서도 고스란히 비쳐지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점찍은 아내와 연애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웃음 선사하는 ‘귀여운’ 회장님 김성원·안상희 부부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연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해군사관학교나 해양대학교 진학을 희망하며 마도로스의 꿈을 키웠다고. 그러나 시험에서 낙방해 고향인 원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오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재수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고등학교 때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고등학교 졸업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던 연극 ‘사육신’이 서울 경연대회 출전작으로 뽑혔다면서 그때 맡았던 세조 역을 다시 맡아달라는 거였죠. 결국 경연대회 무대에 섰는데 호평을 받았고 그 작품을 계기로 서라벌 예술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특채로 입학할 수 있었어요. 아마 처음부터 연기자가 될 팔자였나 봐요.”
1957년 서라벌 예술대학 재학 당시 CBS 성우 2기로 시작해 연기력을 쌓은 그는 1968년 KBS의 전신인 동양방송의 전속 탤런트가 됐다. 이후 드라마 ‘여보 정선달’ ‘한중록’ ‘포도대장’ 등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들이 연속 히트를 하면서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혀 나갔다.
그는 연기자로서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든든한 아내가 항상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동네에서 나고 자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함께 다닌 두 사람은 철모르는 중학생 시절부터 연애를 했을 만큼 조숙했다고 한다.

SBS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웃음 선사하는 ‘귀여운’ 회장님 김성원·안상희 부부

김성원·안상희 부부는 중학교 때부터 연애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워 10년 열애 끝에 결혼해 45년째 해로하고 있다.


“당시 아내는 원주 시내에서 꽤 알아주는 미인이었어요. 그래서 일찌감치 점찍어뒀지. 러브레터를 주고받으며 연애를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였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한테 좋아한다는 소문을 내면서 사전작업을 해뒀어요(웃음).”
“남편은 고교시절에 꽤 멋쟁이였어요. 학생주임 선생님의 눈을 피해 영화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남자 주인공 흉내도 무척 잘 냈죠. 공부도 안 하는 사람이 만년필은 꼭 세 개를 가슴에 꽂고 다녔어요(웃음).”
그러나 오랜 시간 키워온 사랑에도 한차례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안상희씨가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부모님이 소위 잘나간다는 한 남자와 안씨의 혼인을 추진했던 것. 사랑 없는 결혼은 결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안씨는 고민 끝에 구체적인 혼담이 오가기 직전 김성원의 품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61년 드디어 결혼을 했고 현재 아들 재영씨와 재준씨, 그리고 딸 재희씨와 함께 4명의 손주들을 두고 45년째 해로하고 있다.
그들의 사연은 얼마 전 SBS 아침토크쇼 ‘김승현·정은아의 좋은 아침’에도 소개되었다. 부부가 오랜만에 고향인 강원도 원주 시골마을을 찾아 유년시절을 함께했던 초등학교와 설레는 가슴으로 매일 서로 마주쳤던 버스정류장, 고등학교 시절 첫 키스를 나눴던 선교사의 집 등을 돌아보며 지난 60여 년의 추억을 더듬었다.
아내의 정성스런 관리로 당뇨병 극복
그는 배우로 이름을 알리며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30대 중반의 나이에 당뇨병이 찾아왔다고 한다. 후배가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진을 받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진단을 받은 것. 특히 당뇨병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병이라는 점에서 그는 더욱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연예인 축구·야구·볼링팀 단장을 맡을 만큼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제때 식사를 못하고, 폭음과 폭식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하지만 담당의사는 아내를 따로 불러 “겁내지 마라, 관리만 철저하게 해주면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안심시켰고 그때부터 두 사람은 ‘당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남편은 키 175cm에 몸무게가 89kg, 허리 사이즈도 37∼38인치나 됐어요. 한끼 식사로 볶음밥과 울면, 군만두 1인분은 기본이고 앉은 자리에서 삼겹살 10인분까지도 먹어치울 정도였죠. 게다가 술까지 좋아했으니 말 다했죠. 그러던 사람이 음식을 조절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당뇨 치료를 위해 아내 안씨는 당뇨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만들어주고 율무, 보리, 현미, 수수, 기장 등 8가지 잡곡을 섞어 지은 밥에 달걀흰자 옷을 입혀 부친 주먹밥을 날마다 60∼70개씩 준비해주는 등 갖은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으면 안 되기에 하루 식사를 7~8끼로 나눠서 했다고.
그는 식이요법과 걷기 위주의 운동을 꾸준히 하고, 금주와 금연을 해온 덕분에 현재는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에 요즘도 지방 촬영을 갈 때면 혈당 조절을 위해 사탕이나 초콜릿을 꼭 챙긴다고.
당뇨병 진단 후 30년 넘게 꾸준히 몸 관리를 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을 위해 평생 애써준 아내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다며 빙그레 웃었다. 또한 요즘 들어서는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고 있으며 아내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속삭인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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