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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화제의 주인공

초등학교 졸업 후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대학 합격한 사형제

“책값과 용돈 스스로 벌면서 공부, 어려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생겼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4.11 11:49:00

초등학교만 마치고 검정고시를 거쳐 4년 연속 같은 대학에 입학한 4형제가 있어 화제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 형제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책값과 용돈도 스스로 벌었다.
영수·영속·영행·영종 4형제와 이들을 강하고 독립적으로 키운 부모를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 후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대학 합격한 사형제

일찍 철이 든 네 아들이 고맙고 기특하다는 어머니 김명선씨 (오른쪽)와 영수· 영속·영행·영종 형제(왼쪽부터).


초등학교만 졸업한 4형제가 독학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4년 연속 최연소로 순천대에 입학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 여수에 사는 이영수(18), 이영속(17), 이영행(16), 이영종(15) 형제가 주인공으로 그들은 각각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중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이듬해 고졸 검정고시에도 합격, 초등학교 졸업 2년 만에 대학에 들어갔다. 첫째 영수군은 2002년 법학과에, 둘째 영속군은 2003년 원예학과에, 셋째 영행군은 지난해 생물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초 막내 영종군이 동물자원학과 신입생이 됐다.
전남 여수 신풍리의 오래된 작은 교회, 그 옆에 마련된 사택에서 만난 4형제는 대학생이라기보다는 풋풋한 10대 사춘기 소년의 인상이 강했다. 먼저 막내 영종군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자 “형들을 따라한 것뿐”이라며 수줍어하면서도 “그동안 혼자 집에 있으려니 외로웠는데, 이젠 형들과 함께 학교 다닐 생각에 설렌다”며 얼굴 가득 기쁨을 드러냈다.
4형제가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한 것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다. 예수교장로회 총공회 소속의 목사인 아버지 이공회씨(48)가 월 생활비를 1백만원 이하로 한다는 교회의 ‘최소 경제의 원칙’에 따라 월급을 90만원 정도 받기 때문. 아버지 이씨는 “아이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어른이 될 때까지 뒷바라지해주고 싶지만 90만원으로 연년생인 4형제를 가르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일찌감치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야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가정 형편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밥은 먹여주겠지만 그 나머지 모든 것은 너희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엔 중학교 전 과정 50만 원, 고등학교 전 과정 1백만원 해서 총 1백50만원을 지원해줬을 뿐 더 이상은 아무런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았어요. 세뇌를 당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생각보다 쉽게 현실을 받아들였어요. 아무리 털어봐야 집에서는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았던 거죠.”
이들 형제가 모두 순천대에 진학한 것도 국립대학이라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집에서 통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영수군은 올해 연세대 법학과 편입시험에 합격했지만 가정 형편을 생각해 포기했다고 한다.
교육방송과 인터넷 강의로 검정고시 준비
다른 아이들처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닐 수 없는 것도 불만이었을 듯한데 4형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보고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부모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고, 어려울 때 조언을 해줬을 뿐 모든 선택과 결정은 형제들이 스스로 했다고 한다. 첫째 영수군은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생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열심히 산 것 같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목공소에서 일하고, 영속이는 냉·난방 배관공 보조 일을, 그리고 막내 영종이는 워드 아르바이트와 번역 보조 일을 했어요. 영행이만 예외였죠. 영행이는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며 틈틈이 공사장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정도였거든요. 공부는 마을에 있는 ‘아동 공부방’이나 ‘야학 공부방’에서 자습을 하고,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좌를 듣고, 서로 모르는 걸 가르쳐주고 배우는 방식으로 했고요.”

초등학교 졸업 후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대학 합격한 사형제

형제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학비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형제 중 유일하게 성적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영속군은 대신 은행에 몇백만 원을 저금해 형제 중 최고 부자이며, 대학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해 순천직업전문학교 설비 과정에 다니면서 냉·난방 설비 보조기사 자격증도 땄다고 한다.
번역 보조 일을 해 학비를 버는 막내 영종군은 지난 2월에 치른 토플에서 5백50점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영종군은 형제 중 유일하게 영어학원에 다니는 ‘사치’를 누리기도 했다고.
“영어 회화를 배우기 위해 재작년 8월부터 다섯 달 동안 시내에 있는 영어학원에 다녔어요. 학원비는 제 돈으로 댔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금은 공부방에서 무료로 영어 회화를 배우고 있어요.”
영종군은 다 해진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한 달 수강료가 10만원인 영어학원에 다니고, 한 번에 20만원 가까이 드는 토플을 7번이나 보면서도 운동화는 선뜻 살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머니 김명선씨(43)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찌감치 철이 들어버린 아들들을 지켜보는 것이 흐뭇하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잖아요. 미래를 위해 투자는 하되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아끼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죠.”
하지만 어린 자식들을 일터로 내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썩 좋을 수만은 없다. 더욱이 첫째 영수군은 2001년, 목공소에서 일을 하다 왼손 중지와 약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접합수술이 잘돼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 문제가 없지만 어머니 김씨는 아들의 손에 뚜렷하게 남은 흉터를 볼 때마다 자신의 마음에도 상처가 생긴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영수는 공부를 하라고 해야 하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공부에는 뜻이 없는 줄 알았죠. 그런데 손가락 접합수술을 하고 나서 서너 달 일을 쉬는 동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책을 보는 눈빛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죠. 일을 해보니까 공부가 가장 쉽다는 걸 알게 됐나 봐요.”
초등학교 졸업 후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대학 합격한 사형제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막내 영종군은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집안 형편을 알고 있다고 해도 초등학교까지만 보내준 부모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형제는 하나같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둘째 영속군은 “다른 친구들처럼 교복을 입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행군은 “친구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고 하면 같이 가서 시험을 보고 싶었다. 혼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 영수군은 “친구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 나는 왜 집에 있나 싶어 처음엔 기분이 이상했지만 점점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며 “어린 나이에 혼자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는 힘이 들었지만 대신 어려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들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단번에 대입시험에 통과했지만 형제는 초등학교 때 성적이 모두 중상위권으로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어머니 김씨도 아이들 공부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형제의 공부법에 한 가지 특별한 게 있다면 아버지 이씨가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완벽하게 외우도록 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영어 교과서 외우도록 한 아버지 덕분에 영어로 인한 어려움 겪지 않아
덕분에 형제는 검정고시와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는 별 어려움 없이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첫째 영수군과 막내 영종군에겐 수학이, 둘째 영속군에겐 역사 과목이 넘어야 할 벽이었다고. 영속군은 선생님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는 게 어려웠지만, 옆에 형과 동생들이 있어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영수 형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영행이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영행이는 비록 동생이지만 저보다 공부를 잘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처럼 형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힘이 되어주면서 힘든 여정을 잘 견뎌냈다. 어머니 김씨는 “아들들이 모두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직 어리고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2가지 이상의 목표를 갖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영수군은 대학 졸업 후 로스쿨(법학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하고, 영속군은 건축 배관 일을 하거나 전공을 살려 원예농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행군은 의대에 진학하거나 형 영수군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에 진학할 꿈을 갖고 있다고.
“제가 대학을 졸업하는 200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시작돼요. 형과 제가 로스쿨에 함께 들어가면 선의의 경쟁을 할 텐데, 형은 벌써부터 저 때문에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자가 될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워하죠(웃음).”
막내 영종군은 앞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그리스어나 히브리어 등을 더 공부해 통역이나 번역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새에 관심이 많아 조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맏형답게 의젓하고 든든한 영수, 솔직하고 적극적인 영속, 과묵하고 얌전한 영행, 귀여운 막내 영종, 이들 4형제의 앞날이 자못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5년 4월 4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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